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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시. 산에서 시를 읊다

인왕산 둘레길을 걷습니다(詩山會 제492회 산행) 동반시

인왕산 둘레길을 걷습니다(詩山會 제492회 산행) 동반시

 

내가 계절이다 / 백무산(박형채 추천)

 

여름이 가고 계절이 바뀌면

숲에 사는 것들 모두 몸을 바꾼다

잎을 떨구고 털을 갈고 색깔을 새로 입힌다

새들도 개구리들도 뱀들도 모두 카멜레온이 된다

흙빛으로 가랑잎 색깔로 자신을 감춘다

 

나도 머리가 희어진다

나이도 천천히 묽어진다

먼지에도 숨을 수 있도록

바람에도 나를 감출 수 있도록

 

그러나 이것은 위장이다

내가 나를 위장할 뿐이다

나는 언제나 고요 속에 온전히 있다

봄을 기다리기 위해서도 아니다

나고 죽는 건 가죽과 빛깔이다

 

나는 계절 따라 생멸하지 않는다

내가 계절이다

 

늙지 마라

어둠도 태어난다

 

2024. 9. 14. 시를 사랑하는 산사람들 詩山會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