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성포法聖浦 가는 길 / 도봉별곡
몸에 돋은 불같이 날카롭게
연필 깎으며
벼린 생각 하나
처음과 끝이 같은 일기를 쓰고 싶다
법성포 가는 길처럼 넓고 긴
흑심黑心에
술이며 차를 부으며
두껍게 길게 가다가
다시 무뎌진 흑심黑芯에게 묻는다
너의 갈 길은 어디냐고
무엇 때문에 가느냐고
자유에서 시작해서 자유로
길에서 시작해서 길로
봄에서 시작하여 다시 봄에서
무한 반복하면서 살고 싶지는 않다
불과 칼을 벼리며
예순 셋의 숫자에 하나를 더하며
손으로 필덕筆德 조금
입에서 터진 독설 많이도 쌓였다
갯안개 품으며 사철 부는 서풍 맞는
법성포의 향기로
불같은 칼 무뎌진다
*법성포 : 384년에 인도의 명승 마라난타가 백제에 처음 불교를 전래한 곳이라 하여 붙여진 지명. 법法은 불교를 성聖은 마라난타 존자를 가리킨다. 영광굴비의 주산지로 유명하다.
*흑심 : 어두운 마음 黑心, 연필심 黑芯. 이중적 의미
*제1시집 <바람의 그림자>에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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