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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복더위에 우이암(詩山會 제41회 산행)

복더위에 우이암(詩山會 제41회 산행)

산 : 도봉산 우이암

코스 : 도봉산역-도봉매표소-보문능선-우이암-원통사-무수골

소요시간 : 오름 2시간 내려옴 1시간

일시 : 2006년 8월 6일 9시

모이는 곳 : 전철 1.7호선 도봉산역 1번 출구(도봉역이 아니므로 착각 없기 바람)

준비물 : 물. 살얼음낀 서울막걸리(중식은 하산 후 무수골에서 계곡에 발 담그고

김치두부, 파전, 도토리묵을 안주로 막걸리 한 잔으로 때움)

연락쇠 : 한양기(017-729-3457)

 

몇 산우의 간절한(?) 소원에 따라 앞으로는 산행후기를 보내지 않습니다.

동반시도 보내지 않겠습니다. 위와 같이 공지사항만 보냅니다.

시는 비유, 상징, 함축, 전환 등의 기법으로 쓰여지는데 그 중에서 상징과 함축의

기법이 가장 힘듭니다. 짧게 써서 보내라고 하는데 함축의 능력이 부족하여

시간이 너무 많이 소요되며 그럴 생각도 자신도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바쁘고

치열한 직업이라 여유있게 시간에 맞추기도 힘듭니다.

 

3시간 반의 작업 끝에 거의 완성한 산행후기를 망할 놈의 마른 하늘의 날벼락때문에

컴퓨터가 다운되어 한 순간에 모두 날리고는 망연자실! 의욕상실! 이제야 겨우 의욕을

일으키고 시간을 내서 더듬더듬 기억을 되살려 가며 쓰고 있지만 날려 버린 글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갑니다. 아! 같은 머리로 같은 주제의 글을 쓰면서 느끼는 것은

'일주일의 시차가 전혀 다른 내용과 다른 형식의 글을 쓰게 하는구나'입니다.

하여, 앞으로는 시간을 두고 마감시간에 쫓기지 않고 나와 내 안의 대화는 계속할

예정이며 산행후기와 동반시를 올릴 나만의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늦더라도

이해하시기 바랍니다. 본래 부지런한 편이나 조금은 게을러지고 싶어집니다.

산행후기와 동반시는 타인에게도 공개되므로 산우들에게 공개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blog.naver.com/yc012175 나 blog.daum.net/yc012175를 방문하면 도움쇠의

졸문을 접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와 앞으로의 산행후기와 동반시 전부를 볼 수

있습니다.

 

산행후기와 동반시를 메일로 보내지 않는다는 공갈(?)에 놀라는 산우가 있지만

지금까지는 산행 5일 전에 공지사항과 후기를 동시에 보냈지만 앞으로는

공지사항을 먼저 보내고 후기와 동반시는 내 블로그에 들어와서 볼 수 있으니

달라진 것은 없으며 오히려 좋은 점이 더 많으므로 그러한 내 행위에 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내 마음 속 우리 임의 고운 눈썹을
즈믄 밤의 꿈으로 맑게 씻어서
하늘에다 옮기어 심어 놨더니
동지 섣달 나르는 매서운 새가
그걸 알고 시늉하며 비끼어 가네

 

-동천(冬天.서정주)전문

 

무더운 한여름에 '겨울 하늘'이라는 시를 읊조려 본다.

'즈믄'은 천(千)의 옛말이다.

시인들이 좋아하는 애송시 중 일곱번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시이다.

미당은 애송시가 가장 많은 시인으로는 첫번째이다.

 

지리한 장마가 계속되다가 이내 무더운 여름이라 파란 겨울 하늘을 상상하며

시원한 생각이 들면 다행이겠다. 고도의 함축과 상징으로 이루어진 난해한 시로

겨울 하늘에 차갑게 걸려 있는 눈썹같은 그믐달과 그 곁을 비껴 가듯 날고 있는

한 마리 새의 모습을 그린 한 폭의 동양화를 생각케 한다. 이상이다. 아무리 읽고

또 읽어도 그 이상은 해석이 되지 않는다. 내 해석능력의 한계이다. 어줍짢은 해석은

오히려 이렇게 훌륭한 고급시의 품격을 떨어뜨리므로 자제한다. 이러한 난해한

시가 여름 날 우리들의 가슴을 서늘하게 하기도 한다.

7월의 마지막 일요일, 하고도 중복이다. 하늘은 흐렸으나 장대비가 와도 오르기로

했으니 혹여 비옷을 가지고 오지 못한 산우가 있을 수 있겠다 싶어 점심을 싸지 않는

날이라 비옷만 세벌을 챙기고 가벼운 마음으로 집을 나서는데 마나님이 전철역까지

태워준단다. 이 또한 일요일 아침의 즐거운 일!

전철에 앉아 용혜원 시인의 시집 '지금은 사랑하기에 가장 좋은 시절'을 꺼내서 다음

산행의 동반시로 선택할 만한 시를 고르다보니 벌써 양재역이다. 시 삼매경에

빠져서 온 것이다. 10인의 산우가 모였다. 한 총장의 노모께서 유명을 달리 하셨으나

97세까지 장수하셨으니 호상이다. 다시 한 번 그분의 명복을 빈다. 부디 극락왕생하소서!

이제 우리도 85살까지 산다고 하니 건강에 더욱 유의할 일이다. 시산회 명의의

부의를 했고, 모든 산우들에게 대신하여 감사드린다.

조문형 산우는 장지까지 갔으니 애 많이 썼다. 혹시나 하고 연락하니 새벽에 서울에

도착하여 피곤하므로 도저히 갈 수가 없다고 한다.

 

휴가철과 한 총장의 모친상이 겹쳐 김 선생을 포함한 10명의 산우가 모였는데 코스는

납회 때와 같은 가벼운 산책 코스를 택했다. 완만한 경사의등산로를 따라가다

쉬엄쉬엄 과자와 과일로 목마름을 메우고 예정대로 이수봉에서 나 원장이 쏜 시원한

막걸리를 한 잔씩 하고 납회 때의 코스를 따라 내려와 훈제 오리고기집에서 신발끈을

풀었다. 허리띠도 풀었다. 내기의 주최자인 기 산우에게서 거금 14만원을 무겁게 받고

1.5배를 가벼운 마음으로 풀었는데 '일요일 오후의 즐거운 일'!!!

시원한 맥주잔을 들고 외치는 건배의 구호는 '처음처럼'이었고 기름이 빠진 오리고기는

언제나 맛있었다. 세상에서 두 번째로 맛난 내기 술을 마시지 못한 산우들에게도

또 기회가 있을 겁니다. 시낭송의 시간에 오규원 시인의 '비가 와도 젖는 자는'을 이경식

산우가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조용히 읊었습니다. 다음 산행지는 계곡이 있는 산이

좋다는 의견에 따라 용문산의 지봉인 도일봉으로 정했는데 중원계곡은 수량이 풍부하고

숲이 많이 우거져 가족들의 피서지로도 좋은 곳입니다. 그날도 좋은 산우들, 충분한 판돈,

이수봉의 막걸리, 기름끼가 빠진 담백한 오리고기, 시원한 맥주와 소주, 텁텁한 막걸리,

가슴저미는 동반시가 있어 좋은 날이었습니다.

참석 : 기세환, 이경식, 이원무, 정해황, 나창수, 이재웅, 박형채, 김순단,

위윤환, 김정남

 

누구에게나 이런 가슴 저린 애인이 있었다.
그리고 있을 것이다.
그들은 서로 이 생에서 마음 포개고 살았으면 했으리라.

허나 어쩌랴.
세상은 어떤 방식으로든 이별을 준비하고
가슴에 한등 타오르는 추억만 남긴 채
보랏빛 노을로 꺼져버리는 것을.
아이 낳고 오순도순 사는 게 소박한 꿈이라고 말하지만
세상은 그걸 엄청난 꿈으로나 간주하는지
그런 행복을 두 눈 뜨고 못 보는 것이다.

떠난 애인들이여.
어디 이 세상 한 귀퉁이에서 부디 고운 바람결로
살고 있기를.
외로운 묘비처럼 쓸쓸히 쓸쓸히 울지는 말기를.

그리고 떠나보낸 애인들이여,
등불처럼 마음에 걸어둔 채로
떠난 자는 그대로 놓아주기를.
떠난 자가 외로울 거라는 감정의 전가는
이제 그치기를.
다시 만날 수 없는 애인에 마음 닫기를.
그래서 시인은 닫힌 문밖에서
누군가 울고 있다고 한 것을.

 

이번 산행지는 이경식 산우가 추천한 도봉산 우이암과 무수골로 정했습니다.

홍천이나 양평방향은 휴일의 오후에는 길이 막힌다 하여 기차편을 이용하기로

하였으나 강촌을 예약해본 경험이 있는 한 총장 노모의 삼우제가 되어 도움쇠의

직원에게 시켰으나 마침 휴가철이라 동해안 방향은 이미 예매가 끝나 한 총장,

위 대장, 이경식 산우와 상의하여 가까우며 계곡이 있는 코스로 정했는데 이 산우가

자주 가는 그의 전용코스입니다. 홍천과 양평 쪽에 좋은 산(용문, 도일봉, 함왕봉,

중원산, 백운봉, 유명산, 팔봉산, 방태산, 연엽산 등)이 많은데 길이 막힌다고 피하면

항상 가는 근교나 더 먼 곳으로 산행해야 합니다. 양평길은 도움쇠가 잘 아니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양평에서 양수리 방향으로 가지 말고 신양평대교를 건너면

바로 이정표가 보이는데 왼 쪽은 곤지암, 오른 쪽은 광주로 표시되어 있으며 우측으로

가면 30분 내에 광주(경안)I.C가 나옵니다. 가는 도중 수창리 삼거리에서 우측으로

가면 남한강을 따라 가는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이고 시간의 여유가 있으면 분원에서

도자기 박물관을 관람할 수도 있고 실가리(시레기의 사투리)를 푸짐하게 넣은

참붕어찜에 소주 한 잔의 식도락을 즐길 수도 있습니다.

 

동반시의 해석은 위에 했으니 생략합니다.

무더운 여름에 옛애인 생각하면 더 열이 나려나, 아님 더 서늘해지려나...

그래도 오랜 세월이 흘러도 아련하게 생각나는 여인이 있다는 것은 즐거운 일!

무수골에서 점심을 먹으면서 막걸리 한 잔과 함께 시낭송의 시간에

첫사랑 여인을 되새겨 보자. 어떤 감동이라도 일어날 것이다. 기대해보자.

 

애 인 / 장석주

누가 지금
문 밖에서 울고 있는가.
인적 뜸한 산언덕 외로운 묘비처럼
누가 지금
쓸쓸히 돌아서서 울고 있는가.

그대 꿈은
처음 만난 남자와
오누이처럼 늙어 한 세상 동행하는 것
작고 소박한 꿈이었는데
왜 그렇게 힘들었을까.

세상의 길들은 끝이 없어
한번 엇갈리면 다시 만날 수 없는 것
메마른 바위를 스쳐간
그대 고운 바람결
그대 울며 어디를 가고 있는가.

내 빈 가슴에 한 등 타오르는 추억만 걸어놓고
슬픈 날들과 기쁜 때를 지나서
어느 먼 산마을 보랏빛 저녁
외롭고 황홀한 불빛으로 켜지는가.

2006년 8월 5일 토요일 오후에 사무실에서

 

시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모임 詩山會 도움쇠 金 定 南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