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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북한산과 사모바위(詩山會 제57회 산행)

북한산과 사모바위(詩山會 제57회 산행)

산 : 북한산

코스 : 독바위역-불광매표소-향림담-향로봉-비봉-사모바위 앞에서 점심 먹고 하산길 결정

소요시간 : 오름 1시간 30분 내려옴 삼천사 계곡이나 구기동은 1시간 30분

날짜 : 2007년 4월 1일(일) 10시

모이는 곳 : 전철 6호선 독바위역(출구는 1곳임). 3호선을 타면 불광역에서 환승

준비물 : 중식, 막걸리, 깔개(18명 예정이므로 이경식, 조문형, 도움쇠 외 하나 더 필요)

연락 : 이경식(011-222-1028)

블로그 : 사진blog.daum.net/sisan20

산행기blog.naver.com/yc012175

 

 

때론 보이지 않을 때 열려오는 귀가 있다

달없는 밤 냇가에 앉아 듣는 물소리는

세상의 옹이며 모서리들을 둥근 율(律)로 풀어 낸다

물과 돌이 빚어내는 저 무구함의 세계는

제 길 막는 돌에게 제 살 깎는 물에게

서로가 길 열어주려 몸 낮추는 소리다

누군가를 향해 세운 익명의 날(刀)이 있다면

냇가에 앉아 물소리에 귀를 맡길 일이다

무채색 순한 경전이 가슴에 돌아들 것이니

 

-서숙희 '물소리를 듣다'전문

 

도시의 허공엔 적의와 분노가 난무한다.

출퇴근길 앞 뒤 차들에 보내는 증오를 생각해 보라.

늦은 밤 아파트 위층에서 들려오는 발소리에 분개한 적은 없는가.

우리는 함께 살기 위해 도시를 이뤘으나 이젠 서로를 경계하고 절망할 뿐이다.

이 모두가 몸을 낮추지 않는 탓에 생기는 일이 아닌가.

물소리가 아름다운 이유는 제 길 막는 돌에,제 살 깎는 물에 서로 길을

열어주기 위해 몸을 낮추는 소리이기 때문이다.

격한 감정을 추스르기 어려우면 물과 돌이 빚어내는 그 화해의 소리에

귀 기울여 볼 일이다.

 

-시평(이정환)

 

시샘달. 18일. 7시에 잠실에서 모였다. 반가운 12인의 산우들.

버스의 좌석이 넉넉하다 보니 불참한 산우들이 아쉽다. 예정은 16명이었으나

직전에 4명의 산우에게 사정이 생겨 불참했다. 꼭 보여주고 싶은 1,400년 주목인데

더 아쉽다. 영월을 거쳐 더듬더듬 찾아가는데 그 날따라 안경이 없어 지도를 보기가

불편하다. 내가 복사해서 가져간 지도는 흑백이라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고 차에도

자세한 지도가 없어 매우 불편했다. 기사도 집에 놔두고 왔단다. 기사에게 앞으로

교통지도는 꼭 가지고 다니라고 짜증을 냈으니 급하고 사려 깊지 못 한 성격은

언제 고치나... 평생 반성만 하고 살다 갈런지...

 

이정표를 따라 함백역 못 미쳐 우측으로 들어가 단곡계곡 주차장에서 하차.

10시. 휴게소에서 쉬는 시간까지 3시간 소요.

기사에게 오후3시까지 사북 쪽의 탄전박물관으로 오라 이르고 임도를

따라 수월하게 올라간다. 결코 어렵지 않은 길이나 처지는 산우는 언제나 있다.

1시간쯤 가서 만나는 감로수 샘물이 차고 달다. 전 날 서울의 날씨는 흐렸으나

이곳은 눈이 많이 내렸다.

 

고도계를 보니 1,000m를 넘으면서 길에 눈이 쌓여 아이젠을 착용한다.

이제 앞 서 가는 산우들도 쉬엄쉬엄 가고 뒤처지는 산우들을 위해

더 쉬어가겠냐는 얘기도 건네고, 기다려주기도 하는 분위기에 기분이 좋아졌다.

점점 많이 쌓인 눈을 밟으면서 나 원장과 이재웅 소장은 3월까지 눈을 밟을 수 있는

우리는 행복한 사람들이라고 즐거워한다. 산마루고개를 올라서니 능선은 눈길이다.

여유롭게 사진도 찍고 능선길을 가다보니 철쭉군락이 보인다. 정상이 멀지 않다는

신호이다. 1,300m를 넘으면 거센 바람에 키가 큰 교목은 사라지고 키 작은 관목인

철쭉 등이 무성해진다. 두위봉도 철쭉제가 있다더니 철쭉이 피는 철에는 올만 하겠다.

 

12시. 철쭉 시비가 있는 곳에 와서 증명용 기념사진촬영. 주변의 산은 이보다 낮으나

설경이 아름답고 눈꽃이 예쁘다. 너도나도 기념사진을 찍는데 촬영시간이 20분을 넘는다.

한 총장이 없으니 영정사진은 없다. 딸 결혼준비에 바쁜 탓이다.

마침 너른 터가 있어 점심을 먹자는데 동의. 즐거운 식사시간이다.

높은 산이나 바람이 없다. 그날의 하이라이트는 나 원장의 추어탕, 한 교장의

고추장굴비, 기 회장의 무지개김밥이 좋았다. 다만 한 교장의 고추장굴비는

임 수석이 혼자 독식했다. 본인은 더덕무침인줄 알고 먹었다는데 믿거나 말거나...

이 총장, 위 대장의 낙지나 도움쇠의 홍어는 찬반찬이 되었다.하하하

앞으로도 나 원장이 추어탕은 책임진다 했으니 두고 보자.

 

산우들도 이제 술은 조금씩 적게 마시는데 이것도 바람직한 일이다. 기막힌 설경에

취하고 맛난 음식으로 배를 채우니 슬슬 하산할 마음들이 드는지 1,400년 주목은

다음으로 미루고 하산하자는 의견이 고개를 든다. 위 대장이 그 쪽으로 하산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걸린다고 거든다. 별 수 없다.

이번 산행의 뒷풀이는 자기가 책임진다는 기 회장의 사전 약속이 있었고 나도 마음이

바뀐다. 기막힌 횡성 한우 안심을 먹으러 가자고 제안하자 모두 동의. 너무 비쌌기에

망설였으나 기 회장이 흔쾌히 동의하면서 내려가자는 쪽으로 마음이 모아졌으니

그 와중에 시낭송은 뒷전이다. 뒷풀이 때로 미룬다. 자미원으로 하산길을 잡는다.

 

하산길은 눈이 무릎까지 쌓이고 천년 주목군락이 시작된다. 주목 위에 핀 눈꽃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사진촬영에 또 20분 소요. 죽어 있는 주목의 푯말에 수령 1,450년이 보인다.

탄전기념관 방향의 1,400년 주목은 살아 있으며 곧고 멋있게 뻗어 있으니 삶과 죽음의

차이만큼이나 크지만 1,450년 주목을 본 것으로 만족하고 눈에 미끄러지며 즐거운 하산.

 

횡성군 축협에서 직영하는 한우프라자에 도착하니 자리가 없다. 30분을 기다려

좌정하고 임 수석의 차례인 시 낭송을 먼저 하기로 한다. 동반시 '알 수 없어요'에

대한 그만의 멋진 해석을 덧붙이고 시끄러운 식당에서 임 수석답게 시낭송.

터지는 박수. 멋있다. 한우와 한용운의 시, 궁합이 맞다. 안심을 먹는데 입에서

단맛이 나고 슬슬 녹는다. 한 달 전에 가족과 함께 먹었지만 그때보다 더 맛났다.

그 날 못 온 산우들에게는 미안했지만 우리의 입은 즐거웠다. 기 회장의 부담이 너무

커서 미안한 마음에 슬그머니 같이 부담하자 했더니 다음 기회에 쏘란다.

나는 무엇으로 산우들을 즐겁게 하나...기 회장! 덕분에 맛있게 먹었소.

기사의 주장대로 고속도로는 막히니 양평 방향의 6번 국도를 타고 가자 해서 그리로

왔는데 2시간만에 잠실에 도착. 남의 말도 들을 일이다.

 

그 날은 유난히 눈과 입이 즐거운 날이었음을 부인하지 못 한다.

좋은 산, 천년 주목, 3월에 보는 눈꽃, 추어탕, 좋은 산우들이 있어 행복한 날이었다.

불참한 산우들에게는 더욱 아쉽고 미안한 날이었다.

 

 

[행복한 性] 살랑살랑 봄바람은 배꼽 아래로 부는데…

 

'산 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해마다 봄바람이 남으로 오네.' 노랫말처럼 세상이

어수선해도 어느 한 해 봄이 오지 않은 적은 없었다.

 

봄이 되면 자신도 모르게 몸의 기운이 서서히 피어오르는 것은 습도와 온도가

동시에 올라가 말초혈관이 확장되고 피의 흐름이 활발해지기 때문이다.

 

아무리 게으름을 부려도 스멀스멀 몸 속을 흘러다니는 봄기운을 떨쳐버릴 수 없고,

일년 어느 때보다도 배꼽 아래에 밀려드는 새로운 기운이 힘있게 느껴지는 시기다.

 

여성들 가운데는 유독 봄을 타는 이들이 많다.

봄만 되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사고를 저지르게 되는 경우도 있다.

 

봄은 일조량이 많아져 감정 표현과 연관 있는 멜라토닌 호르몬 분비가 많아 기분이

들뜨게 되고, 양기가 많아지므로 겨우내 움츠러들었던 음의 기운이 많은 여자들이

보다 민감하다.

 

그래서 꽃피는 봄만 되면 님을 생각하고, 있지도 않은 님을 기다리는 대책 안 서는

여성들도 있다.이를 틈탄 늑대들의 집중 공세가 이어지는 계절.중년의 아내 가슴도

한껏 부풀어 있는데 남편이 잠만 퍼 자려한다면 부부갈등은 뻔하다.

 

"내가 생각이 있어서 슬그머니 만졌더니 왜 이러냐며 팍 돌아눕는데 찬바람이

쌩 부는 거야. 그런데 내가 너무나 하고 싶었거든. 자존심 팍 죽여가며 잡아 끌었더니

신경질을 부리며 그렇게 하고 싶으면 딴 데 가서 하라는 거야. 자기 신경 안 쓸 테니까.

그게 말이 되냐구. 그런 말은 여자들이나 하는 말 아니야?"

 

"여자들은 우리가 밖에 나가서 얼마나 신경쓸 일이 많고 스트레스를 받는지 잘

모른다구.집에 오면 그저 쉬고 싶고 아무 생각이 없거든. 그런데 자꾸 보채면 짜증이 나지.

그래도 한 달에 두어 번은 해 줘야 밥이라도 얻어먹을 거 같아 하긴 하는데 그 놈이

협조를 안 해줄 때는 정말 진땀나지. 하기 전에도 '잘 안 되면 어떻게 하나…'하면서

겁이 날 때도 있어. 잘 되면 좋지만 실패할 때는 서로 김만 새고 정말 남자체면

안 서는 거지. 다음 날 아침 마누라 얼굴 보기 민망해서 일찍 출근해버릴 때도 있어."

 

중세시대에 아름다운 수상도시 베니스에서는 사순절 전의 며칠 낮 며칠 밤 동안

계속되는 축제가 열렸다.

서로 알아 볼 수 없게 가면과 가발을 썼으며,짙은 화장을 한 남녀가 억제할 수 없는

정욕의 기쁨 속에 깊이 빠져들었는데, 노출되지 않는 신분 속에 노출되는 성적 욕망으로

잘 포장된 사육제는 끊임없이 타오르는 욕망을 태울 수 있는 시간들이었다.

 

지금도 지구상에서 가장 화려하고 아름다운 베네치아 카니발이 매년 3월 초에 열린다.

인간은 먹고 즐길 수 있으며 느끼고 행동할 자유는 있지만 제약들이 따른다.

그런 제약과 규범 속에 살면서 잠시라도 벗어나 뜻밖의 행동들을 하는 위험한 중년들이 있다.

살면서 누구나 육체적 자유를 갈망하는 유혹에 빠져들 기회가 있을 수 있다.

그런 때에 부부 사이가 튼실하다면 선악과에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그러나 사회가 급변한다고는 하지만 남성다움을 스스로 포기한 정력이 달리는

남편이 '딴 데 가서 알아보라는 둥, 그것만 밝힌다는 둥, 피곤한데 제발 건드리지

좀 말라는 둥' 아내를 흡족하게 해주지는 못할망정 졸지에 창녀같은 처지로 전락시키는

순간 오기가 발동하면서 어떤 일을 저지를지 모르는 뜨거운 감자가 될 수 있다.

 

민법 제840조 제3호의 이혼사유인 '배우자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라고

들이댄다면 아무리 바깥일이 험하고 힘들어도 호미로 막을 일을 포클레인으로도 막을

수 없는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어디 누구 없소…? 정신연령 십 팔 세에 봄 타는 여자 여기 있소. 내 남편 같지 않은

누구라도 좋소…. 남편들은 아시는가? 살랑거리는 봄날에 결혼 한 지 오래된 아내들의

피도 여전히 뜨겁고 설렌다는 걸….

 

성경원 (한국성교육연구소)

 

이번 산행지는 나 원장이 두위봉에서 제안한대로 가까운 북한산 비봉 코스로 정한다.

우천 불구하고 오르니 회장이나 총무에게 연락 사절이다.

오랜만에 우중산행 감행한다.ㅎㅎㅎ

비올 때 비 맞지 않고 식사하는 비법을 전수할 예정이다.

남도에는 이미 산수유, 매화가 만발했다. 북한산에도 산수유는 피어있을 것이다.

좋은 날이다. 집에 있지 말고 밖으로 나오라. 능선따라 대동문까지 가서 수유동으로

내려오는 것이 좋겠다. 어렵지 않게 많이 걷는 길이다.

그러나 우리가 먹으면 내려가는 먹산회인데 어디 통할 일인가! 희망사항이다.ㅎㅎㅎ

산에서 마시는 술의 양도 줄고 뒷풀이 때 마시는 술의 양도 줄어가는 것을 보면

그 또한 바람직한 일이 아니겠는가!

 

 

동반시는 고르다 고르다 신원우 산우가 선물한, 국립공원 관리공단에서 발행한

시집'자연속에서읽는 한 편의 시'5권 중 제2권에서 고른 시이다.

사랑의 시는 아니나 읽을수록 맛이 나오는 시이다.

마음의 양식이 많이 들어 있으며 자양분이 밖으로 묻어나는 시이다.

좋은 시이니 누구든 자진해서 낭송하기 바란다.

낭송의 기회는 자주 오는 것이 아니니 사방이 툭 터진 사모바위 앞 너른

터에서 많은 산객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용감히 나서보라. 그리고 우렁찬

소리로 읊어보자. 큰 박수가 따라올 것이다. 집에 가서 시가 적힌 쪽지를

부인에게 내밀어보라, 그것도 자랑스럽게.

 

 

그 사람의 손을 보면 / 천양희

 

구두 닦는 사람의 손을 보면

그 사람의 손을 보면

구두 끝을 보면

검은 것에서도 빛이 난다.

흰 것만이 빛나는 것은 아니다

 

 

창문 닦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의 손을 보면

창문 끝을 보면

비누거품 속에서도 빛이 난다.

맑은 것만이 빛나는 것은 아니다.

 

 

청소하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의 손을 보면

길 끝을 보면

쓰레기 속에서도 빛이 난다.

깨끗한 것만이 빛나는 것은 아니다.

 

 

마음 닦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의 손을 보면

마음 끝을 보면

보이지 않는 것에서도 빛이 난다.

보이는 빛만이 빛은 아니다.

닦는 것은 빛을 내는 일

 

 

성자가 된 청소부는

청소를 하면서도 성자이며

성자이면서도 청소를 한다.

 

2007년 3월 30일

 

시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모임 詩山會 도움쇠 金 定 南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