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한 슬픔, 슬픔이여 안녕 / 도봉별곡
슬픔은 당당한 언어가 아니다
고통이 온다고 모두 슬픔으로 변하는 게 아니듯
사랑의 반대가 이별이 아니듯
사랑의 끝이 슬픔도 아니다
남용의 쑥스러움에 비굴하지 말되 부끄러워하고
낳아준 엄마에게 고생했다고 감사해 하고
엄마는 아기에게 이 풍진 세상에서 스스로 잘 헤쳐가라고 용기를 주고
늙으면 버릴 것 많아 좋겠다고 위로하고
죽도록 아플 때는 하늘의 뜻이니 참아보고죽게 되었을 땐 안녕 세상이여, 잘 살았다 웃고가족이 죽었을 땐 운명이라고 가슴에 묻고 눈물은 헤프지 않게
실연을 당했을 땐 사랑이 다시 돌아오는 건 행여 바라지말고, 그 쓸쓸함을 반추해보면 세상의 반은 여자거나 남자다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땐 운이 내 편이 아니어서 안타깝고 돈을 잃었을 땐 돌고 도는 것이라 주인 찾아간 것이고 그렇다고 복수의 칼날을 갈지 말고 양날의 검은 서로 손해 다시 만나면 용서하고
자신의 그릇이 있는 법이니 너무 욕심 내지 말고
만석꾼은 만 가지 걱정이 있는 법
언젠가는 흩어지니 다시 뭉칠 것을 기약하고
원래 세상의 이치란 좋은 것끼리 뭉치는 법
미리 서로 좋게 살고
혁명에 실패할 땐 때가 익지 않았다고 위안의 잔치라도 펼치고왕이 죽으면 당연하다고 춤추며 몰래 웃고신이 죽었을 땐 본래 없었으니 자신 있게 웃고나처럼 죽었다 살아나면 괜히 미안해하고눈물은 대개 자기 설움에 흘리는 빗물 같은 것비에 젖으면 초라하니 함부로 흘리지 않아야 하며비가 오거나 해가 비치면 나막신과 미투리의 현명한 어머니를 떠올리고 슬픔을 당당하게 필연적 시련이라 말할 수 있을 때슬픔은 당신의 몫이 아니다 완성으로 가는 길목일 뿐 삶이란 은유적 상징에 지나지 않을 뿐
신이란 수식어의 변형일 뿐우리 대부분은 직유의 상징물 같은 것 네 맘대로 되면 삶도 세상도 아니다그래서 적절한 무소유가 최후의 답인 것을
그러므로
‘슬픔이여 안녕’이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제2시집 <시인의 농담>에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