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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양평 청계산에 오릅니다(詩山會 제123회 산행)

양평 청계산에 오릅니다(詩山會 제123회 산행)

산 : 청계산(658 미터. 양평)

코스 : 국수역-국수봉-형제봉-청계산-송골고개-목왕리-양수역(세미원)

소요시간 : 오름 2시간 내려옴 1시간 반

일시 : 2009년 11월 21일(토) 10시

모이는 곳 : 전철 중앙선 국수역 1번 출구(30분 배차 간격이므로 늦지 않기 바람)

준비물 : 살얼음낀 막걸리, 안주, 과일, 카메라(하산 후 목왕식당에서 뒤풀이 겸 점심)

연락 : 이재웅(010-3454-7717)

블로그 : 사진 blog.daum.net/sisan20

산행기 blog.daum.net/yc012175

카페 cafe.daum.net/K-20

 

 

 

 

언젠가 많은 것을 일러야 할 이는

 

많은 것을 가슴 속에 말없이 쌓는다

 

언젠가 번개에 불을 켜야 할 이는

 

오랫동안- 구름으로 살아야 한다

 

-프리드리히 니체 '언젠가 많은 것을…' 전문

 

 

긴 말이 필요 없다. 야구로 치면 큰 거 날리려면 잘 참고 기다려야 한다는 얘기다. 절제미가 빛나는 격언 같은 시다. 눈을 감고 외워봤더니 한 폭의 동양화로 변환한다. 폭포, 폭발, 가슴의 멍, 내공, 인내, 승천…. 그림은 느낀 대로 주제와 화폭을 달리한다. 서양의 대가가 보여주는 '세상의 창'이 동양의 그것과 사뭇 닮았다는 점도 감동을 준다. '오랫동안-' 구름으로 살았기에 이런 감동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시평(남궁 덕. 언론인)

 

 

도봉 사패산 산행기 (2009년 11월 8일) 날씨 : 비온 후 갬

참석 : 김종화, 이재웅, 한천옥, 임삼환, 김정남. 5인의 건강한 산사나이들

11월을 미틈달이라 한다. 가을에서 겨울로 치닫는 달이라 하여 붙인 이름이다.

 

11월의 첫째 일요일. 아침에 일어나니 많은 비는 아니나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만만치 않게

내린다. 며칠 전부터 일요일에 전국적으로 비가 내린다는 예보가 있어 고민하다가 백암산 백양사 단풍놀이를 포기하고 도봉산의 한 봉우리인 사패산으로 변경했다. 아직은 백암산 산신령이 우리를 맞이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혹시 산행이 취소되지 않았나 싶어 김 회장님께 전화를 하니 이미 출발했다고 한다. 지난 여름 도봉산 도봉계곡을 가려했을 때 호우주의보가 내려 견산과 심산만하고 전임 기 회장이 쏘았던 훈제오리만 맛있게 먹고 마시고, 노래방에 들러 노래 한 곡조씩 뽑고 돌아왔던 기억이 나서 오늘도 올라가지는 못하고 막걸리에 파전이라도 먹을까 싶어서 준비 없이 우산 하나 들고 몸만 나갔다. 이틀 전, 김 회장님께 나는 생굴을 사간다고 했더니 자신이 이미 준비했으니 문어를 사오라 했으나 이 비에 오를까 싶어서 문어를 사지 않고 등산화와 복장만 갖추고 집을 나선다. 산에 오르지 못하면 점심이나 간단히 먹고 옆으로 새지 말고 일찍 들어오라는 아내의 말을 귓전에 흘리고 집을 나선다.

 

10시 정각에 도착하니 아무도 없다. 잠시 후 김 회장님이 도착했는데 이 총장은 이미 도착해 역 주변 정찰에 나섰다고 한다. 오르지 못할 경우에 대비하여 파전집을 물색하려는 의도였다.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하고 있는데 집이 가까운 임삼환 산우가 도착. 이 총장과 반갑게 조우하고, 한 교장은 40분 정도 늦는다고 연락이 왔단다. 이때까지 비는 계속 주룩주룩 내리고 있다. 10시 40분에 한 교장이 도착할 즈음, 빗발이 가늘어진다. 우산과 비옷을 준비했으니 오르자는 의견에 송추계곡을 향하여 용감하게 출발. 전에 왔을 때 들머리를 찾지 못해 아파트단지 안으로 들어가서 악간 헤매였다는데 젊은 날 한동안 의정부에서 살았고 토요일 오후에 닭도리탕을 먹으며 고스톱을 즐겼던 나는 이 길을 잘 알기에 거침없이 앞으로 나간다. 그때는 계곡 주변에 닭도리탕, 파전, 백숙 등을 파는 집들이 즐비했는데 지금은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잘 정비하여 등산로 주변이 깨끗하다. 계곡이 시작되고 다리를 건너 산에 들어서니 빗발이 약해진다. 회룡약수터에 들러 약수 한 잔을 마시고 나니 비가 그친다. 추색이 완연한 늦가을의 산행이다. 아직 떨어지지 않은 나뭇잎들은 파스텔 톤의 단풍 색깔을 띄는 게 은근하게 곱다. 마지막 불꽃이 더 곱고 빛이 더 밝듯이 우리만 보고 즐기는 것이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이 비가 그치고 나뭇잎들이 떨어지면 본격적으로 춥고 스산한 겨울이 올 것이라는 생각에 괜스레 마음도 바빠진다. 마음이 바빠지니 걸음도 빨라진다. 그러나 산행은 천천히 산과 숲, 담소를 즐기며 가야 한다. 회룡폭포에서 폭포를 배경으로 입산기념 사진 한 컷. 산길은 완만하고 밤새 비가 내려 수량이 풍부해진 회룡계곡과 막바지에 다다른 단풍을 즐기며, 산중한담(山中閑談)을 친구 삼아 좌우로 활엽수림이 우거진 산길을 천천히 오른다. 회룡사에 도착하여 안내문을 보니 여승방이다. 태조 이성계와 관련이 있는 절이다. 사패산 자락에 고즈넉이 들어선, 추색이 완연한 절을 배경으로 기념사진. 범종각 아래에서 아낙네들과 스님들이 어우러져 김장을 한다. 한가로운 풍경이다. 산길이 가파르지 않고 단촐하게 5명으로 이루어진 등산조라 그런지 유난히 사진을 많이 찍는다. 5인의 산우들이라. 여기까지는 포장길이었으나 다리를 건너자 낙엽이 푹 쌓인 산길이 보인다. 이 총장의 입에서 “시몽,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라고 웅얼거리는데 구르몽의 ‘낙엽’이라는 시가 절로 나오는가 보다. 만추에 낙엽이라니, 다음 산행의 동반시로 미리 정한다. 낭송자는 이 총장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슬슬 입산주 타령이 나오는 것을 들으니 쉬어가자는 뜻이다. 나무로 만든 아취형 다리를 건너기 전에 터를 잡고 김 회장님이 가지고 온 남해산 생굴과 맛깔스런 어묵에 과일을 안주 삼아 장수 막걸리를 한 잔씩 마시는데 안주와 술의 량이 적으니 더 맛있다. 건배 건배. 정상주만 남기고 내 우산은 이 총장에게 맡기니 나만 홀몸이다. 회룡고개를 앞에 두고 바짝 가파르다. 나는 가뿐 숨을 내쉬고 1차 정상인 사패능선의 안부에 올라섰는데 뒤를 돌아보니 모두 씩씩하다. 숨이 가뿐 산우가 없다. 배낭도 없는데 나만 숨이 가쁘다. 사거리 갈림길에서 이정표를 보니 포대능선으로 올라 자운봉으로 가면 1시간 15분, 송추계곡을 지나 송추로 내려가서 나 원장이 자주 말하던 송추 짜장면집까지 1시간 반, 사패산을 거쳐 안골이나 범골로 내려가면 1시간 반이다. 모두에게 의견을 물어보니 의정부로 내려가서 부대고기를 먹자는 이 총장의 의견이 강력하다. 사패산까지는 완만한 오르막 15분이니 부지런히 오르자. 오르는 길은 넓고 참나무 낙엽이 유난히 많이 떨어져 쌓인 한적한 능선길이 더없이 정겹다. 간혹 개암나무나 오리나무 낙엽도 보인다. 진재덕 선생님의 정통영어 시간에 읽었던 ‘데이비드 스완’의 귀절에 나오는 한 문장이 떠오른다. “오리나무 숲을 지나 구부러진 길을 돌아서니 저 멀리 어슴프레 허드슨 강이 보인다.” 이 기억이 맞나 모르겠다. 4명의 산우들은 모두 우등생이었으나 나는 막걸리나 마시며 소설이나 읽고 풍양동 뒷산에 올라 이름도 르는 산새들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하모니카를 불렀던 약간은 낭만(?)적이고 불량(?)스러웠던 어린 날의 기억이니 맞지 않을 수도 있겠다. 40년이 흘러가버린 지금에 와서 생각하면 참으로 어줍잖은 고등학생이었다. 뭘 안다고 인생을, 철학을 얘기했을까. 지금 생각하면 가소로우나 그때 생각하고 품었던 생각들이 지금도 내 인생을 조금은 지배하고 있으니 부질 없기만 한 것이 아니었나 보다.

 

사패산 정상을 눈 앞에 두고 앞에 가는 노년의 아줌마 세 분 중 한 분이 오르면서 하는 말이 “남자들은 가을을 많이 탄대”하니 다른 한 분이 “여자들도 가을이 되면 쓸쓸해진다”는 말을 주고 받기에 별 생각 없이 “여자들은 봄을 탄다는데 아줌마들은 소녀들인가 봐”했는데 별 의미없는 말을 주고 받다보니 상주에서 도봉산을 오르려고 상경했는데 비가 많이 와서 오르지 못하고 낮은 사패산에 오른다고 한다. “상주는 감이 유명하지 않는냐”는 말 한마디에 상주 단감을 배낭에서 3개를 꺼내준다. 노년의 여유로움에서 나오는 넉넉한 인심이다. 우리는 거의 빈털털이라 보답할 길이 없다. 오늘의 목적지 사패산 정상에 오르니 포대능선과 자운봉을 포함한 도봉주능선, 오봉능선이 멀리 보이고 터진 구름사이로 멀리 북한산의 세 봉우리까지 한눈에 펼쳐진다. 오른쪽으로는 휴식년제에서 풀린 영봉과 휴식년제를 적용하여 갈 수 없는 상장능선이 펼쳐져 있다. 언제 보아도, 언제 올라도 좋은 정겨운 봉우리들이다. 도봉산 산신령과 친구를 삼고 싶은데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니 내 정성이 부족하여 그 양반이 눈에 보이지 않는가 보다.

 

정상주를 하려고 남은 보따리를 펼치는데 술과 안주가 모두 빈약하지만 마음은 풍요로운 사람들 아닌가. 산행기는 내가 쓰기로 했으니 내가 낭송할 차례다. 이 총장이 시를 꺼내면서 이번의 동반시가 맘에 쏙 들게 좋단다. 당연히 양보한다. 내 목소리는 허스키하니 시 낭송에 적합하지 않은 소리고 이 총장의 목소리는 낮게 깔리는 매력적인 저음의 바리톤풍이니 시 낭송에 가장 적합하다. 감정을 섞어가며 시평까지 읊는데 시체말로 ‘딱’이다. 시 낭송 전용이다. 앞으로 내가 산행기를 자주 쓸 테니 이 총장은 목소리를 더 가다듬고 오기 바란다. 감을 나눠준 아줌마들이 남은 술이 있으면 달라는데 우리가 마시기에도 부족하니 참으로 미안하고 겸연쩍다. 먹산회의 체면이 구겨진 날이다. 우리들의 밥상을 보더니 부침개를 갖다 준다. 곶감도 놓고 간다. 고맙고 민망하다. 호의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그들 일행을 모아놓고 도봉산 전경 사진 앞에서 자세하고 친절하게 설명해줬다. 오봉 밑의 여성봉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는데 나이는 먹었지만 여자라고 얼굴을 붉히고 눈을 흘기는데 그 분들의 눈빛이 참으로 묘하다. 싫지 않은 눈치다. 나이는 들었어도 역시 여자는 여자다. 하하하!

 

소찬이나, 먹었으니 내려가야지. “안골은 처음에 가파르나 길고 지루하다. 계곡이 있어 경치는 제일이다. 범골과 시청방향으로 내려가는 길은 가깝지만 단조롭다.” 나의 이런 설명에 부대고기를 빨리 먹고 싶은 마음에 시청방향으로 정한다. 상주 아줌마들과 작별하고 내려오는데 가파르지 않고 편한 코스다. 시청 옆의 예술회관을 지나 큰길에 도착하니 3시 반이다. 먹는데 1시간, 사진을 찍는데 1시간을 빼면 천천히 즐긴 3시간의 산행이었다. 택시를 타고 의정부 부대고기골목 보영식당에 도착하여 소주와 맥주로 요기하는데 배고픔과 마지막 단풍을 곁들인 즐거운 산행, 좋은 산우들이라는 반찬 세 가지를 더 하니 술맛과 부대고기의 얼큰한 맛이 두 배가 된다. 다음 산행지와 일정을 전철이 연결된 양평의 청계산으로 정했다. 예산이 별로 없어 대차료가 많이 드는 먼거리 산행을 자제하려는 집행부의 의도를 반영한 결정이다. 마석 천마산, 포천 왕방산 등도 경합했으나 김 회장님이 과감하게 결정한다. 전임 기 회장의 건강을 걱정하고 시산회 기념집 등을 상의한 후, 아쉬운 마음으로 헤어졌다. 오늘도 좋은 산과 아름다운 단풍, 비를 품은 좋은 날씨, 시원한 소맥, 정겨운 산우들이 있어 행복한 하루였다. 앞으로는 비가 와도 산에 오른다. 방수화도 있고 우의도 좋아졌으니 우중산행에 대한 걱정이 없지 않은가. 우중산행의 즐거움을 만끽한 즐거운 산행이었다.

 

 

이번 산행지는 양평 국수리의 청계산이다. 가본 기억은 나지만 산행기록에 없는 걸을 보면 가벼운 하이킹이었나 보다. 완만하고 여유로운 등산길로 기억한다. 국수역으로 내려오는 원점회귀 산행이 아닌 송골고개 방향으로 내려와 파전에 동동주를 파는 허름한 집에서 하산주를 마신 것으로 생각되는데 기억이 정확하지 않다. 목왕식당에서 뒤풀이를 하고 양수역까지 걸어오든지 시간이 맞으면 버스를 타고 양수역까지 와서 ‘꽃과 물의 정원 세미원’에서 물꽃식물인 수련 등을 구경하자.

 

집행부에서는 요즘 산우들의 참석율이 저조해 약간 의기소침하고 있으니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해주기 바란다. 이럴 때 집행부에 힘을 팍팍 실어줘서 보다 활기찬 시산회가 되도록 모두 적극적으로 참여하자. 주변의 골프친구들도 비용이 많이 드는 골프를 접고 산행 쪽으로 이동해가는 추세다. 골프는 투자하는 비용과 시간에 비해 즐거움이 너무 적다. 받는 스트레스는 훨씬 더 크다. 한 달에 두 번의 산행이고 날짜가 일정하니 일정관리를 잘 하여 더 많이 참석해주기 바란다. 전임 기 회장은 무릎이 좋지 않아서, 사랑의 전도사 조문형 산우는 돼지 키우기에 바빠 참석하지 못 하니 아쉽고, 김용우 동창회 총무는 수술의 후유증으로, 신원우 이사는 잦은 해외출장으로, 등반대장 위윤환 산우는 뒤늦게 신앙생활에 빠져 거의 참석하지 못 하니 아쉽고 또 아쉽다. 모시 쑥떡으로 우리를 즐겁게 해주던 정해황 산우의 그 얼굴도 자주 보지 못 한다. 나이가 들수록 그리운 것은 친구와 즐거운 추억이다. 우리는 이미 즐거운 산행의 추억을 많이 간직하고 있으나 아직 산행에 목마른 사람들이다. 좋은 시에 목마른 사람들이다. 올라본 산보다 오르지 못한 산이 더 많지 않은가. 아는 시보다 모르는 시가 더 많지 않은가. 도움쇠도 꾸준하게 산행을 한 결과 건강이 많이 회복되어 내년부터는 더 열심히 산행에 참석하고 좋은 산들을 산우들에게 소개할 예정이니 기대하라. 산행기에 대한 부담도 덜어주겠다. 참석자가 적으면 집행부도 신이 나지 않는다. 그들의 충정을 헤아려줘서 신바람이 나게 해야 한다.

산우들에게 부탁한다. 더 자주 더 많이 참석해주기 바란다.

 

 

 

사패산에 오를 때 미리 정한 동반시다. 이 시를 모르는 산우가 없다. 젊은 날, 자주 들었고 한 번 쯤 입안에서 읊조렸던 시다. 낙엽이 잔득 쌓인 청계산의 한적하고 여유로운 산길을 걸으며 이 시를 읊자. 산에 오를 때 시를 들고 가면 힘듬은 반이 되고 즐거움은 배가 된다는 것을 모르는 산우가 없다. 11월의 마지막 산행에 모두 동참하여 청계산의 정상에서 이 멋드러진 시를 한 입으로 한 목소리로 함께 읊조려보자. 그리고 ‘시산회 만세’를 목소리 높여 외쳐보자.

 

명시(名詩)는 향취를 풍긴다. 읽으면 읽을수록 새로운 감흥을 일으키는 까닭이다. 사춘기 때 처음 읽은 이 시는 20대와 30대, 40대 그리고 50대에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젊었을 땐 감칠맛 나는 운율이 좋았고, '가까이 오라'는 시어를 몇 번씩이나 따라 읊조렸다.

 

지금은 '쓸쓸하다' '영혼처럼 운다'는 표현이 가슴에 다가온다. 구르몽은 낙엽을 시각적인 대상이 아니라 청각적 대상으로 만든 시인이다. 낙엽이 떨어지고 밟혀 부서지는 소리엔 고통과 윤회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낙 엽

레미 구르몽

 

시몬, 나무 잎새 떨어진 숲으로 가자.

 

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낙엽 빛깔은 정답고 모양은 쓸쓸하다.

 

낙엽은 버림받고 땅위에 흩어져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해질 무렵 낙엽 모양은 쓸쓸하다.

 

바람에 흩어지며 낙엽은 상냥히 외친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발로 밟으면 낙엽은 영혼처럼 운다.

 

낙엽은 날개 소리와 여자의 옷자락 소리를 낸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가까이 오라, 우리도 언젠가는 낙엽이니

 

가까이 오라, 밤이 오고 바람이 분다.

 

 

2009년 11월 18일 춥고 바람이 많이 부는 밤에

詩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모임 詩山會 도움쇠 김정남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