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산 납회 산행(詩山會 제125회 산행)
산 : 관악산
코스 : 사당역-마당바위-서울대입구역
소요시간 : 오름 1시간 반 내려옴 1시간 반
일시 : 2009년 12월 19일 오후 1시
모이는 곳 : 전철 2,4호선 사당역 4번 출구
준비물 : 간식, 과일, 카메라(하산 후 납회 겸 저녁)
납회장소 : 산행 후 하산하여 5시부터 우마루(02-886-3393. 서울대입구역 1번 출구에서
낙성대 쪽으로 200미터 지점 대로변1층)
연락 : 이재웅(010-3454-7717)
블로그 : 사진 blog.daum.net/sisan20
산행기 blog.daum.net/yc012175
카페 cafe.daum.net/K-20
올해가 끝이겠구나 하면
또 밀고 올라오는 것
자신을 모두 밀어 올려
가난의 끝에 까치발을 하고 서 보는 일
허리가 아프도록 서서
큰소리로 한 번 우는 것
세상의 슬픈 것들은 이다지도 높아
소리마저 절멸한 곳에서
가장 연약하고 가난한 끝에
꽃 한 송이 피워 올리는 일
층층나무 한 그루를 오래 만지다 오는 길
오오, 보살이여
깨끗한 절벽이여
누군가의 무동을 타고 잠깐 본 허공이여
-김창균 (塔) 전문
이제 끝인가 하며 깊은 산 굽이굽이 돌아 지친 곳, 돌탑들 쌓여있고. 제각각 까치발로 올려놓은 무동 탄 아찔한 층층의 염원들. 강남 한복판 봉은사에 우뚝 선 미륵대불 앞에 가부좌로 한참 가만 앉아 있으면 슬픔도 염원도 사그라지며 들리는 소리. 마음속에서인지, 부처님 너머 허공에서인지 들려오는 풍경 소리. 하니 가난의 끝 까치발 바라본 것은 슬픔도 절벽도 아닌 충만한 허공일 것을.
-시평<이경철·문학평론가>
시산회 124회“가야산(석문봉)”산행기(2009.12.09/ 박형채)
▣ 참 석 자 : 12명 (김용우, 김정남, 김종화, 나창수, 남기인, 박형채, 이경식,
이원무, 이재웅, 전작, 최광일, 한양기 )
▣ 동 반 시 : "저녁 노을, 낮은 한숨으로 지는 그대" / 정남석
▣ 뒤 풀 이 : 토종닭백숙에 소ㆍ맥주 /“가야산 들머리 입구”
추운 날씨에 산행 준비를 단단히 시킨 회장과 총장 덕분에 아이젠과 사과를 가방에 넣고 두꺼운 등산복으로 무장하였다. 7시 10분전 교대역 9번 출구를 향해 가는데 반가운 얼굴들이 보였다. 1개월 이상 못 본 산악회원들이라 매우 반가웠다. 인생 시속 60킬로가 되니 오라는데도 많고 가정에 일이 많이 터지곤 한다.
약속한 11명의 산우들이 드림관광 25인승에 몸을 싣고 가야산으로 가는데 화성휴게소에서 남기인 산우를 동승시키기 위해 잠시 휴식이다. 아침을 먹지 못한 친구들이 많은데 다른 날 같으면 우동이라도 한 그릇 사 주련만 이 총장은 무언 무답이다. 휴게소 메뉴판만 쳐다보고 승차했는데, 이 총장 손에 델리만쥬 빵 봉지가 들려 있다. 3개씩 배급이다. 아침을 거르고 온 산우들이 있어 배가 고팠나 뒤에서 원무표 삶은 고구마와 나 원장표 사과가 산우들의 배를 기쁘게 하였다.
9시50분경 가야산 들머리에 도착하여 집에서 키운 조롱박을 산우들께 선물하기 위해 널찍한 돌판에 12개를 늘어놓고 골라 가지게 했다. 각자 자신의 취향에 따라 크고 튼튼한 것을 좋아하는 산우가 있는가 하면 작은 바가지를 좋아 하는 산우가 있었다. 본 기자가 퇴비 2포대를 공급하여 정성껏 길러 육질이 두꺼운 복 바가지니 자주 이용하여 복을 많이 가지시길 기원하네. 하나씩 가진 산우들 석문봉을 향해 가는데 620미터 쯤 가니 남연군묘가 있었다.
대원군이 천자를 2대에 걸쳐 낳을 수 있다는 명당자리를 지관 정만인의 말을 듣고 연천에 있던 아버지 묘를 이곳에 옮겼다는 설명이다. 남연군묘자리는 원래 가야사라는 절이 있었는데 불을 지르게 하여 그곳에 묘를 옮겼다는 설이다. 오늘날에도 생거 진천 사거 용인이라는 전설처럼 대통령을 만들기 위해 조상의 묘를 용인에 옮기는 일들이 있기에 풍수지리는 앞으로도 유효할까 생각해 본다.
남연군묘를 둘러보던 산우들이 늦게 도착하는 사이에 기인 산우는 토종닭집 아주머니를 만나 예산 동동주 2병과 맛깔나는 두부 2모를 사왔다. 하산하여 이곳에서 토종닭 백숙을 먹기로 하고 들머리에 진입하여 옥양봉(621.4미터)을 향해 갔다.
10여분 가다가 모두들 뱃속이 허접했는지? 김 회장이 가져 온 생굴에다 예산 동동주로 입산주를 걸치잔다. 내가 나눠준 복 바가지에 막걸리를 따르고 건배를 하니 꿀맛 같은 생굴이 금새 동이 났다. 나는 순단표 청송 유기농 사과를 반 개씩 돌렸다. 체력을 보강했으니 이젠 올라야 한다.
옥양봉까지는 1.4킬로미터, 천천히 발길을 옮겼다. 중간에 쉬면서 이 총장이 젤리과자와 사탕을 배부하였고, 전 작 산우가 마나님께서 저녁내 끓인 대추차를 한 그릇씩 돌리니 마시는 산우들의 얼굴이 기쁨으로 가득 찼다. 지나가는 여자 등산객 경남 사천산, 인천에 거주한다는 아주머니가 헉헉 거려서 내가 표주박에 받은 대추차를 마시라했더니 매우 고마워했다.
그 여인과의 대화가 끝난 후 산우들의 입에서 경상도 여자들이 싹싹하고 좋다는 말과 대구 경북 여자들이 예의바르고 상냥하며, 부산 쪽 여자들은 말씨가 강하며 억양이 세다는 평들이다. 아마 전라도 여자와 사는 우리들의 반감이 그런 칭찬으로 기대 섞인 말들이었으리라 생각된다. 남의 떡이 커 보이는 법이니... 악착같이 살려는 좋은 모습이 여유롭지 못한 흔적으로 여겨지니 우리 마나님들이 남편들의 숨은 마음을 조금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1시간 반 만에 옥양봉에 도착하여 먹산회답게 토속두부에다 묵은 김치를 말아 먹으니 막걸리가 술술 아니 들어가겠는가. 조금 아쉽지만 토종닭 백숙을 생각하며 마감하고 석문봉(653미터)을 향해 출발이다. 얼마를 갔을까? 썬그래스를 낀 이쁜 여자 산악회원들이 한 무더기 오르고 있어 우린 가던 길을 비켜 손도 잡아주고 이쁘다는 멘트도 섞어가며 숨을 고른 다음, 계속 갔다.
전작 산우가 아침에 볼 일을 가야산에서 치를 요량으로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시원하게 밀어내기 한판 했다는 소식이다. 건강에 매우 유익한 일이지만 신원우 산우가 봤더라면 한 소리(?) 들었을지도...ㅋㅋㅋ
석문봉에는 태극기가 펄럭이고 있었다. 거기에도 썬글래스 미인들이 사진을 열심히 찍고 있었다. 젊음의 기운이 내 얼굴에 막 쏟아지는 진한 쎅시함을 느꼈다. 우리도 한때 저런 풋풋함이 넘친 마누라를 옆에 두고 살았었는데...ㅎㅎㅎ
석문봉 표석 뒤에는‘내포( 해미 앞 포구 인 듯)의 정기가 이곳에서 발원하다’는 말이 적혀 있었고, 서쪽에 자리한 해미읍 산악회원들이 벌써 백두대간을 2001년9월9일에 종주했다는 흔적의 기념탑도 있었다.
우리 시산회도 언젠가는 백두대간을 종주하여 그런 기념할 만한 행사를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차례가 되어 이렇게 저렇게 여러번 사진을 찍은 후, 가지 못 할 가야봉(678미터)쪽을 한번 쳐다보고, 저 멀리 보이는 내포와 서산시를 둘러본 다음 하산을 했다.
점심을 먹을 식당까지는 2.03킬로미터, 가파른 옥양폭포 계곡을 조심해서 내려왔다. 2시10분경 들머리에 원위치 했다. 식당에 도착하니 시장기가 발동했던지 나르기가 무섭게 밑반찬이 동났다. 50대 아저씨는 이쁜 마누라 덕분에 써빙을 열심히 하지만 동작이 못 따른 듯 부산 났다. 동치미 맛이 기가 막혔는데 쏘맥으로 한잔씩 건배! 시산회원들의 건강을 위하여! (위하여!)...
장닭을 잡았는지 닭이 크고 쫄깃쫄깃하였다. 어느 정도 배를 채운 다음 회의를 진행, 산과 시 책 발행과 관련하여 의논하였다. 150부 정도 500만원의 소요금액을 회원들의 찬조금으로 충당해야 하니 많은 협조를 부탁한다는 요지였다. 나는 부부가 참석하다보니 2인분이 되어 무지 사진이 많단다. 찬조를 더 많이 하라는 무언의 압력이다. 이럴 줄 알았다면 나도 혼자 다닐 걸... ㅎㅎㅎ
순단 씨에게 이 사실을 알려서 산과 시의 책자발행에 일조하도록 하겠다. 아무튼 협찬을 많이 하도록 합시다. 맛있는 죽이 나와 입맛을 돋우니 또 열심히 먹을 수밖에..., 부족 할 것을 염려하여 밥을 요청 하였더니 이쁜 주인아주머니는 미남들만 있는 12명의 시산회원 근처를 자주 들락거리며 써빙에 열심이다. 아예 솥을 가져다 주면서 누릉지를 알아서 처리 하란다. 김용우 산우는 적당히 긁어서 배분하고 누릉지는 나에게 인계하였다.
물을 붓고 끓이니 숭늉이 맛나게 보였다. 근처에 있는 식구들에게 배분하고 또 물을 부어 이경식 산우가 가지고 온 컵 라면을 알맹이만 넣어 끓인 라면탕까지 맛을 보았다. 신기한 듯 김 회장이 열심히 사진에 담아 내가 갑자기 주방장으로 등극하게 되었다. 배가 무지 부르다. 이젠 동반시를 읊잔다. 정상에서 읊었어야 할 시를 비닐천막 안에서 읊으니 그런대로 색다른 맛이 있어서 좋다.
"저녁 노을, 낮은 한숨으로 지는 그대" / 정남석
여름 한낮 구름의 얼굴
하늘 푸른 거울에서 하야말간 낯을 지우며
햇빛은 우리 사랑의 물기를 고양이처럼 핥는다
길 떠난 사랑 또한 오지 않고
먹을거리 가게의 처마 끝엔
웬일인지 여름 고드름이 무장 열리고
오지 않는 뜨거운 사랑을 견디며
고드름을 서서 따먹는다
꼬드득, 씹는 혀끝으로 내 사랑 부르리라
사랑은 지루하게 더디고
구불구불한 날들의 끝처럼
텅 마른 그대 날 저물 듯이 오리라
그대, 구름 같은 그대
하늘 푸른 거울에 낯 붉히며 비치는 구름이여
저녁노을, 낮은 한숨으로 피었다
지는 그대
우리는 만나면 늘 반갑다. 우리는 과거와 현재를 같이 하고 있고 미래를 같이 할 산우들이기 때문이다. 사랑도 그러하다. 과거에 부서질 뻔한 일이 있었으면 포근하게 보듬어줄 수 있기에, 현재가 괴로우면 같이 가면 어려움은 반감된다. 미래는 희망이므로 함께 오르면 즐거움은 그 몇 배가 되기에 우리들은 항상 반갑다.
새벽에 길을 걷는데 갑자기 주변이 어떤 소리로 가득해졌어요. 환청 같은 소리들. 작은 알갱이들이 일제히 떨어지는 소리들. 살펴보니 그건 일기예보에서 들은 대로 말하자면, 첫눈다운 첫눈 이 아스팔트로 떨어지는 소리였어요. 영상 15도일 때, 소리는 시속 1,200㎞의 속도로 날아간다더군요. 첫눈다운 첫눈 이 떨어지는 소리는 내 곁에 있다고 치고, 그럼 지난 여름에 들었던 빗소리는 지금쯤 어디까지 날아갔을까요? 달까지? 혹은 화성 정도? 그렇다면 그 시절, 우리의 웃음소리들은 또 어디까지 날아갔을까요? 그 한숨소리는 또 어디까지...? (시평 김수연 소설가)
먹고, 마시고 동반시도 읊었으니 가야 할 곳이 어디 이겠는가? 바로 덕산 온천이다. 때 빼고 광내야 오늘 백숙 먹은 기분을 집에다 퍼 부를 것 아닌가. 이 총장은 남아있는 회비도 넉넉하지 못하니 그냥 상경 했으면 한 눈치이나 회원들은 막무가내다. 내일 어찌 되었던 오늘이 기뻐야 하지 않겠냐는 속셈이 아닌가? 1시간 동안 열심히 닦고 광을 낸 후 애마에 몸을 맡기고서 서울로 향하였다.
오늘의 기자 박형채 씀.
년말이라 그런지(?) 이일 저일로 모두가 바쁘다. 주간 일기예보에 다음 주 부터는 추위가 찾아온다고 한다. 산우들 모두가 감기에 조심해야만 하겠다. 금년 한 해도 특별히 보람된 일도 없이 쉬이 지나가 버린 것만 같다. 지난 한 해 동안 시산회 산행의 발자취를 더듬어 본다. 101회 백운봉 시산제를 시작으로 이번 124회 충남의 도립공원인 덕산의 가야산(옥양봉, 석문봉)까지의 즐거웠던 추억이 눈앞에서 아른거린다.
100회의 산행중 서울 근교에 있는데도 아직 가 보지못한 광교산, 수리산, 대모산, 운길산, 불암산, 대모산, 우의령, 청계산(양평)과 그리고 원거리의 백운봉, 구병산, 덕숭산, 병풍산, 설악산, 해명산, 함백산, 가야산... 모두가 우리들 어머님의 품속과 같은 포근하고 아늑하기만 한 산들이었다.
구병산 산행 후 뒤풀이 시 맛있게 먹었던 민물고기 매운탕(이건 김정남 왕회장의 친구가 대접한 것이기에 더더욱 맛이 있었지...), 이 총장은 당일 왕 회장의 디카를 구병산 산신령께 선물하고 왔었지(못내 아쉬워 지금까지 두 산우의 씁쓸한 추억이지만...). 충남의 덕숭산(수덕사)과 설악산(12선녀탕) 산행 후 온천욕과 함께한 바닷가에서의 즐거운 뒤풀이(몸에 좋다는 맛있는 생선회로 했었지...).
모처럼 배를 타고 강화도를 건너 갈매기의 환영을 받으며 함께한 인천 석모도의 해명산 산행과 천 미터의 산 정상 근처(만항재)까지 차로도 갈 수 있었던 함백산(그 날 뒤풀이는 나 원장이 맛있는 횡성한우를 쐈었지...), 최승식 친구가 근무하고 있는 담양에 있는 병풍산과 이번에 갔었던 덕산의 가야산(석문봉)도 좋은 추억으로 남는다.
산의 높낮이를 떠나 모든 산들이 사계절 특색이 있고 아름다웠던 곳이었다. 년 초에 계획하였던 아직 가보지 못한 국립공원 두 곳(내장산, 주왕산)과 백두산 산행을 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하지만, 영국 산악인 '조지 말로리'가 말했듯이 산이 그 곳에 있으니 오르고 싶은 산들이기에 언젠가는 가야만 할 산들이다. 그때까지 모든 산우들이 자신의 건강관리에 좀 더 신경써야만 할 것이다.
다음 주 12월 19일(토), 납회 산행을 관악산(13시, 사당역 4번출구)으로 정했다. 산행후 납회(17시, 서울대입구역 1번출구)를 가질 예정이므로 산행에는 참석을 못하더라도 납회 때에는 많은 참석을 바란다. '새로운 술은 새 그릇에 담아 마셔야 제 맛이 난다'고 당일, 금년 집행부의 결산보고와 함께 후임 집행부의 선임이 있을 예정이다.
후임 회장은 작년 납회 때에 거론 되었듯이 그동안 총장을 맡아 고생을 하신 이재웅 총장이 맡고, 후임 회장(이재웅)이 함께 이끌어 가야할 총장을 지명키로 되어 있다. 언젠가는 한 번씩 집행부를 맡아 희생과 봉사의 정신으로 이끌어 가야만 하기에 '매도 일찍 맡는 것이 낫다'고 후임 총장으로 지명받은 산우는 시산회의 발전과 화목을 위하여 잘 해 주실 것으로 믿고 사전 수락 여부의 의사를 묻지 않았으니 참고하시기 바라며, 만약 수락을 하지 못 하겠다면 벌금으로 5백만냥을 시산회에 기부하시기 바란다.
'산과 시' 책자 발간은 가능한 납회(늦어도 동창회 송년회) 날짜에 맞춰 납품을 받기로 하고, 현재 김정남 왕회장이 마지막 교정 중에 있다. 김정남 왕회장은 인쇄에 차질이 없도록 이번 주말까지 힘써 주시길 부탁하고, 발간에 따른 협찬금은 12월 15일까지 이재웅 총장에게 송금해 주시거나 협찬금액을 약속해 주시길 바란다. 모든 산우들의 건강과 함께 가정의 행복을 기원하면서...
을왕리에서 김종화 올림.
동반시다. 언론인 남궁 덕의 시평이다.
달랑 한 장 남아있는 달력이 '마지막 잎새'같네요.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사람들은 송년회라는 통과의례를 벌이고 있습니다. 잡을 수도 막을 수도 없는 시간에다 대나무처럼 마디를 만들려는 것 같아요. 물론 가는 세월을 막을 순 없지만, 절망의 끝자락에서 희망의 꽃망울을 찾는 시인의 혜안이 돋보입니다. 마지막 심지가 연소할 때야말로 '눈을 뜰 때'라는 외침은 산고(産苦)를 연상시키고, 새 생명을 떠올리게 합니다. 동트기 전이 가장 어둡다는 말은 언제 들어봐도 즐거운 희망가입니다.
12월 / 오세영
불꽃처럼 남김없이 사라져 간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스스로 선택한 어둠을 위해서
마지막 그 빛이 꺼질 때.
유성처럼 소리 없이 이 지상에 깊이 잠드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허무를 위해서 꿈이
찬란하게 무너져 내릴 때.
젊은 날을 쓸쓸히 돌이키는 눈이여,
안쓰러 마라.
생애의 가장 어두운 날 저녁에
사랑은 성숙하는 것.
화안히 밝아 오는 어둠 속으로
시간의 마지막 심지가 연소할 때,
눈 떠라, 절망의 그 빛나는 눈
2009년 12월 17일
詩를 사랑하는 山사람들의 모임 詩山會 도움쇠 김정남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