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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강화도 고려산과 진달래꽃(詩山會 제158회 산행)

강화도 고려산과 진달래꽃(詩山會 제158회 산행)

산 : 고려산(436미터)

코스 : 청련사 입구 -고려산정상 -진달래군락지 -고인돌군 -낙조봉 -미꾸지고개

소요시간 : 4시간

일시 : 2011년 4월 23일(일) 10시

모이는 곳 : 전철 2호선 당산역 8번 출구

준비물 : 막걸리, 안주, 과일, 사진기(하산 후 대명포구에서 광어나 농어회로 신나는 뒤풀이 예정)

연락 : 박형채(011-250-5382))

블로그 : 사진 blog.daub.net/sisan20

산행기 blog.daum.net/yc012175

카페 cafe.daum.net/K-20

 

 

1.시를 통한 시론

 

밥이나 먹자, 꽃아  -  권현형(1966~ )

나무가 몸을 여는 순간

뜨거운 핏덩이가 뭉클 쏟아지듯

희고 붉은 꽃떨기들이

허공을 찢으며 흘러나온다

봄 뜨락에 서서 나무와 함께

어질머리를 앓고 있는데 꽃잎 하나가

어깨를 툭 치며 중심을 흔들어 놓는다

누군가의 부음을 만개한 꽃 속에서 듣는다

오래 전 자본론을 함께 뒤적거리던

모임의 뒷자리에 말없이 앉아 있던

그 큰 키가 어떻게 베어졌을까

촘촘히 매달려 있는 꽃술들이 갑자기

물기 없는 밥알처럼 푸석푸석해 보인다

입안이 깔깔하다

한 번도 밥을 먹은 적 없이

혼자 정신을 앓던 사람아 꽃아

모를 일이다 누가 아픈지

어느 나무가 뿌리를 앓고 있는지

꽃아, 일 없이 밥이나 먹자

밥이나 한 끼 먹자

‘희고 붉은 꽃떨기’가 쏟아지는 계절이다. 첫 연 꽃 피어나는 모습을 ‘뜨거운 핏덩이가 뭉클 쏟아지듯/허공을 찢으며’라고 격렬하게 표현하고 있다. 긴 한설과 결빙의 혹한 지나왔기로서니 뭐, 순환하는 자연현상을 이렇게까지나 과하게? 그럴 만한 연유 있었다. 젊음의 순결했던 한때를 함께한 적 있었던 그의 부음이 날아왔기 때문. 사람의 말이든 시의 말이든 뒤까지 들어봐야 할 일. 만개한 봄꽃 속에서 아는 누구의 부음을 들어보라. 욕지기 같은 게 뭉클 쏟아질지도. ‘그 큰 키가 어떻게 베어졌을까’ 아름다운 회한의 구절 그렇게 태어나고, ‘혼자 큰 키(순수한 정신)를 앓던 사람아 꽃아’ 탄식 솟고. 일찍 간 너도 아팠겠지만, 오늘 나도 뿌리까지 아파 딴청을 한다. ‘일없다, 꽃아, 밥이나 먹자’고. <이진명·시인>

 

젊은 시절, 수 년을 혼신의 힘을 다해 열심히 공부하고 마지막으로 생각하고 치뤘던 시험에서 떨어졌을 때, 생각난 것이 밥이었다. 배가 고파서가 아니라 허전해서, 안타까워서였을 것이다. 허전한 마음을 채우는 것이 밥이었다고 생각한 것이다. 달리 할 일도, 해 볼 도리도, 만날 사람도, 돈도 없었다. 또 1년을 기다려야 하는 절망감, 1년 간의 절망감, 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공부로는 성공할 자신이 없어 그만 두었다. 그럴 때는 밥이 유일한 위안일 수 있었겠다. <도봉별곡>

 

2.산행기

제157회 청계산 산행기 (2011. 4. 10 일, 맑음)

참석인원(14명) : 고갑무, 기세환, 김용우, 남기인, 박형채, 신원우, 위윤환, 이경식, 이재웅, 이계신, 이원무, 임용복, 한양기.

 

산행 개요

10:00~10:10 대공원역 집합 후 산행.

12:10~13:00 헬기장 도착 후 간식(산행시 낭독)

13:45 청계사 관람(산행완료)

14:10 백운호수 이동(장군집 식사)

16:00 인덕원 전철역 해산 (등산 소요시간 : 약3시간)

 

아침 일찍 일어나 일기예보를 챙겨보며 등산장비를 점검하고 나오는데 아파트 화단에 우아하게 만발한 목련꽃이 유난히 곱다.

4월은 목련꽃 그늘아래서 흐드러지게 잠들고 싶다. 지나간 세월이 타임머신을 타고 어느새 학창시절로 달려간 듯한 착각 속에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지하철은 일요일인데도 우리또래의 노인들로가득하다. 우리나라도 선진국처럼 노령화 사회로 어느새 접어 들었나보다. 노후준비가 되지 않는 사람에게는 큰 고통이 아닐 수 없다. 백세 보험가입 운운하지 않던가 ---.

 

눈을 감고 명상에 젖어 건강하게 오래 살아야지 되뇌면서 하나하나 생각에 잠긴다. 안전하게 산행을 즐기며 건강효과를 극대화하려면 먼저 자신의 신체 만성질환을 잘 관리해야 하지 않을까?

퇴행성관절염이 있으면 3km 미만의 완만한 흙길 등산로를 1 시간 이내로 걷고, 내려 올 때는 더 천천히 걸어야 한다. 스틱을 이용하면 다리로 갈 하중의30%가 팔로 분산하여 하산 한 뒤, 귀가 할 때까지의 관절피로를 고려하여 움직여야한다. 올라갈 때40%, 내려올 때 30%, 귀가할 때 30% 정도가 좋겠지. 요통과 어깨를 다친 사람은 몸이 뻣뻣한 상황에서 바로 준비운동을 하지 말고 일단 느린 보행등으로 체온을 높이고 난 다음 스트레칭을 해서 관절을 풀어주어야 한다. 하산 후엔 더운물 목욕으로 근육을 충분히 이완시켜야한다. 우리회원 몇몇도 어깨 때문에 수술도 하지 않았던가?

 

심장 질환. 고혈압이 있으면 운동하다 돌연사 할 가능성이 일반인의100배라하니 반드시 천천히 걸어야한다. 50대의 경우 최대 심박 수를 1분당 120~130이하로 유지하고, 평소 혈압을 수축기180mmHg 이완기110mmHg 이하로 조절해야 안전한 등산이 가능하다.

 

당뇨병환자는 식사를 마치고 1~2시간 뒤, 인슐린 투여 후에는1시간 지난 뒤 등산을 해야하고, 이보다 빨리 산에 오르면 저혈당이 유발된다. 식전 혈당이 300mg/dl 이상 일때는 등산하면 위험하다.

다리가 쥐가 나면 반대쪽 다리부터 마사지하고 쥐가 난 쪽을 마사지하면 된다. 처음부터 쥐가 난 다리를 주무르면 인대가 손상될 수 있다. 이 생각 저 생각하다가 눈을 떠보니 대공원역에 도착하여 예정도착시간보다 10여분이 지연되었다. 바삐 서둘러 약속된 출구로 나가니 13명의 회원들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개선장군처럼.ㅋㅋㅋ

 

과천대공원 주변 산길을 따라 1시간정도 오르니 주변 개나리, 진달래꽃으로 무척 한적하기만하다. 청계산 등산길이 오늘따라 고향시골 뒷동산처럼 무척 정겹다. 그래서 그런지 쉽게 헬기장에 도착하여 간식을 맛있게 먹고 박총무님의 정의감 있는 과거사도 무척 인상 깊게 듣고, 막걸리도 한잔 얻어 먹었다하니 이조시대에 태어났더라면 박00 어사또 나리 납시오 했을 끼여---. 이재웅 전 회장께서 오렌지 주스 원액을 꺼내 나눠주니 마치 몇 십년 만에 고향에 간 아들에게 어머니가 아낀 음식을 나눠 주는 듯 무척 정겨웠다. 고마우이, 친구야!!! 간식을 마치고 청계사에 들러 옆으로 누워있는 부처님 상을 잠시 감상하고, 우담바라가 이 절에서 발견했다고 한다. 청계사는 고려 충렬왕 때 창건 하였으며, 조선시대에 이르러 선종의 총본산으로 한국 불교사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불교계의 대표적 사찰이다.

 

2011. 4. 10. 이 원 무 올림

 

3.산행지

강화읍내에서 5㎞쯤 떨어져 있는 고려산은 고구려의 장수 연개소문이 태어났다는 전설을 갖고 있다. 강화도가 고구려 영토였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산 중에 고구려 장수왕 때 창건한 적석사 절이 있으며 절 서쪽 정상으로 오르면 낙조봉이 있다. 그 곳에서는 서해 수평선 바닷물을 붉게 물들이며 해지는 광경을 볼 수 있는데 낙조봉에서 바라보는 서해 석양은 강화8경중 하나로 꼽힌다.

 

낙조봉 정상에는 억새밭이 넓게 분포되어 있어 연인들이 추억의 사진을 찍는 곳이기도 하며 정상을 따라 20분 정도 걷다보면 솔밭 산림욕장이 있고 그 안에는 지석묘 군락지가 있다. 낙조봉 정상과 낙조봉에서 고려산 가는 능선 몇 백 미터 지점에 억새밭이 있으며. 능선은 소나무 숲으로 우거져 있다.

옛 명칭은 오련산(五蓮山)이다. 416년(고구려 장수왕 4)에 중국 동진의 천축조사가 이 산에 올라 다섯 색상의 연꽃이 피어 있는 오련지를 발견하였는데, 이 연꽃들을 하늘에 날려 이들이 떨어진 곳에 적련사(적석사)와 백련사·청련사·황련사·흑련사를 각각 세웠다고 한다.

 

지금 진달래꽃이 한창이란다. 진달래꽃 산행을 즐기고 내려오면 대명포구에서 자연산 광어와 농어가 기다릴 것이다. 임삼환 산우와 기세환 산우는 옛날의 회에 대한 답례를 받아야 한다. 세속의 티끌을 다 털고 하루쯤 즐겨보자. 처음에는 버스로 가려했으나 강화까지 가서 파전만 먹고 올 수 는 없는 일. 하여, 신청자가 적어 집행부와 상의하여 12인승 승합차로 가서 대명포구에서 맛난 광어와 농어회를 먹고 오기로 했다.

 

4.동반시

제주도 성산포 일출봉 밑에는 유채꽃이 한창이겠다. 일출봉에 처음 올랐을 때 몸 속에서 전율이 일어났던 기억이 생생하다. 언제 다시 올라보나 하는데 기회가 생기지 않는다. 애들이 다녀오라지만 비행기를 타는 것은 내키지 않고, 장흥 노력항에서 제주 가는 쾌속선이 있다는데 장거리 운전이 싫을 정도로 요즘 매사가 허전하고 심드렁하다. 시인은 그곳에서 이승의 마지막처럼 왜 허무를 느꼈을까. 궁금하다. 전에는 그 언덕에서 바다를 향해 몸을 던져 자살한 사람도 있었다지. 그래, 죽음이란 새로운 세상을 여행하는 것이지. 저승은 새로운 세상이고, 새로운 세상을 여행한다고 생각하면 죽음이란 두려운 것도 아닐 것이다. 새로운 세계를 향해 즐겁게 출발한다면 죽음이 무섭지 않으리라. 현명하고 자비로우신 부처님은 죽음을 두려워 하는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해 환생과 열반을 말씀하셨다. 뭐든 끝은 없다고 한다. 영원히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는 부처님 말씀에 다름 아니다. 끝 뒤의 시작이 있고 시작 전의 세상도 있었을 것이다. 장자의 나비처럼 저승에서 보면 이승이 저승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무화과 나무 숲에서는 꽃을 찾을 수 없듯이, 모든 존재를 영원한 것으로 보지 않는 사람은 이 세상도 저 세상도 다 버린다.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 버리듯. 우리들을 삶과 죽음에 얽어매는 것은 집착이다. 그 집착을 조금도 갖지 않는 사람은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 버리듯, 이승과 저승을 다 버린다. 부처님은 이것들을 허무라 했고 공(空)이라 하셨다. 부처님 탄신일에 즈음하여 올리는 2,500년 전의 부처님 말씀이다.

 

허무를 향해 / 박재삼

 

제주 성산포에 처음으로

쫒겨오듯 와서

어쩔거나

화산 분화구 같은 곳에 빨려들 듯하면서

햇빛 속에 세상은 이리 허전하고

밑도 끝도 없이 묻히고 싶구나.

멀리 바다에서는

바람과 함께

하얀 파도가

연방 밀려와서는

천 년 전에도 했을

지겨운 반복을 귀찮지도 않은지

허무를 향해 부지런히 하고 있고

아, 가까이 유채꽃은

눈이 모자라게 흐드러지게 피어

이승의 마지막처럼 눈부신데

사람은 한번

지독하게 사랑을 한들

반드시 끝장이 있는 사실을

곰곰이 새로 느끼며

파도의 영원을 멍청히 보고 앉았네.

 

2011년 4월 22일 새벽에

詩를 사랑하는 山사람들의 모임 詩山會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