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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예봉산과 두물머리(詩山會 제162회 산행)

예봉산과 두물머리(詩山會 제162회 산행)

산 : 예봉산

코스 : 팔당역-예봉산-예빈산-팔당역

소요시간 : 4시간

일시 : 2011년 6월 12일(일) 10시

모이는 곳 : 중앙선 팔당역

준비물 : 막걸리, 안주, 과일, 사진기(하산 후 보리밥 혹은 오리훈제로 뒤풀이 예정)

연락 : 박형채(011-250-5382))

블로그 : 사진 blog.daub.net/sisan20

산행기 blog.daum.net/yc012175

카페 cafe.daum.net/K-20

 

1.시를 통한 시론

봄날 피고진 꽃에 대한 기억/신동호

 

나의 어머니에게도 추억이 있다는 걸

참으로 오래 되어서야 느꼈습니다

마당에 앉아 봄나물을 다듬으시면서

구슬픈 콧노래로 들려오는 하얀 찔레꽃

나의 어머니에게도 그리운 어머니가 계시다는 걸

참으로 뒤늦게야 알았습니다

잠시 고개를 갸우뚱하시며 부르는

찔레꽃 하얀 잎은 맛도 좋지

손은 나물을 다듬으시지만 마음은 저편

상고머리, 빛 바랜 사진 속의 어린 어머니

마루 끝에 쪼그려 앉아

어머니의 둥근 등을 바라보다 울었습니다

추억은 어머니에게도 소중하건만

자식들을 키우며 그 추억을 빼앗긴 건 아닌가 하고

마당의 봄 때문에 울었습니다

 

 

산우들의 애경사가 잦아지는 것을 보니 이제 우리들도 나이 들어 어머님들이 귀천(歸天)하는 경우가 많아진다. 내 어머님은 자신의 소원대로 양로원의 마당에 벚꽃이 만개할 때 돌아가셨다. 하여 벚꽃이 만개할 때는 유난히 어머님 생각이 난다. 어머님의 빛 바랜 사진첩을 보면 젊은 시절의 그 분은 큰 키에 손목시계를 찬 모습은 멋스러웠고 참으로 고왔다. 1919년생이니 삼일운동의 해에 태어나서 일제강점기, 해방, 한국전쟁등 역사의 격동기를 고스란히 온몸으로 겪으며 비명에 가신 부모님과 자식들을 가슴에 묻었으니 회한이야 오죽 컸겠는가. 당시의 분으로서는 또래들보다 조금 더 배워 큰 뜻을 품었으나 이루지 못하고 마지막에 양로원 설립으로 꽃을 피우고 양로원을 2월 말일에 증축하신 후 4월8일에 돌아가셨다. 포도 과수원 시절, 상품성이 떨어진 포도를 동네사람들에게 나눠주실 때, 내가 집에 있으면 마을 처녀들은 못 오게 하셨는데 그 의미를 생각해보면 지금도 절로 웃음이 나온다. 공부하는 학생이 연애에 빠져서는 안 된다는 의도였으니 깊으신 뜻을 모르겠는가. 모깃불을 피워놓고 수박을 먹는 날은 별똥별이 떨어지는 까만 하늘을 쳐다보며 처녀시절의 연애담과 신혼의 행복담을 펼치는 표정은 지금도 눈에 선하고 맑은 목소리는 귀에 쟁쟁하게 들리는 듯하다. 나도 나이 들어 갈 길이 멀지 않아 귀천이라도 해야 어머님을 뵐 수 있을 것이니 앞으로는 박수호 친우의 말처럼 ‘착하게 살다’ 가야 한다. 시를 읽으니 어머님이 유난히 그리워지는 새벽이다.

 

2.산행기

북한산 산행기(시산회 제161회 산행)/한천옥

1. 일시 : 2011. 6. 12일(일) 10:00(수유역 1번 출구 집결)

2. 참석자(12명) : 신원우, 이원무, 이재웅, 조문형, 임삼환, 김정남, 전원식, 박형채, 나창수, 김종화, 한양기, 한천옥

잠시 멈춰 서서 바라볼 시간조차 없다면, 그것이 무슨 인생이란 말인가?

(동반시 데이비스의 ‘여유’에서)

일상에서의 논쟁이나 다툼의 원인이 잠시의 시간적 여유, 아주 작은 마음의 여유조차 없음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조그마한 마음의 여유를 되찾은 초대 회장, 총무님께 진심어린 박수를 보내며, 7년 묵은 체증이 확 뚫리는 느낌이다.

 

마나님께서 준비해준 사과, 오이, 홍주, 얼린 물을 배낭에 담고 있는데 원식이 한테서 전화다.

왠일로?

 

처음으로 참가하려는데 수유역에서 보잔다.

오우~케이~, 대환영!

7시가 되기도 전에 문자로 참석을 권유한 덕분이었을까? 물어보아야겠다.

10시까지 수유역에 도착하려면 9시 이전에 집에서 출발해야겠지?

건대역에서 2호선을 타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에서 바꾸어 타고 수유역에 도착하니 10분전이다. 1번 출구를 찾아 두리번거리는데 앞에서 정남이도 열심히 찾는 중이다. 출구를 나오니 저쪽 나무그늘 아래에서 반갑게 손을 흔드는 모습들이 보인다.

 

부지런한 친구들-재웅이, 문형이, 원우, 원무, 삼환-이 반갑게 맞이한다.

10시가 되어 형채, 원식이, 창수, 종화, 양기까지 나타나니 총 12명이다.

택시 3대를 잡아 네 명씩 아카데미하우스까지...

칼바위 능선 오른쪽 옆 계곡길 코스로 1차 목적지인 대동문을 향하여 렛츠 고우~!

수량은 적어 약간 아쉽기는 하지만 근사한 폭포에서 휴식을 한번 취하고 바로 대동문까지 한 시간쯤 걸렸을까?

대동문 앞에서 인증샷!

근사하다.

 

옛 휴게소 쪽으로 나오니 인파가 장난이 아니다.

어렵사리 좋은 자리를 잡고 각자 배낭을 풀기 시작하였다.

먹산회의 전통이 여전히 이어져오고 있다는 느낌이다.

 

막걸리와 홍주를 각자 취향에 따라 잔에 채우고 건배!!!!

건배사는 오늘 처음으로 참가한 원식이가 한마디, 그리고 이어서 산행시 낭송까지...

고교시절 문학의 밤에서 시낭송하던 모습이 잠시 스쳐 지나갔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서너 순배 돌고나서 총장님의 긴급동의!

최근에 폭풍처럼 몰아닥친 애경사에 거의 바닥이 보이는 시산회 재정상태를 개선하기 위한 묘안을 모색해보자는...

묘안은 무슨?

년회비를 조금씩 더 각출하여 재정상태를 호전시켜야지!

그런데, 논의과정에서 해묵은 해프닝이 또 발생하였으니!

 

에헤라, 오호통재라!

미봉책으로 덮어놓고 다음코스로 출발!

대성문으로 가는 길목의 전망 좋은 포토존에서 다시 인증샷!

대신 대성문은 스쳐 지나고 대남문까지 쭈~우~욱~

대남문에서도 인증샷 하나는 있어야겠지?

문수사까지는 오른쪽 길로 150m!

들려가야지!

엄청나게 커다란 바위 밑 천연동굴에 장엄하게 가부좌를 틀고 오른손을 들고 계신 석불-경주에 있는 석굴암의 석불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서울의 진산인 삼각산 정상에 자리한 문수사는 고려 예종4년(1109년)에 대감탄연국사께서 개산하였고, 국사께서는 주위의 절묘한 기암괴석과 경관 천연동굴에 매료되어 이곳을 불법의 유연찰토로 정하고 불우를 지어 문수암이라 하고 천연동굴을 문수굴이라고 명명하였습니다.’

문수굴 앞에서 두 손을 모으고 석불님께 무슨 소원을 빌었는지 아니?

‘7년 묵은 체증을 시원하게 뚫어 달라고...’

문수사 바로 앞 비탈길에서 넘어져 등산복이 찢겨지고 무릎에 찰과상을 입은 여인의 상처에 1회용 붕대를 붙여주는 보시까지 하면서...

 

중간에 쉬지도 않고 구기동까지는 논스톱으로 하산!

뒤풀이고 뭐고 전혀 흥이 나지 않는 분위기에서 오늘은 회비도 절약할 겸 그냥 집으로 가자는 의견이 대부분이었으나 회장님이 오시고 계신다는 연락에 그러면 간단히 맥주 한잔씩으로 갈증을 달래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아 주막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있으니까 회장님이 도착하였고, 오늘의 분위기를 열심히 고자질하고 있는 차에 장본인 두 사람이 손을 마주잡고 들어오더니 악수를 하면서 중대 발표-앞으로 회의 시간에는 두 사람의 입을 붕대로 감아버리는 것으로 해 달랜다.

 

세상 참!

무슨 영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모두들 우뢰와 같은 박수!

문수굴 석불의 효험인가?

그 앞에서 넘어진 여인이 문수굴 석불의 현신이었나?

어찌됐던 7년 묵은 체증이 확 뚫린 기분이다!

다음 산행은 팔당역에서 예봉산을 거쳐 예빈산에서 팔당댐 주변의 빼어난 경관을 감상하고 천주교 묘역을 지나 내려오면 유명한 보리밥집이 있는데,

기분이다!

20명까지는 내가 쏠게!

시산회의 영원무궁한 발전을 위하여 파이팅!

시산회여!

영원하라!

화이팅!

시산회!

 

한천옥 올림

 

3.산행지

이번 산행은 예봉산을 거쳐 예빈산까지 가는 코스다. 한천옥 산우가 제안을 했는데 물도 그늘도 없는 코스라고 반대하는 산우들이 많다. 이때 박형채 산우가 물도 그늘도 있는 코스를 안다고 하자, 모두들 찬성. 특히 예봉산의 사나이 위윤환 산우는 마침 토요일 산행이니 꼭 참석하기 바란다. 흐린 날이면 팔당댐 밑 강의 빛깔은 에머랄드빛이니 기대하자. 마침 장마가 시작됐다는 기상청의 예보가 있으니 흐린 날에만 볼 수 있는 에머랄드빛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마침 한천옥 산우가 20명까지는 보리밥을 쏜다고 공언을 했으며, 오리훈제를 쏠 준비도 되어 있다는 산우도 있으니 물과 그늘이 있는 산행 코스를 알기도 할 겸 많이 참석하자.

지난 북한산행 때 한양기 산우와 나의 해프닝으로 산우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한 것에 대하여 따뜻한 이해를 바란다. 여태 우리들의 관계는 시산회의 ‘뜨거운 감자’와 ‘묵은 숙제’ 같았다. 또 고양이와 쥐와 방울의 설정관계라는 생각이 들면서 누군가는 방울을 달아야 하는데 내가 방울을 달기로 결심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세상은 저지르는 자가 변화시키며 죽자고 생각하면 못할 것이 없다. 내가 한 산우에게 소통이 부족하여 일어난 불상사이니 산우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서로 대화를 하여 맺힌 것을 풀어가자는 메일을 보냈고 그는 시간을 맞춰 만나자는 전갈이 왔다. 겸허하고 열린 마음으로 할 말은 하고 그의 말을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겠다는 마음을 가지면 사람끼리 대화로 풀어 안 되는 것은 없다. 요즘의 화두는 소통이다. 급하게 성장할 때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성장통’으로 생각하고 조용히 지켜봐주기 바란다.

4.동반시

동반시를 미리 정하고 이번에는 메일을 빨리 보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내 인생은 파란만장의 대명사 같은 것인지 반갑지 않은 일이 연이어 터져 이제 마무리한다. 시어는 어렵거나 복잡하지 않고 제목만큼이나 좋은 시라 생각한다. 아래 시평이 있으니 나의 시평은 다음으로 미루고 블로그에 올릴 때나 써보겠다.

-시평(김연수. 시인)

그런 밤길이 있었습니다. 갑자기 기온은 떨어지고, 경찰관처럼 바람은 온몸을 샅샅이 검색하고, 집은 생각보다 조금 더 먼 곳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그런 밤길.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다가 거기 구멍이라도 뚫린 듯 보름달이 떠 있는 것을 보고는 저 노란 달의 얼굴에 눈동자를 두 개 그려주고 싶다고 생각하는 그런 밤길. 그러면 그 달이 덜덜 떨면서 걸어가는 나를 내려다보겠지, 큰 눈꺼풀을 깜빡거리며, 그런 생각을 하면서. 얼어 죽겠다고 중얼거리면서도 달이 있으니 이 밤에 외로워서 죽는 사람은 아마도 없겠지? 라고 또 생각하면서. 그런 점에서 어떤 일이 있어도 쉬지 않고 지구를 도는 달도 좋은 달.

좋은 일들/심보선

오늘 내가 한 일 중 좋은 일 하나는

매미 한 마리가 땅바닥에 배를 뒤집은 채

느리게 죽어가는 것을 지켜봐준 일

죽은 매미를 손에 쥐고 나무에 기대 맴맴 울며

잠깐 그것의 후생이 되어준 일

눈물을 흘리고 싶었지만 눈물이 흐르진 않았다

그것 또한 좋은 일 중의 하나

태양으로부터 드리워진 부드러운 빛의 붓질이

내 눈동자를 어루만질 때

외곽에 펼쳐진 해안의 윤곽이 또렷해진다

그때 나는 좋았던 일들만을 짐짓 기억하며

두터운 밤공기와 단단한 대지의 틈새로

해진 구두코를 슬쩍 들이미는 것이다

오늘의 좋은 일들을 비추어볼 때

어쩌면 나는 생각보다 조금 위대한 사람

나의 심장이 구석구석의 실정맥 속으로

갸륵한 용기들을 알알이 흘려보내는 것 같은 착란

그러나 이 지상에 명료한 그림자는 없으니

나는 이제 나를 고백하는 일에 보다 절제하련다

발 아래서 퀼트처럼 알록달록 조각조각

교차하며 이어지는 상념의 나날들

언제나 인생은 설명할 수 없는 일들투성이

언젠가 운명이 흰수염고래처럼 흘러오겠지

 

2011년 6월 23일 장맛비가 내리는 아침에

詩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모임 詩山會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