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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도봉산 동문회 시산제(詩山會 제205회 산행)

도봉산 동문회 시산제(詩山會 제205회 산행)

산 : 도봉산

코스 : 도봉산역-광륜사 뒷마당(집합장소)-용어천계곡-제6휴식처(시산제)-마당바위-도봉산 입구

소요시간 : 3시간

일시 : 2013년 3월 9일(일) 9시 40분

만나는 곳 : 전철 1, 7호선 도봉산역 대합실

준비물 : 막걸리, 안주, 과일, 카메라, 아이젠

연락 : 조문형(011-259-2915)

사진 : blog.daum.net/sisan20

산행기 : blog.daum.net/yc012175

카페 : cafe.daum.net/K-20

 

1.시를 통한 時論

 

그대 앞에 봄이 있다 - 김종해(1941~ )

 

우리 살아가는 일 속에
파도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이
어디 한두 번이랴
그런 날은 조용히 닻을 내리고
오늘 일을 잠시라도
낮은 곳에 묻어 두어야 한다
우리 사랑하는 일 또한 그 같아서
파도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은
높은 파도를 타지 않고
낮게 낮게 밀물져야 한다
사랑하는 이여
상처받지 않은 사랑이 어디 있으랴
추운 겨울 다 지내고
꽃필 차례가 바로 그대 앞에 있다

인간사 새옹지마(塞翁之馬)라고 했다. 크고 작은 일에 일희일비하지 말라고, 음지가 양지 되고 양지가 음지 되는 게 세상사라고. 한 발짝 물러서 관조하는 달관의 인간상을 제시한 고사성어이다. 파도 높고 바람 드센 부산에서 나고 자란 강단 있는 단구의 시인은 참으라고 참는 법을 배우라고 그 너머에 봄이 있다고 조곤조곤 말한다. 세상 살아가는 데 파도치고 바람 부는 날이 어디 한두 번이겠는가라고. 그런 날은 조용히 닻을 내리고 오늘 일은 잠시 접어 낮은 곳에 두라고 권한다. 사랑하는 일, 사는 일 또한 그와 같다고 한다. 파도치고 바람 부는 날은 높은 파도를 타지 말고 낮게 낮게 밀물지어야 한다고. 크고 작은 상처 없는 사랑은, 삶은 없다고. 그 상처를 견뎌내면, 인고의 추운 겨울이 지나면 마침내 꽃이 피는데 그 꽃피울 차례가 겨우내 인내한 당신 앞에 있다고. 다시 봄 앞에서 참고 견딘다는 인내를 생각한다.[곽효환·시인]

 

개구리가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고 대동강물도 풀린다는 경칩이 지났으니 우리의 봄은 멀지 않았다. 혹독하게 추웠던 긴 겨울이 가고 나무에 물이 오르는 3월이다. '인간사 새옹지마'라는 말은 많이 들어왔지만 한 갑자(甲子)를 돌아 이순의 나이가 되니 머리와 가슴에 와닿아 제대로 이해가 된다. 빛과 그림자, 동전의 양면, 검의 양날, 물은 배를 띠우기도 하지만 전복시키기도 한다 등 비슷하게 쓰이는 말들이 많다. 계영배의 의미, 중용과 중도의 의미도 알게 된다. 사람에게는 자신의 그릇의 크기가 있다. 그 그릇에 모두 채우려 하지 마라. 반쯤 채우면 지혜와 지식도 들어오고, 겸손과 양보도 들어온다. 우정과 사랑도 들어온다. 중용과 중도도 들어온다. 그런 것들은 모두 좋은 것들이다. 배임, 횡령 들의 혐의로 수의를 입은 재벌 총수들이 나오는 TV 뉴스를 보면서 느끼는 소회는 남다르다. 회사의 자금은 주주들의 소유인데 겨우 3~4%의 주식을 갖고 있는 총수가 비자금을 조성한다는 것은 주주들에 대한 도둑질에 다름 아니다. 내가 겸손하지 못했던, 욕망으로 가득찼던, 방탕했던, 무식했던 한때를 떠올린다.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옛날이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는 구절이 어울린다.

<도봉별곡>

 

 

2.산행기

시산회 제204회 덕유산 산행기/김정남

참석 : 조문형, 염재홍, 한양기, 이재웅, 김종화, 나양주, 최광일, 김용우, 이원무, 고갑무, 김정남(11인의 산사나이들)

 

이번 산행은 예빈산으로 정했다가 나양주 산우가 속해 있는 공정위 산악회가 덕유산에서 시산제를 모시는데 시니어팀이 불참하게 되어 빈 자리가 많아 우리가 대신 참석하게 되었다. 2년 전에 가려고 했으나 출입금지되어 가지 못했던 코스라 조문형 총장은 가고 싶었나보다. 음식이 풍부하니 빈 몸으로 와도 된다는 전달에 빈 몸으로 집을 나섰다. 당초 코스는 구천동계곡-백련사-정상-오수자굴-백련사로 정했지만 나는 이미 가본 코스로 재미없는 코스라고 했더니 공정위 산악회 회장이 코스를 변경했다. 짐이 많아 곤도라로 올라가서 종주를 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이경식 산우가 늦잠을 자서 오지 못한다고 하니 아쉬웠다. 새벽에 깨었지만 함숨 더 잤다가 제 시간에 깨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약 30분이 지체되어 7시 30분에 과천정부청사역을 출발했다. 우리는 휴게소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는데 공정위 산악회는 커다란 찹쌀떡과 강냉이로 아침을 때웠다. 공정위가 세종시로 이사가서 대전에서 더 태웠다. 가는 도중 무주 부근의 산은 내린 눈으로 세상이 하얗게 변해 별천지 같다. 1차 목적지인 스키장에 도착하니 차량이 매우 많다. 겨울 스포츠로는 스키가 최고다. 곤도라를 기다리는 행렬이 무척 길다. 스키를 타러 오는 사람들만 있는 줄 알았는데 등산객도 많다. 기다리는 동안 슬로프를 내려오는 사람들을 보니 거의 젊은이들이고 스키운동은 젊은이들 운동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려오는 폼은 스키보다 보드가 훨씬 멋있다. 딸들도 스키는 타지 않고 보드를 탄다고 한다. 10명 중 8명은 보드를 탄다. 폼도 보드가 더 멋있다는 의견에 모두 공감한다.

 

10분쯤 곤도라를 타고 올라가니 향적봉이 멀리 보인다. 좋은 날씨에 새하얀 눈을 보니 덕유산 능선의 눈꽃이나 상고대가 매우 아름답게 피어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산우들과 64회 산행 때 간 적이 있는데 그때의 눈꽃과 상고대가 잊히지 않는다는 산우들이 많다. 눈이 많이 쌓인 길을 따라 향적봉에 올라서니 멀리 여인의 둔부를 닮은 지리산 반야봉이 보인다. 옆으로는 천왕봉이 보이는데 산천은 변함이 없다. 향적봉에서 지리산까지 직선거리로 60km인데 날씨가 맑아서 그토록 먼 거리의 지리산이 보인다. 그 방향으로 남덕유산도 보이고 우측으로 적상산도 하얀 자태를 뽐내고 있는데 모두 덕유산국립공원구역이다. 덕유산은 빨치산이 준동하고 있던 시절에 전북도당이 있던 산이고 지리산과 더불어 빨치산들의 활동이 가장 활발했던 지역임을 조정래의 소설 태백산맥과 이태의 소설 남부군을 통해 알고 있다. 정상 등정 인증 단체사진을 찍고 바람이 심해 대피소로 이동해 시산제를 올리기로 했다. 공정위 시산제는 우리 시산회에 비해 제수도 간략하고, 절차도 간편했다.

 

제수떡은 맛났고 떡으로 간단히 점심을 마치고 능선 종주를 시작했다. 스틱으로 재어보니 적설량은 70cm 정도다. 덕유산은 남한에서 한라산, 지리산, 설악산 다음으로 높은 1,614미터로 높은 산에 속한다. 높은 산의 바람은 차고 매서웠다. 우리나라의 기후는 오전에는 바람이 세지 않으나 오후부터는 차고 매운 특징이 있는데 예외가 아니었다. 칼바람을 뚫고 종주를 하는데 서북풍은 차고 매서운 칼바람이었다. 구름은 없고 햇볕이 비치니 상고대는 녹았으나 눈꽃은 아름다웠다. 64회 때의 종주 산행 때는 눈이 내려 포근한 가운데 춥지 않아 즐거운 산행이었으나 이제 7년이 흘렀으니 우리의 체력도 전 같지않았다. 우리의 나이도 이젠 이순의 길에 접어들었으나 이런 산행을 즐기고 있으니 시산회원들의 체력도 대단하다. 천지는 눈으로 덮여 아름다운 설경으로 가득 찼으며, 주목과 구상나무도 여전히 남아있다. 거의 쉬지 않고 1시간 반쯤 오니 칠연계곡으로 빠지는 갈림길에 왔다. 더 가면 남덕유산인데 발자욱이 많은 것을 보니 종주를 하는 산객들이 많았나보다. 갈림길에서의 인원점검은 필수다. 낙오자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계곡으로 접어들었다.

 

한참을 내려오다 조 총장이 재웅 산우의 배낭에 홍어가 들어있으니 먹으면서 우리의 시 낭송 행사를 하자고 한다. 계곡으로 접어드니 바람은 잦아들고, 편편한 곳을 골라 짐을 풀었다. 마침 공정위 산악회 몇 분이 우리와 보조를 맞춰가다 시 낭송에 참여하게 되었다. 오늘의 기자인 내가 시 낭송을 할 순서이나 산에서의 시 낭송은 소프라노성의 음색을 가진 여자가 하는 것이 훨씬 전달력이 좋다는 지론에 따라 공정위의 성봉룡이라는 40대의 여직원께서 아름다운 목소리로 흔쾌히 낭송하였다. 시 낭송에 적합한 목소리다. 큰 박수로 답하고 막걸리와 홍어를 꺼내놓으니 성복용 씨가 가져온 강원도 김치가 나오고 홍어를 한 점 입에 넣으니 찰지고 톡 쏘는 맛이 일품이다. 재웅 산우가 광주 양동 시장에서 공수를 해왔다니 참으로 고맙다. 약간의 취기와 함께 하산하니 부러울 것이 없다. 칠연계곡 입구에 미리 와있는 버스를 타고 뒤풀이 장소로 이동하여 막걸리에 1차는 닭도리탕으로, 2차는 어죽으로 식사를 하니 배가 불러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서울로 올라오는 차안에서는 식곤증과 피곤함을 모두 자고 왔다. 공정위 산악회와 함께한 산행은 9시에 사당역에 도착함으로써 끝이 났다. 공정위 산악회의 분위기는 조용했고, 모두 공무원답게 차분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양주 산우! 덕분에 좋은 산행을 했고, 잘 먹고 즐거웠네.

 

3.산행지

이번 산행은 재경 동문회 시산제를 도봉산에서 치르기로 했다. 동문 산악회 조성갑 회장과 만났을 때 매년 가는 관악산을 피하고 도봉산의 지산인 사패산으로 가자는 의견이 나왔는데 150명이 식사하기에 적합한 곳이 없어 시산제를 지내기가 곤란하다 했다. 그 자리에서 내가 추천한 도봉산 용어천계곡의 제6휴식처를 권해서 이오배 총무가 확실한 장소를 물어와 팩스로 자세한 위치를 알려줬다. 후에 통화를 하니 시산제를 올리기에 넓고 한적해서 적합한 곳이라 하며 그곳으로 결정했다고 했다. 도봉산역에서 약 15분이 걸리니 9시 40분에는 모여야 한다. 나는 미리 가서 집행부와 합류해야 한다.

 

조문형 총장이 올려달라는 부탁의 말씀이 있어 아래글을 올리니 모두 협조하면 고맙겠네.

안녕들하신가? 지난 덕유산 산행 때 시산회 기금을 다소나마 보충하고자 얘기했던 건데 이번 산행기를 쓸 때 회원들 의견을좀 물어봐 줬으면해서 메일 송부하오니 참고해주시게.

내용인즉은 우리 회원들께서 소유하고 계시는 승용차는 모두가 자동차 보험에 의무 가입을 해야 하는데 보험가입 수수료가 보통 6%정도 발생되는바.

내가 운영하고 있는 부동산 중개사무실 소속 공인중개사가 현대해상화재보험 설계사를 겸직함에 따라 회원들의 자동차 보험을 자신과 계약했을 경우 수수료 6%중 3%를 우리시산회 기금으로 기부해준다는데 여러분들의 의견은 어떠신지요? 예상컨데 우리 회원들에 1년 보험료가 대략 2000만 원 정도 예상되는데 수수료 3%를 기부받으면 1년에 60만원 정도 외수입이 발생됨으로 장거리산행시 교통비로 충당할수 있을것 같아서 회원 여러분의 협조를 구하고자 합니다./조문형

 

 

4.동반시

오래동안 가슴에 담아두었던 시다. 시적 언어의 표현 기법이 두루 들어간 시였으므로 시 공부를 하는 사람이라면 배울 것이 많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가슴에 담아두었다. 함축과 모호성이 들어가고 극적인 은유와 상징, 의인(擬人)도 들어간 시다. 이 시의 크라이맥스는 '치악산 그림자 저수지 물속에 들어와 더위를 식히며 어둠 속에 집을 짓는 달을 내려다 본다'의 부분이다. 이제 주변의 시끄러움도 정리되어가니 7년을 송사에 휘말려 지내온 시간은 나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주었다. 극적으로 합의를 했지만 결과는 양쪽 모두 패자다. 법원과 변호사에게 좋은 일만 시켜주고 말았다. 한 순간의 욱한 감정이 7년의 시간을 빼앗아 갔으니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많지만 대신 인생 공부를 했으므로 큰 손해만은 아니다. 이제는 다 털고 시 공부를 열심히 할까, 산 지킴이를 할까, 숲 해설가를 할까 등등 생각이 많다. 돈이 반갑지 않고 신물이 나는 것을 보니 내가 반은 '도인'이 돼가나 보다. 뉴스를 보니 은퇴 후에 남자는 전원생할을 여자는 서울의 아파트 생활을 원한다고 하니 마나님의 마음을 돌리기가 쉽지 않겠다. 서울서 멀어지면 시산회와 멀어지는 것도 문제가 있다. 충북 괴산에 봐둔 곳이 있어 마나님을 모시고 나들이를 가서 보여주면 맘이 변하려나. 어쨌든 한여름밤의 꿈 같은 꿈도 꾸어보는 요즘이다. 그래도 노트북을 배낭에 넣어 집을 나서고 도서관에서 온갖 지식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되었다. 그곳에는 우주도 있고 별과 달도 있다. 톨스토이도 도스토예프스키도 니코스 카잔차스키도 만난다. 코페르니쿠스, 케플러, 갈릴레오, 뉴톤, 아인슈타인 같은 천체 물리학자도 만난다. 율곡도 퇴계도 공자도 석가도 소크라테스도 예수도 만나니 시공을 초월하여 현자들과 만나는 시간이 이 아니 즐겁지 않겠는가!

<도봉별곡>

 

달은 어둠 속에 집을 짓는다 /임영석

 

까치가 은행나무 가지 사이를 파고 집을 짓는다

그 사이 달빛도 어둠을 파서 집을 짓는다

처음에는 손톱 같더니, 그 손톱 같은 사랑을 키우더니

치악산 소나무 위에 걸어놓는다

나, 하루 일 마치고 집에 돌아가면서 바라보면

둥근 달, 치악산 솔바람소리를 껴안고

일 년 열두 달 허물고 짓고 허물고 짓다가

행구동 저수지 물속에 앉아 참선(參禪)을 한다

저수지 물고기 함께 참선을 하다가 답답함을 이기지 못해

물 밖으로 뛰어 오르며 파문을 일으킨다

그 파문 속에서도 달은 너울너울 춤을 춘다

치악산 그림자 저수지 물속에 들어와 더위를 식히며

어둠 속에 집을 짓는 달을 내려다 본다

몇 년을 내려보았는지 치악산 눈빛은 능선 따라서 길이 나고

머릿결 같은 앉은뱅이 나무 구름 한 점 잡아두지 못하고

바위 곁에 앉아 어둠 속에 집을 짓는 달만 바라본다

나, 나는 바라만 봐도 현기증 난다

저수지 물속 치악산은 거꾸로 매달려 나무를 키우고

달은 그 치악산 머릿결 같은 나무에 달빛을 엮어 집을 짓는다

 

 

2013년 3월 7일 신당도서관에서

 

詩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모임 詩山會 도움쇠 김정남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