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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재경광주고 총산악회 도봉산 始山祭(詩山會 제230회 산행)

재경광주고 총산악회 도봉산 始山祭(詩山會 제230회 산행)

 

산 : 도봉산

 

코스 : 광륜사-은석암-다락능선-Y계곡-신선대-도봉주능-칼바위-오봉-여성봉-송추 외 선택

 

소요시간 : 4~5시간

 

일시 : 2014년 3월 9일(토) 9시 30분

 

 

만나는 곳 : 도봉산 입구 광륜사 뒤 운동장

 

준비물 : 간식, 안주(떡과 홍어, 돼지머리고기, 막걸리는 집행부에서 제공)

 

연락 : 임삼환(010-2168-3700)

 

동창회 카페 : cafe.daum.net/K-20

 

시산회 카페 : cafe.daum.net/yc012175

 

시산회 블로그 : blog.daum.net/yc012175

 

 

 

1.시가 있는 時論

 

침묵/표도르 튜체프

 

침묵할 것, 나를 드러내지 말고

내 감정과 꿈을 감추고

그들이 영혼 깊은 곳에서

밤하늘의 별처럼 고요히

일어나 걷고록 할 것

그들을 고이 보듬으며-침묵할 것

 

심장은 말로써 자신을 표현할 수 없는 법

다른 사람이 어찌 너를 이해하겠는가,

네가 무엇으로 살아가는지 어찌 알 수 있겠는가?

말을 뱉어버리면 생각은 거짓이 된다

샘은 휘저으면 흐려지는 법

그것으로 살아가며-침묵할 것

 

네 영혼 속에 신비롭고 환산적인 생각들이

그 둥근 온 세상이 있으니

바깥의 소음은 그것을 힘 빠지고 멍하게할 뿐

낮의 세상의 빛은 그들을 쫓아내려 하지-

그들의 노래에 귀 기울이고-침묵할 것!

 

-시평

침묵이 가장 깊고, 진정한 언어라는 것을 일깨어주는 시다. 낮의 현실 속에서 쓸데없는 말을 하며 자신의 진정한 언어를 잊고 살아야 했던 시인이 자신의 내면세계를 오롯이 지키고자 다짐하고 있다. 자신과의 관계에서도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도 깨어 있는 침묵이야말로 가장 긴장된 진지한 언어이리라. 침묵의 언어란 바로 들리지 않아야 들리게 되는 언어,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해지는 진정한 언어, 특히 요즘 세상에서 정말 필요한, 소리 없는 꽉 찬 언어이다. 그러나 실제적으로 침묵이 꼭 미덕은 아니다. 소통의 시대가 되어버린 시대에 불만이나 속에 차있는 말을 하고 남의 의견을 들어보는 것이 나쁘지만은 않다. 혹여 실수할 것이 두려워 말을 아낀다면 생각이나 판단의 오류를 누가 잡아줄 것인가.

 

-時論

삶과 죽음 공존, 탑골공원 그 슬픔 속으로 …/오근재 지음

 

글쎄, 늙는다는 건 대체 무엇일까? 좋게 보면 숙성을 의미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곰삭은 김치나 잘 익은 술 같은 것 말이다. 어떤 광고카피에서 ‘나이가 드는 게 아니라 멋이 든다’라고 표현한 바로 그것 말이다. 하지만 홍익대 교수를 지내며 사람과 공간, 그리고 예술이 지닌 가치를 연구했던 지은이는 이를 두고 환상에 불과하다고 일축한다. 아무리 그럴싸한 수사를 동원해도 노화의 냉혹한 진실을 가릴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는 노화를 두고 “잉여인간이 돼 퇴적공간으로 밀려나는 것”이라고 설파한다. 언뜻 들으면 지나치게 자조적인 말이 아닌가도 싶다. 하지만 대학에서 퇴임한 뒤 노인들이 모이는 공간에 매일 들어가 내부에서 그들과 부대끼며 실증적으로 생생하게 파악한 결론이 그렇다니 할 말이 없다.

 

지은이는 이를 위해 서울 탑골공원과 종묘시민공원 등 노인 공간을 오랫동안 찾으면서 관찰자에서 내부자로 진화했다. 노인과 그들의 공간의 대상으로 문화연구를 시도한 것이다. 그가 파악한 이 공간은 “강의 상류로부터 떠밀려 내려 하류에 쌓인 모래섬과 같은 노인들의 퇴적 공간”이다. 이 퇴적공간 내부에서 관찰한 노인들은 모두가 한때 사람이었을 뿐 이제는 ‘어르신’이라는 또 다른 존재일 뿐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인은 더 이상 주체성을 가진 인간이 아니라 인구통계학적인 대상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세상은 노화를 생물학적 문제로만 여기지 않고 노동 시장에서 멀어지는 사회적인 현상으로 파악하고 있기도 하다.

 

그는 이런 곳에서 노인들의 여러 측면을 관찰했다. 특히 성적 매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초로의 ‘박카스 아줌마’와 역시 매력 없고 주머니 사정도 여유롭지 못한 노인들의 관계를 면밀하게 살폈다. 그 결과 이들은 육체적인 욕망에 사로잡히기보다 다만 고독과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서로를 필요로 할 뿐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오랫동안 관찰한 결과 국외자들의 짐작과 달리 성적 매매는 드물었다고 한다. 어차피 서로 기대하는 게 별로 없어서라고 한다. 신윤복의 ‘월하정인’에 등장하는 남녀의 은밀한 감정과 관음증 따위가 비집고 들어올 여유가 없다는 게 그의 결론이다.

 

지은이는 이 공간들이 아무리 노인으로 붐벼도 공동체와는 거리가 멀다는 데 주목한다. 어느 날 그 공간에 나오지 않는 노인은 금세 잊힌다. 사라진 노인을 기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래서 이곳을 ‘삶과 죽음의 공동경비구역’이라고 표현한다. 서서히 죽음으로 가고 있는 노인들은 이런 식으로 서로 만나고 헤어짐을 무표정하게 반복할 뿐이다.

 

그가 바라본 노인 세상은 근본적으로 디스토피아다. 노인이 되면 불현듯 다음과 같은 것들을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자신이 희로애락을 지닌 인간으로서가 아니라 자본주의 사회의 자원으로 분류돼 왔음을. 그래서 물성적 교환가치가 소멸하는 순간, 시장에서 쓰레기처럼 폐기됐음을. 그래서 ‘어르신’들은 한결같이 사는 게 고독하고 마음이 쓸쓸한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은이는 ‘퇴적공간’이 돼버린 노인공간이 사실은 가장 인간적인 곳일지 모른다고 지적한다. 빠르게 변하는 기술문명에서 하차해 서서히 사라져가는 인간적 가치가 마지막으로 명멸하는 ‘슬로 시티’ 같은 공간 말이다. 석양처럼 소멸돼 가는 노인들은 사실 이 시대 젊은이들을 비추는 사회적 거울이기도 하다. 노인은 젊은이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그런 미래를 향해 질주하려는 젊은이는 없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노인 세상이 더 이상 디스토피아가 되지 않도록 사회가 애정을 갖고 보살펴야 한다는 지적이다. 모두가 늙어가고 있지 않은가.

 

요즘 노인문제는 시대의 화두다. 다양한 시각에서 이를 다룬 책이 쏟아지고 있다. 『대한민국 시니어 리포트 2014』(교보생명·시니어 파트너즈 지음, 교보문고, 332쪽, 1만4800원)는 구체적인 사례와 전문가의 충고를 통해 노인의 취업과 창업, 건강과 생활레저, 인간관계와 마인드 등을 소개한다. 『노후를 디자인하라』(심상준 지음, 새빛, 184쪽, 1만8000원)는 베이비 부머 세대의 노후 재테크, 시간테크, 일테크를 다룬 실용서다.

 

노인용 에세이도 적지 않다. 『후회없는 삶, 아름다운 나이 듦』(소노 아야코 지음, 김욱 옮김, 리수, 184쪽, 1만2500원)은 일본 작가가 노인들이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충고를 차분하게 들려준다. 『나이 드는 내가 좋다』(요한 크리스토퍼 아놀드 지음, 원마루 옮김, 포이에마, 1만1000원)는 기독교 공동체의 관점에서 본 노인생활을 다룬다.

<채인택 논설위원>

 

탑골공원에서 처음으로 노인들의 점심을 제공한 사람은 김금복인데 나와 초등학교 동창이며 절친이다. 현재는 조계사에 그 사업을 물려주고 벽제에서 사랑채라는 복지법인을 운영하고 화장터 내에서 식당 등을 운영하면서 남는 수익금을 사회에 나누는 사람이다. 그의 말을 빌리면 선진국일수록 노인의 자살률이 높아지는데 상대적 박탈감과 빈곤감으로 인한 절망에서 오는 현상이라고 한다. 김대중과 노무현 정권을 거치면서 굶어죽는 사람은 없는 정책을 확립하였으나 친재벌 정책을 펴는 이명박 정권이나 박근혜 정권에서 많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하니 전문가의 말이라 굳이 반박할 근거도 이유도 없어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모든 것은 그렇게 지나가니 이것도 같을 것이다. 우리가 이순(耳順)을 지나 종심(從心)의 나이로 다가가는 시점에서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는 상당히 중요한 일이다. 어머님이 설립했던 양로원에서 느끼는 것은 그들도 성욕과 능력과는 별개로 그에 따른 종족보존의 본능이 존재하며 집착하는 경우도 많으니 다툼이 잦다고 한다. 100세 시대가 멀지 않았다고 하니 우리는 배운 사람으로써 어김없이 다가올 일들을 현명하게 대처하자.

<도봉별곡>

 

 

 

 

2. 산행기

시산회 제229회 북한산 둘레길 산행기/김용우

일시 : 2014.2.22() 10:00

만남 장소 : 길음역(4호선) 3번 출구

참석인원 : 12(김용우. 김정남. 김종화. 김진오. 위윤환. 이경식. 이재웅. 임삼환. 전작.정한. 조문형. 최근호)

동반시 : (풀리는 한강 가에서/서정주)(동백꽃/문정희)

뒤풀이 : 4. 19사월의 쭈꾸미

 

아침부터 비에 젖은 솜이불을 짊어진 당나귀처럼 몸이 지쳐 있고, 마음마저 바위만큼 무겁다. 아니 울적하고 동굴 같은 휑한 얼굴일 것 같아 걱정인데다가 더욱이 이번 북한산 둘레길의 기자라서 내심 근심이 커진다.

 

사실 요즘 회사일이 신규 사업으로 너무 힘들고 정신적으로 어려운 사정인데다 오늘 사무실을 이전하는 날이라 이번 산행 참석이 곤란하다고 삼환 총장에게 전화하려고 문자를 보니 내가 이번 산행의 기자가 아닌가! 하루 앞두고 기자를 부탁하는 일이 쉽지 않아 직원들에게 이사를 잘하도록 당부하고 산행에 참석하기로 했다.

 

2월 하순이면 마지막 추위가 마지막 기승을 부릴 시절인데 오늘은 바람 한 점 없는 날씨로 섭씨 4/영하 4도의 기온인데 벌써부터 초봄의 기운이 완연하다. 1010분전 길음역 3번 출구의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밖으로 접하는 순간 문형 회장님과 진오 산우가 손을 들어 반긴다. 생굴을 사오는 정남 산우를 마지막으로 기다리는데 정한 산우가 언제나처럼 집에서 내린 커피포트를 꺼내들고 한잔씩 권한다. 맛이 정갈하고 향내가 은근하게 무릎까지 내려갈 듯이 느껴진다.

 

오늘의 산행은 정릉에 거주하는 재홍 산우가 추천하였는데 지인의 결혼식으로 부득이 불참하여 산우들이 아쉬워하는데 버스이동과 코스에 대하여 계속해서 문자가 오는 걸 보니 마음은 산우들과 함께하고 있다는 동행의 확인과 동시에 감동의 물결이 일렁인다. 들머리까지는 걸어 내질러 가기는 상당히 부담되는 거리여서 1114번 마을버스에 자리 잡고 있는데 진오 친구가 용우!”서울시장 애인 차가 저기 가네하여 쳐다보니 노란색 승합용 서울시 장애인 택시가 아닌가! 한글 띄어쓰기가 만들어 주는 웃음의 미학이다. 진오 산우는 평소 마음의 여유가 깊고 넓어 긍정적이며 소박하고 인간다운 사고와 행동이 구수하다. 가끔 진오 산우의 가슴은 소년의 심장일 것이라는 상상을 해보면서 진오 산우의 해맑은 장난기에 맞절을 보냈다 .

 

종점까지 편안하게 이동하여 하차한 후, 잘 그려진 산행 코스 지도를 보며 산우들의 의견이 조율되었는데 일단 칼바위 방향으로 가서 대동문을 지나 우이동이나 소귀천계곡으로 하산할 수도 있고 내친김에 백운대를 인수 할 수도 있지 않겠냐는 정남 산우의 고견을 따르기로 하였다. 이러는 사이에 무겁던 몸도 지쳐있던 마음도 산우들과 하나가 되는 시간을 가진 탓인지 정신이 맑고 발걸음도 가벼워진 것 같다. 산우들의 따뜻한 마음이 흐르는 교감과 안정된 호흡이 주는 치유의 위대한 에너지이고 강력한 우정의 힘이 분명하다.

 

북한산 둘레길은 강북구, 성북구, 종로구, 서대문구, 은평구, 고양시 덕양구, 양주시 장흥면에 걸친 12개 구간과 우이동에서 교현리 우이령 구간길을 경계로 도봉산 지구의 8개 구간을 합하여 총 21개 구간이며 전체길이가 71.5KM2010. 9. 7.45.7KM를 개통하고 2011. 6. 30.에 나머지 25.8KM를 개통하였는데 사람과 자연이 하나되어 걷는 둘레길은 물길, 흙길, 숲길, 마을길, 산책로의 형태에 각각의 21가지 테마를 구성한 길이라 한다. 한국인의 열정과 속도의 힘으로 섬과 육지, 산과 강이 모두 둘레길로 이어질 모양이니 대한민국은 둘레길 공화국이라 해도 지나친 표현이 아닐 성 싶다.

 

10 : 30, 4구간인 솔샘길로 들어서니 생태숲인 빽빽한 소나무의 향내가 붉은 흙길위로 가득하고 상단 지역에는 잣나무를 심어 조망이 시원해 마음이 덩실거린다. 삼림욕의 효능은 첫째 스트레스와 불면증을 완화하고, 둘째 치매예방과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며, 셋째 아토피와 피부질환에 개선효과가 있다는 표지판을 보니 장성 축령산 편백나무 군상의 전경들이 주마등처럼 순간 스쳐간다. 솔샘 터널을 우측으로 흰 구름길 방향의 둔지이며 예전 재홍 산우가 안내해주고 부득한 사정으로 되돌아 간 마당을 지나고 3구간 칼바위 지킴터를 경유하여 대동문 방향을 마주하는 바위언덕에 잠시 땀을 식히는데 재웅 산우가 배낭에서 감귤을 박스 채 꺼내어 3개씩 배급하고 전작 산우가 초콜릿을 한 움큼씩 나누어 준다. 진오 산우도 마나님이 마련해준 오이 그릇을 모두에게 돌리며 그릇을 다 비운다. 고마운 산우들이 있어 모두의 뱃속이 행복한 탄성을 올린다. 누군가 요즘은 교도소에서 흰 쌀밥이 주식이란다. 콩밥 먹이다 보리밥을 주었는데 보리 값이 쌀보다 비싼 세상이 되었으니 죄지은 감옥 수감자에게 비싼 걸 먹일 이유가 없을 것이다. 정한 산우 아는 분이 높은 담장 안 생활을 마치고 출소하여 하는 말이 쌀밥만 먹어 혈당치가 높아져 건강이 나빠졌다고 하더란다. 꽁보리밥이 주식이었던 어린 시절을 회상해 보니 창자가 낄낄 웃는다. 세상 많이 변했다.

 

우측 삼성암과 좌측 내원사를 사이로 제법 가파른 길을 한참 오르니 이제부터는 둘레길이 아닌 산행의 길로 접어들어 칼바위 길로 갈 것인지를 결정해야 하는 갈림길인데 시간이 정오를 조금 지났다. 편편하고 널찍한 자리를 찾아 자리를 펴고 가져온 먹거리를 내 놓는다.

 

어김없이 문형 회장의 홍어무침, 정남 산우의 생굴과 한과, 근호 산우의 넉넉한 달꺌찜, 종화 산우의 굴전과 과일, 재웅 산우의 묵을 비롯하여 각자 가져온 음식을 함께 먹기 전 시 낭송을 하게 되었다. 오늘의 시는 전번 설경에 즐거웠던 수리산 산행기자 한양기 산우가 추천한 문정희 시인(1947년생. 전남 보성출신. 현 고려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동국대 석좌교수)동백꽃'을 기자가 낭송하고 국보급 시인이므로 별다른 언급이 적절하지 않다는 정남 산우가 추천한 미당 서정주의 풀리는 한강 가에서는 위윤환 산우에게 부탁하여 낭송하게 되었는데 오늘 지하철을 기다리면서 나는 그런 사람이려나’(인터넷에서 검색하였으나 작가명과 시 내용을 확인 할 수 없어 소개하지 못해 아쉬웠음)를 카톡 사진으로 찍어와 낭송했으니 오늘은 윤환 산우의 발기된 시심을 응원해 보는 모양이 되었다.

 

풀리는 한강 가에서/서정주(1915~2000)

 

강물이 풀리다니

강물은 무엇하러 또 풀리는가.

우리들의 무슨 설움 무슨 기쁨 때문에

강물은 또 풀리는가.

 

기러기같이

서리 묻은 섣달의 기러기같이

하늘의 얼음장 가슴으로 깨치며

내 한평생을 울고 가려 했더니

무어라 강물은 다시 풀리어

이 햇빛 이 물결을 내게 주는가.

 

저 민들레나 쑥 잎 같은 것들

또 한번 고개 숙여 보라 함인가.

 

황토 언덕,

꽃상여,

떼과부의 무리들,

여기 서서 또 한번 더 바라보라 함인가.

 

강물이 풀리다니

강물은 무엇하러 또 풀리는가.

우리들의 무슨 설움 무슨 기쁨 때문에

강물은 또 풀리는가.

 

동백꽃/문정희(1947- )

 

나는 저 가혹한 확신주의자가 두렵다

 

가장 눈부신 순간에

스스로 목을 꺾는

동백꽃을 보라

지상의 어떤 꽃도

그의 아름다움 속에다

저토록 분명한 순간의 소멸을

함께 꽃피우지는 않았다.

모든 언어를 버리고 오직 붉은 감탄사 하나로

허공에 한 획을 긋는

단호한 참수

나는 차마 발을 내딛지 못하겠다.

전 존재로 내지르는

피 묻은 외마디의 시 앞에서

나는 점자를 더듬듯이

절망처럼 난해한 생의 음표를 더듬고 있다.

 

가져온 막걸리가 4병인지라 오래지 않아 바닥을 보이고 술이 부족하다고 아쉬워하는 소리에 삼환 총장이 큼직한 오가피주 한 병을 꺼내 놓으니 술 고픔도 다소 진정된 듯한 분위기가 되었다.

 

여기에서 2.2KM를 가면 대동문인데 오늘따라 멀리 느껴진다는 산우들의 엄살이 나오니 기세등등했던 솔샘 길 입산 때의 의욕은 꼬리를 감추고 별다른 이견 없이 2구간 순례길인 수유동 아카데미하우스로 날머리를 정하고 1330분에 하산을 시작한다. 구천계곡을 끼고 바윗길이 대부분인 내리막길은 경사도 완만하고 햇빛을 받으며 걷는 길이라 산우들과의 담소도 풍성하고 곡선의 발걸음도 가볍다. 술 이야기가 한참이라 귀를 세워 들어보니 삼환 총장이 사위와 마주하는 술자리에서의 뒷담화를 털어 놓는다. 요즘 젊은이들은 술잔을 가득 채우지도 않고 권하는 맛이 술 마시는 재미인데 지켜야 할 전통문화의 계승이 단절되는 것 같아 많이 서운하다고 이야기 한다.

 

며칠 전에는 사위와의 술자리에서 ~ 사람아 술잔 넘치게 따라 봐!”라고 호방하게 소리 질렀더니 사위가 많이 어색해 하며 낯선 표정으로 놀라더라고 한다. 정남 산우도 막걸리를 별나게 좋아 하는 편인데 잔 가득 철철 넘치게 채우는 선비 마음을 닮은 막걸리의 담백한 기개와 온온한 정감이 이 세상 어떤 술보다도 으뜸이라고 강조하는데 뒤따르던 윤환 산우도 한마디 한다. 80~90년대에는 일 년 365일 동안 술 안 마시는 날이 2~3일인 경우도 있었다고. 술 안 마신 며칠마저도 술에 취해 깨어나지 못하거나 아파서 마시기가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이라고~. 술의 종류를 불문하고 한 잔정도가 치사량이 되는 기자로서는 호연지기로 술 마시는 산우들이 부럽기만 하다. 알콜 분해효소가 몸 안에 아예 생산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적은 량의 알콜에도 눈알 돌출. 급열, 심장 박동 제멋대로. 발바닥까지 불덩이가 된다. 이번 기회에 기자의 괴롭고 힘든 고충을 조금 이해해 주기를 송구한 마음으로 바래본다

 

문형 회장에게 금천구청장 출마를 준비 중인 정영모 선배님의 가능성은 어떠냐면서 새정치연합의 세와 광주광역시장 선거 등 정치이야기가 나왔는데 지방선거가 64일인 이유를 진오 산우는 선거일을 육사(육군사관학교)출신들이 정한 날이냐고 묻는다. 선거는 날짜도 날씨도 관계는 되겠지만 결정적인 건 그 시대의 바람이 운명을 좌우한다고 문형 회장이 마무리 한다.

 

한 번의 휴식도 없이 곧장 내려가다 보니 아카데미하우스에 도착하였고 좌측으로 이준 열사, 신익희, 신하균 등과 광복군 합동묘소가 있으며 그 뒤 진달래 능선 길에 김병로 선생의 묘소도 기억이 가물거리긴 하지만 느낌은 새롭다. 수유분소를 지나니 신숙선생의 묘소와 보광사 뒤편에 김도연, 김창숙선생의 묘소의 표지석을 지나 백련공원과 참배를 빼서는 안 되는 4.19 민주묘지에 들어선다. 내 키보다 더 큰 하얀 바위에 民主聖域이라 휘호가 새겨져 있고 2006. 7. 27.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7649에 의거 4.19혁명 사망자, 부상자, 관련 유공자 337기와 예비묘역 149기 규모로 조성하였다 하니 원혼의 영령들을 생각하니 그나마 다행이라 위안해본다. 맨 위로 유영봉안소가 보이고 기념탑을 지나 수호신 옆 참배 길로 들어서니 안장되어있는 묘소마다 태극기가 고요하게 움직이는 듯 마치 죽은 영혼의 손짓 같은 울컥함이 느껴진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앞줄에는 서울의 대학교를 비롯한 대학생이 대부분이고 뒷줄에는 지방의 대학생과 여고생 그리고 초등학생도 있어 화들짝 놀란다. 살아 있으면 우리의 아줌마, 아저씨 그리고 누나 형이 될 사람들인데 저기 잠들어 있는 여고생이나 초등학생은 어쩌다가 다 피지도 못한 생의 주검을 저토록 허망하게 마감한 것인지 안타깝고 통절한 마음이었지만 경건하게 예의를 갖추고 상징문 입구 계단에서 인증샷을 한 후 뒤풀이를 할 식당을 찾았다.

 

시간을 보니 오후 4시경인데 해가 길어졌는지 대낮같이 밝고 훤한 하늘이다. 정한 산우의 육회와 굴 등 여러 가지 희망의 메뉴가 주장되었으나 일단 나가 주변의 마땅한 집을 찾기로 하고 걸어 나가니 많은 음식점들이 시야에 들어온다. 의견 끝에 사월의 주꾸미집으로 정하고 들어서니 깔끔하고 정갈한 환경이라 좋았고 종업원들의 웃는 손님맞이도 진정성이 느껴져 가벼운 마음으로 벽 쪽에 자리를 잡았다. 냉동이긴 하지만 주꾸미 양이 많은 편이라고 생각되었고 맥주와 막걸리, 소주를 주고받으며 즐거운 입담과 웃음이 넘치는 분위기속으로 빠져들었다. 경식 산우의 조폭 건배사 제안에 많이 묵으라!”는 선창과 ! 형님!”으로 대답하면서 배 아프게 .웃어본다. 매큼하면서도 뒷맛이 깔끔한 주꾸미에 삼겹살을 익혀먹기도 하고 콩나물과 무우겹살, 깻잎쌈이 매운 맛을 완화해 주었으며 마지막으로 밥을 볶아 마무리를 하고나니 모두가 잘 먹었다며 배부른 몸짓들이다. 시간은 오후 6시이니 적당하면서 건강한 만남의 마무리인 것 같다.

 

산우들아 ~

38일 산행은 우리 20회 김정남 산우가 재경 총동창회 제6대 산악회 회장으로 취임하여 시작하는 시산제이니 시산회원 모두 그리고 동기회의 많은 친구들도 동참하게 알리고 독려하여 우리 20회의 시산회의 힘과 회장단 동기들의 단합된 힘을 유감없이 보여주도록 하자고 다 같이 다짐하며 식당을 나서는 길은 각자 제자리로 돌아가야 할 또 다른 하루의 귀환이다.

 

산우들아~!

38일에는 모두 하나 되어 같이 함께하는 벅적거리는 산행이 되었으면 좋겠다! (참고로 작년부터 형성된 별도의 뒤행사로 어김없이 당구장으로 향하는데 오늘따라 김정남 산우가 합세하니 6명이 되었고 두 팀으로 당구와 놀았다. 밤이 깊어가는 줄도 잊은 채...)

 

2014. 2. 23. 김용우 올림

 

3. 산행지

이번 산행은 내가 재경광주고 총산악회장직을 맡은 후, 첫 행사다. 시산제는 총산악회원들의 산행의 안전을 산신령에게 비는 행사이므로 비회원들도 와서 떡과 막걸리를 먹고 가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산신령은 우리가 느끼는 산의 기운, 즉 에너지의 인격화나 의인화에 지나지 않으므로 종교적 의미를 둘 것은 아니다. 동창회 최광일 회장님과 용우 총장께서 시산제 행사 찬조비 100만 원을 흔쾌하게 보내줘서, 소중하게 사용하니 고마운 일이다. 회장 기수의 동창회에서 찬조하는 것이 관례가 되다보니 간곡히 부탁하였다. 이번 산행지는 작년과 같이 도봉산에서 시산제를 올린다. 작년에는 용어천계곡의 중간인 제6휴식처에서 지냈지만 4개 단체에서 제를 지낸 혼잡했고 떡과 막걸리 등 제수용품을 운반하는 것도 여간 어려운 일이고 선배님들이 너무 멀어 힘든다고 하여 너른 터에서 시산제를 올리고 기수별로 산행을 하기로 집행부에서 결정하였다. 난이도를 6등급으로 구분하여 올리나, 이번에는 좋은 날씨가 예상되므로 가보지 못한 코스를 권하고 싶다. Y계곡을 지나는 코스다. 특히 영훈이는 도봉산은 올랐지만 이 코스를 오르지 않고는 도봉산을 올랐다고 말 할 수 없으니 꼭 참석하기 바란다. 물론 산우들의 의견이 가장 중요하다. 내 입장에서는 빠짐 없이 참석해주기를 바랐지만 대부분의 결혼식이 토요일에 치루고, 직업상 토요일에 오기 어려운 최광일, 기세환, 나창수, 이계신, 이재웅, 이승렬 산우가 빠진다니 산행 요일을 다시 재론해야겠다는 집행부의 의견이 강하므로 일요 산행에 어려움이 따르는 산우가 있으면 집행부에 미리 의견을 말해주기 바란다.

 

시산제 후 산행 코스 소개(숫자가 올라갈수록 쉬운 코스)

1.광륜사-은석암(바위)-다락능선-Y계곡-자운봉(등정 불가)-신선대-칼바위-오봉능선-오봉-여성봉-송추

1-1.칼바위에서 도봉주능선-우이암-우이동 혹은 도봉주능선 갈림길-보문능선(도봉계곡도 좋음)-도봉산 입구

2.광륜사-도봉계곡 또는 도봉사-산정약수-보문능선-도봉주능선-오봉 갈림길-오봉-여성봉-송추

3.광륜사-시인의 마을-천축사(점심 공양 제공)-마당바위-관음암(절)-도봉주능선-갈림길-거북바위-문사동-성도암(절)-도봉산 입구

4.광륜사-도봉계곡-성도암(절)-문사동-용어천계곡-마당바위-도봉산 입구

5.광륜사-도봉계곡-성도암(절)-문사동-도봉주능선 갈림길-우이암-우이동

6.광륜사-도봉사-둘레길-무수골 초입(하산하고 싶으면 왼쪽 길로 300m 가면 마을버스 8번)-세일교 옆 성신여대생활관 옆길-정의공주묘-길 건너 연산군 묘

 

하산 후 뒤풀이 장소 소개

1.도봉산 입구 : 선비골<011-740-6507>에서 추어탕전골 및 도봉산역 근처 옛골토성<02-955-5667>에서 훈제오리구이 추천

2.송추 : 송추가마골<02-826-3311>에서 갈비탕 추천

3.연산군묘 : 원주추어탕<02-954-5540> 추천

4.우이동 : 한정식 미락<02-995-2999>

5.무수골 : 무수옥(편육, 육회비빔밥, 설렁탕)<02-954-6292>

 

 

4. 동반시

무척 어려운 시다. 그러나 오랫동안 마음에 담아 두고 망설였지만 언젠가는 꼭 동반하고 싶었던 시다.

 

부처는 평생 신과 윤회에 대하여 설법한 적이 없다고 한다. 다만 연기와 업을 들어 단초를 제공하기는 했으며 만약 '내세가 있다면'이라는 단서를 붙여 연기와 업을 설명하였다. 현재의 삶은 지난 생의 결과라 생각하면 그것이 윤회임을 믿는 것이다. '천국과 사후 세계에 대한 믿음은 죽음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동화에 불과하다'는 스티븐 호킹 박사의 말이다. 그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인간의 뇌는 부품이 고장 나면 작동을 멈추는 컴퓨터와 같다. 고장 난 컴퓨터에는 천국이나 사후 세계가 없다'고 했으니 냉철한 무신론적 물리학자의 말이다. 불교와 힌두교의 차이는 힌두교는 범아일체를 교의로 하여 아트만 즉 자아를 인정하지만 불교는 자아를 부정한다. 자아를 부정하면 천국과 지옥, 윤회

따위는 없다. 다만 현재의 삶이 윤회 자체라고 생각하면 굳이 윤회를 부정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신의 존재나 천국과 지옥, 윤회를 인정해도 해가 될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삶과 죽음은 동전의 양면일 따름이고, 죽음은 마침표가 아닌 쉼표이다. 누구나 하나의 순례지가 있을 것이다. 오고가는 사이에 삶을 지배하는 죽음에 대하여 명상해보라. 답이 나올 것이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의 답이. 단 먼저 찾아가라, 갑작스러운 죽음의 방문을 받기 전에.

 

늦지 않다. 60살까지는 전생을 살았다고 간주하고 나머지 생은 후생이라 생각해보라. 의식주행에 매달리는 일상은 목적에 시달리는 노예와 무엇이 다른가? 따라서 자연이 가지고 있는 무목적성을 잃게 된다. 산을 걷다보면 모든 목적이 무목적 안으로 수렴되는 순간을 만난다. 가보지 못했지만 히말라야 같은 큰 산 앞에서 부처님이 푸른 허공에서 홀로 서서 시공을 초월하여 여는 영산법회와 같은 감회를 느낄 것이다. 굳이 도를 깨치려고 노력하지 마라. 네가 도가 되면 그만이다. 굳이 부자가 되려 하지 마라. 네가 보석이 되면 그만이다. '내가 부처다'라고 생각하며 사는 태도는 더 좋다.

 

힌두교와 불교가 다른 점은 힌두교는 ‘아니다 아니다’이며/ 불교는 ‘있다고 하면 없다고 답하고 없다면 있다고 답한다’는 점이다. 무고한 육신을 죽이는 것은 분명 잘못이다. 자살은 괴로움이 잔뜩 쌓여있는 마음에 대해서 해야지, 지각능력이 없어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육체에 대해서 하면 안 된다. 자살 충동을 느끼게 하는 고뇌를 만들어내는 진짜 주범은 마음이다. 그러나 판단 착오로 인해 무고한, 지각능력 없는 육체가 그에 대한 벌을 받는 것이다. 우리네 삶에는 늘 잔고가 있다. 아무리 정신이 나가고 모자라도 육신이라는 잔고가 있고, 육신이 병들어도 정신이라는 잔고가 남아 있으니 살아 있는 동안 여하튼 잔고가 있게 마련이라 이것을 밑천삼아 갈 수 있는 곳까지 기어서라도 가야 한다. 무는 유를 초월하는가, 유가 무를 초월하는가. 무심은 유심을 포함하며 유심의 초월이다. 힌두교는 유일신인가, 다신교인가, 일원론인가, 이원론인가? 힌두교는 답한다. 그 모두다.

 

힌두교의 신의 수는 3억 3천 만 개다. 이 숫자는 상징적인 숫자이므로 큰 의미를 들 것은 아니다. 그러니 범신론이라 한다. 경우에 따라 돌멩이 하나에도 신성을 부여하니 당연하다.

 

불교는 힌두교를 매끈하게 갈아 군더더기를 빼고 세상에 나온 철학이다. 힌두교는 태생에 따라 인간의 가치가 정해지는 지극히 불평등한 종교다. 카스트 제도에 의한 4개의 계급도 모자라 감히 거기에도 끼지 못해 불가촉천민이라는 최하위 계급까지도 만든 종교이므로 자유와 평등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 현대 종교로서는 논의할 가치조차 없는 종교다. 불교에 붓다이즘이라는 단어가 붙여진 것은 부처의 철학적인 가르침을 종교로 착각한 무지몽매한 학자들에 의해 붙여진 300년 전의 일이다. 불교는 신성을 부정하고 있으며 부처는 자신을 절대로, 절대로 신격화 하지 말라고 제자들에게 신신당부하였다. 부처는 태생적인 계급사회를 부정하고 평등하게 모든 계층의 사람을 받아들여 모두가 행복하기를 진심으로 바랐던 인간이다. 부처는 ‘스스로 깨어난 자, 혹은 항상 깨어 있는 자’의 의미고 이름은 고타마, 부족의 명칭이 석가족이었으므로 ‘석가모니 부처’라 한다.

 

내가 불가와 인연을 맺은 것은 15살 때 원불교에서 ‘京星’이라는 법명을 받았으니 48년 전의 일이다. 내가 깨달은 사람도 아니고 신심이 두터워 맹렬하게 수행하는 사람도 아니나 62년을 덧없이 보내고 난 지금에 이르러 느낀 것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선불교가 맹렬한 세력을 떨치고 있는 현재 한국의 불가에서 오직 화두선을 통한 깨달음이 최고라 하지만 선은 목적이 아닌 수단과 방편에 불과하다. 명상도 보살행도 깨달음에 이르는 길임을 모르는지, 화두선이 목적인지 수단이지 분간을 못하는 수행자들이 많은 것 같다. 부처가 50년을 설법한 것의 핵심은 간단하다. 부처의 최대 관심사는 모두가 잘 살고 잘 되기를 바랐으며, 인생에 있어 고통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으로 고집멸도의 사성제와 팔정도로 집약한다. 사성제 중에서 고통의 원인인 삼독(탐, 진 ,치), 즉 탐욕과 증오심과 어리석은 미망은 팔정도(정견, 정사유, 정어, 정업, 정명, 정정진, 정념, 정정)를 완전하게 행하면 모든 업과 번뇌를 끊고 열반에 들어 다시는 윤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업이 남아 있으면 다시 태어나 고통을 겪게 되는 윤회를 거듭한다는 것이다. 십이연기와, 삼법인, 삼학, 오온, 올바른 수행의 자세인 중도는 방편에 불과한 것이다. 내가 내린 결론을 깨달음이 본질이 아닌 수단과 방편이고 팔정도를 완벽하게 실행하는 것이 본질이다. 깨달으면 팔정도를 자연스럽게 행하게 될 것이라는 선가의 수행은 본질과 방법이 바뀐 것이라 본다.

 

예수님과 부처의 말에 대단한 진리인 '황금률'이라는 것이 있으니 잘 실천해보라.

 

아직 여물지 않은 내 생각에 오류가 있다고 생각하는 친구들의 우정 어린 충고가 필요하다.

<도봉별곡>

 

윤회(輪回)/주영헌

 

온 몸에 가득 찬 슬픔은

눈물이 아니면 어디로 흘러가는 것일까

흐르는 것은 잠시 멈춰있거나 어딘가로 다시 흘러가 처음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것을 찾아가는 것들

내 어머니가 첫아이를 잃었듯 나도 첫아이를 잃었다

슬픔도 輪回하는가

 

 

먼저 진 것들이 가는 곳은 어디인지

나는 누구의 슬픔이 되어 어디로 흘러가야 하는 것인지

타자처럼 진지한 고민은

어느 지점에다 부려 놓아야 하는지

흐르는 것들의 輪回란

그 처음과 끝을 알 수 없는 것이어서

내 몸을 흐르는 슬픔이 누구의 것인지도 모른다.

 

 

슬픔은 말라가는 것이 아니라 몸속에서

강처럼 타지로 흘러가고 있는 것뿐

한 밤 뒤척이다

물소리 흘러넘치지 않게 이불을 고쳐 덮는데

제 달을 못 채운 어린 슬픔이 칭얼거리는 저 쪽

그 보채는 슬픔은 누가 달래 줄 것인지

조용히 방 문 열렸다

다시 닫히는 윤회의 틈

 

2014. 3. 5. 신당도서관 雨休齋에서

 

詩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모임 詩山會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