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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도봉산 신년 산행(詩山會 제276회 산행)

도봉산 신년 산행(詩山會 제276회 산행)

산 : 도봉산(740미터)

코스 : 광륜사길-다락능선-Y계곡-정상(하산 후 장어구이로 뒤풀이)

소요시간 : 4시간 반

일시 : 2016. 1. 10. (일) 오전 10시 30분

 

모이는 장소 : 전철 1·7호선 도봉산역 7호선 대합실

 

준비물 : 막걸리, 안주, 간식, 과일

 

연락 : 염재홍(010-4948-6975)

카페 : cafe.daum.net/yc012175

블로그 : blog.daum.net/yc012175

 

 

1.새해 첫 산행에 부치는 詩

 

초의의 찻잔-청화백자(靑華白磁)/찻잔의 입술

 

아리수 건너 광주(廣州) 땅 한가한 곳

백토의 숙명으로 태어나

호주가(豪酒家)의 분청사기 호로병보다

결코 채워지지 않는 계영배(戒盈盃)가 되고 싶었다

 

힘 센 사기장은 당찮은 욕심 지우라고 찬물에 담가 채로 거르고 하루를 더 채워 내 몸에서 욕심 사라지지 않은 것을 알아보고 발로 뭉개고도 부족해 사흘 동안 욕심 가라앉히라며 마지막 소망의 기포마저 짓이겨 없애고

 

소망이 쉬 이루어지는 세상은 없는 거라며

깨어질 때까지 뜨거운 물을 받아야 하는 찻잔의 입술 되어

소망과 욕심 사이를

초벌의 불길이 나를 감싸고 돌면서 돌면서

태우고 태운다

 

추상 같은 대나무 그려 넣고 비스듬히 바라보는 사기장의 서늘한 눈매에 마음 녹이고 그 마음 갈라지지 말라고 실금조차 금지한다고 다시 곱게 화장 시키고 달보다 더 뜨거운 불속에 집어 넣고, 가마 속은 소멸과 탄생을 반복하며 순환하는 번뇌쯤은 가벼이 태워버리는 차가운 우물

 

꼬박 하루의 재벌 여행에서 살아온 기적을 겪으며

사기장 어머니 천도제의 보답으로

초의의 찻잔 되어

우전의 떫떠름한 맛과 일지암 새벽안개 향 가득 채워 맞이한

다산, 추사, 소치의 입술

 

다산의 입에서는 오랜 유배를 버틴 쓰디쓴 냄새와 더불어 한지의 깊고 그윽한 향기가 났으며 추사에게서는 제주의 거센 바람 이겨낸 난향과 검은 묵 내음이 났으며 소치에게는 높은 산과 얕은 강의 비릿한 냄새와 묵은 붓털 냄새가 났다

 

지루한 겨울 이겨낸 봄

이슬 젖은 우전 부족해

곡우 뿌려 자란 세작 담으려

오체투지로 무문관 나서는 초의의 긴 그림자 하나

산 밑까지 뻗어 흐르는 새벽

그믐달 걸려 있다

 

 

*참고

계영배(戒盈盃) : 술이 일정한 한도에 차오르면 새어나가도록 만든 잔. 과음을 경계하기 위해 만든 잔으로, 절주배(節酒杯)라고도 한다

초의(艸衣) : 다성(茶聖). 선사로 이들과 차를 통한 교유가 깊었음

다산 : 정약용. 강진 유배 18년 동안 400권의 저술. 시인. 정치가

추사 : 김정희. 제주와 북청으로 유배. 추사체로 유명. 난을 잘 침

소치 : 허련(허유). 시. 서. 화에 능함. 남종화의 대가. 진도 운림산방 설립

우전(雨前) : 곡우 전에 따며, 최상품

세작(細雀) : 곡우 지나서 딴다

 

 

시 창작 교실의 시인 선생께서 불교신문 신춘문예에 응모해보라는 간곡한 권유가 있었던 시 중의 하나다. 더 다듬기도 싫고 시인들에게 내 시의 평가를 맡기는 것도 싫어서 응모를 포기했으며 앞으로도 응모할 생각이 없다. 선생님이 인정해주었고 詩友들이 인정해준 것으로 만족하겠다. 그러므로 응모를 위해 아껴둔 시를 내놓는다.자유시에 산문시를 섞어서 썼다. 새로운 시도로 볼 수 있다. 선생에게 들은 문단의 떼거리 행태는 거론하기도 싫으니 혼자서 가겠다. 붓다가 자주 쓰신 말, 무화과 나무 숲에서는 꽃을 찾아도 얻을 수 없듯이, 모든 존재를 영원한 것으로 보지 않는 수행자는 이 세상도 저 세상도 다 버린다.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 버리듯. 내 뗏목은 이미 잘 만들어져 있다. 욕망의 거센 흐름에도 끄떡없이 건너 벌써 피안에 이르렀으니, 이제는 뗏목이 필요 없노라. 그러니 신이여, 비를 뿌리려거든 비를 뿌리소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숫타니파타에 자주 보인다.

-도봉별곡

 

 

2.산행기

詩山會(제275회) 남산 송년 산행기(2015. 12. 27 (일) 정해황)

산행 참석자 : 김정남, 김종화, 나양주, 나창수, 염재홍, 위윤환, 이경식, 이승렬, 이원무, 이재웅, 임삼환, 임용복, 전작, 정한, 정해황, 조문형, 조영훈, 최근호, 최광일, 한양기(20인)

뒤풀이 참석자 : 고갑무, 기세환, 이계신, 이종진, 정동준, 김일화(6인)

(이상 26인의 산사나이들)

산행코스(약8km) : 남산한옥마을 – 남산타워 - 동대역

소요시간 : 약3시간

일시 및 집결지 : 2015. 12. 27. 10시 30분 대한극장. ‘히말라야’ 관람

뒤풀이 장소 : 대청수산

 

오늘 날씨가 영하 7도까지 내려간단다. 요 근자의 따뜻했던 날씨를 감안하면 차가운 날씨다. 산행지가 남산 정상(270m)이라 별 부담은 없지만 적지 않은 나이고 또한 혈압약을 복용하고 있어 춥지 않게 옷을 챙겨 입고 집을 나섰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비싼 차인 지하철을 타고 충무로역 인근에 위치한 대한극장 1층에 약속시간인 10시 30분이 다되어 도착하니 대부분의 친구가 이미 도착해 있었다. 반가운 얼굴들과 수인사 후 곧장 영화 ‘희말라야’를 관람하기 위해 상영관으로 갔다.

 

실화를 바탕으로 산사나이들의 뜨거운 우정과 의리를 그린 영화로 우리같이 산행을 목적으로 구성된 산악회원들에겐 특별히 권한만한 영화라 생각한다.

 

본 영화에서 나오는 나마스떼(히말라야 부근 사람들이 합장을 하면서 서로 인사를 할 때 쓰는 말로 “내 안의 신께서 당신 안의 신께 인사를 드립니다.”라는 뜻임)라는 대사와 산은 정복하는 것이 아니라 산이 허락할 때 잠시 머무는 곳이라는 엄홍길 회장의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영화 속 배경은 심한 눈보라와 혹독한 추위 그리고 분위기는 긴장의 연속이었지만 결코 춥지만은 않은 따뜻한 인간애를 느끼게 해주는 영화였다.

 

지금은 고인이 되었지만 1980년 초 산악인 김정섭씨의 강의를 들은 적이 있는데 30여년이 지났는데도 그 내용이 기억이 남는다.

 

자신은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경기고를 마치고 50년대 말 프랑스로 유학을 가 유학 중 인근국가들을 많이 여행하였는데 약소국 사람이라 하여 많은 무시를 당했다 한다.

 

그는 바이킹족의 후예인 덴마크를 예로 들면서 덴마크의 국보는 5대양 6대주를 누비고 다녔던 개척정신과 모험정신이 깃든 조그만 전마선이라 하면서 덴마크인들의 선조는 개척정신과 모험정신을 바탕으로 피와 땀을 흘릴 때 흘렸지만 우리선조는 개척정신이나 창의성과는 거리가 먼 주입식교육에 불과한 공자 왈 맹자 왈만 열심히 외쳤던 탓에 후진성을 면치 못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가졌었다고 한다.

 

그래서 귀국 후 우리 국민들에게도 개척정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1970년 초 자신이 대한민국에서 최초로 8천 미터 이상의 고지 등반을 목표로 한 등반대를 조직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힘들지도, 위험하지도 않은 일만 선호하여서 인지 8천 미터 이상급 산을 등반하였다는 소식이 들려오지 않아 씁쓸하다.

 

2시간여의 영화 관람 후 20인의 시산회원들은 인근 통영굴밥집에서 점심을 해결 하였다.

 

식사 후 곧장 목적지인 남산타워를 가기위해 들머리인 남산 한옥마을에 들어섰다.

 

남산 한옥마을은 1993년부터 4년여에 걸쳐 서울 각처에 있던 한옥 다섯 가구를 옮겨와 전통 한옥의 아름다운 모습과 선조들의 생활모습을 엿볼 수 있게 조성되었다고 한다.

 

한옥마을을 빠져나와 4차선 도로를 10여분 걸으니 중부공원 녹지사업소가 나왔고 버스가 다니는 길을 20여분 더 걸으니 샛길이 나왔다. 여기서 절반의 친구들은 비록 공기는 좋지 않지만 군자지 대로행이라 하여 큰길로 곧장 올라갔고 본인을 비롯한 10여 친구는 샛길로 올라갔다.

 

30여분을 더 걸으니 팔각정이 나와 그곳에서 종화 친구가 정성스레 마련해온 과메기무침에 막걸리를 한잔하였다. 한참을 걸은 후 마시는 술이어서 인지 아니면 사키린을 많이 넣어서인지 아무튼 술이 달았다.

 

팔각정휴게소를 뒤로하고 성곽을 끼고 20여분을 걸으니 오늘의 목적지인 남산타워광장이 나왔다.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광장에는 세계 각국의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재웅 친구가 노랑머리 여자에게 영어로 사진 한 컷을 부탁했는데 그 여자 웬만한 한국말은 다 알고 있는지 유머스럽게 하나 둘 하면서 셔터를 눌러주었다.

 

국제화시대에 접어든 지금 국적이나 민족의 의미는 점점 엷어져 가고 있는 것 같다.

 

4시가 되었다. 뒤풀이 장소인 대청수산을 가기위해 동국대 입구역으로 향했다.

 

대청수산은 작년 이맘때 시산회 납회를 위해 갔었고 이번도 납회를 위해 가니 1년여만의 재방문이다. 1년이란 세월이 덧없이 흘러간 것 같다.

 

식사도 작년과 같은 회정식이다. 산행에 참석하지 못했던 친구들까지 합세하니 대 부대다.

 

순서에 따라 회장과 총무의 말씀이 있었고 본인이 박지영 작 “섬”이란 시를 낭송했는데 내용이 난해해 이해가 가지 않은 부분이 많았다.

 

본인에 이어 조문형 회원의 어부인인 이행숙 시인의 자작시 낭송도 있었다.

 

이후 2016년 시산회 총장으로 염재홍 산우가 선출되었다.

 

신임총장의 힘이 넘치는 취임 인사말을 들으니 내년 시산회 활동이 많이 기대된다.

 

신임총장은 내년행사는 우리 나이도 고려해 험산보다는 둘레길 같은 쉬운 코스를 주로 선택하겠고 장거리여행은 국외보다는 울릉도 여행을 추진하겠다고 하고 300회 산행에 대비해 산행기 발간에 대한 언급도 하였다.

 

조문형 산우가 시산제를 엄동설한이 아닌 날씨가 풀린 3월로 연기하자는 의견을 제시하니 반론도 있어 즉석에서 거수로 의견을 물으니 연기하자는 의견이 더 많아 앞으로 시산제는 3월에 실시하기로 하였다.

 

헤어져야 할 시간이 되니 많이 아쉬워서 인지 어떤 친구는 여기서 새로 상을 차려 한잔 더하자 하고, 또 어떤 친구는 노래방에 가자하고 술과 노래보다는 당구가 더 좋은 본인은 당구장에 가 큣대를 잡으니 오늘 하루가 너무나 행복하였다.

 

2016년에도 안전하게 산행하고 서로 우의를 다지며 잘 지내기를 기원한다. 고된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는 임삼환 회장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2016. 1. 4. 정해황 올림

 

 

3.오르는 산

이번 산행은 도봉산으로 정했다. 예년 같으면 시산제를 치르는 산행이나 송년 모임에서 춥다고 시산제 날짜를 변경했다. 코스는 햇볕이 잘 드는 광륜사 뒷길로 다락능선까지 오른다. 합의가 이뤄지면 포대능선을 지나 Y계곡을 거쳐 오르지 못하는 정상 자운봉을 바라볼 수 있는 신선대에 오를 예정이다. 내려와서 장어구이를 곁들인 막걸리로 산행의 즐거움을 나눌 예정이다. 올해부터는 뒤풀이 참석도 온전한 산행으로 간주한다니 오지 못한 산우들의 참석 바란다.

 

집행부 모임에서 정한 사항을 간단하게 전달한다.

1. 회칙을 만든다. 종화 산우가 여러 번 회칙을 만들 것을 권하면서 전해준 회칙을 우리 시산회에 맞게 초안을 잡겠다. 관습법을 성문법으로 만들 때가 됐다는 결정.

2. 뒤풀이 참석도 온전한 참석으로 간주.

3. 시산제는 구정 다음 산행 때 치른다.

4. 원거리산행은 3회. 울릉도-독도, 광양 백운산 철쭉 축제, 가을 총산악회 산행.

5. 눈이 내리면 눈꽃 산행. 그러나 임시열차를 편성하므로 현재의 날씨로 봐서 난망.

6. 올해 25회 산행 계획에 기자의 직을 부여한다. 참석하지 못하면 책임지고 참석자에게 부탁해야 한다.

7. 300회 기념 문집을 발간한다. 칼라로 하면 비용이 많이 들 수 있으니 연말에 결정. 문집 발간위원은 염재홍, 박형채, 이경식, 김종화, 김정남으로 선정.

 

4.동반시

고교 교과서에 나오는 시로 몇 개 되지 않은 외우는 시 중 하나다. 서상학 선생의 해설이 좋았다. 정조의 효행으로 유명해진 수원 용주사에서 승무를 보고 밤새 넋이 나간 상태에서 지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이 처연한 시는 고교 시절의 추억을 되살리며 누가 낭송할 것인가.

 

승무(僧舞) / 東卓 조지훈

 

얇은 사(紗) 사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薄紗)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 대(臺)에 황촉(黃燭)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오동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히 접어 올린 외씨보선이여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 개 별빛에 모두오고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

세사(世事)에 시달려도 번뇌(煩惱)는 별빛이라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

깊은 마음속 거룩한 합장(合掌)인 양하고

 

이 밤사 귀또리도 지새는 삼경(三更)인데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2015. 1. 9.

 

詩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모임 詩山會 도봉별곡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