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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도봉산 始山祭(詩山會 제278회 산행)

도봉산 始山祭(詩山會 제278회 산행)

산 : 도봉산(740미터)

코스 : 도봉산 입구-시인의 집-시산제 장소-마당바위-관음암-도봉주능선-입구

소요시간 : 4시간

일시 : 2016. 2. 14. (일) 오전 10시 30분

모이는 장소 : 전철 1. 7호선 도봉산역 대합실

준비물 : 막걸리, 안주, 간식, 과일, 아이젠

연락 : 염재홍(010-4948-6975)

카페 : cafe.daum.net/yc012175

블로그 : blog.daum.net/yc012175

 

 

1.시가 있는 계절

 

이니스프리의 호도(湖島) / 위리엄 버틀러 예이츠(1865~1939)

 

나 일어나 이제 가리, 이니스프리로 가리.

거기 욋가지 엮어 진흙 바른 작은 오두막을 짓고,

아홉 이랑 콩밭과 꿀벌통 하나

벌 윙윙대는 숲 속에 나 혼자 살리.

 

거기서 얼마쯤 평화를 맛보리.

평화는 천천히 내리는 것.

아침의 베일로부터 귀뚜라미 우는 곳에 이르기까지.

한밤엔 온통 반짝이는 빛

한낮엔 보라빛 환한 기색

저녁엔 홍방울새의 날개 소리 가득한 그 곳.

 

나 일어나 이제 가리, 밤이나 낮이나

호숫가에 철썩이는 낮은 물결 소리 들리나니

한길 위에 서 있을 때나 회색 포도 위에 서 있을 때면

내 마음 깊숙이 그 물결 소리 들리네.

 

이니스프리 호도는 아일랜드에 있는 작은 호수의 섬이다. 예이츠는 1888년 복잡한 런던 시내를 걷다가 느닷없이 이니스프리를 떠올린다. 그곳은 예이츠가 유년의 여름을 보냈던 추억의 공간이다. 물안개에 달빛이 퍼져 “한밤엔 온통 희미하게 빛나고”, 한낮엔 자줏빛의 히스(heath) 꽃무리가 물위에 반사되어 불타오르는 곳, “홍방울새 날개 소리”가 가득한 곳, 그곳을 어찌 잊으리. 시인은 가슴 깊은 곳에서 그 소리를 듣고 있다.

<오민석 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에이츠가 누군가. 아버지는 변호사였으나 후에 화가가 되었다. 아일랜드 민족주의 정치가로도 활약했으며 1923년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카톨릭계가 우세한 아일랜드와 프로테스탄트계가 우세한 영국으로부터의 독립은 다분히 종교적이었다. 그의 정치적 열망은 활력과 독재주의적인 명쾌함 때문에 이탈리아의 파시스트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를 숭배하게 했다. 산문으로 된 소책자 〈보일러에 관하여 On the Boiler〉(1939)에서 자신의 분노와 절망을 부패한 세상에 토로했다. 이것으로 인해 그는 정치 권력을 갈망하며 그 권력을 갖게 되면 폭력적으로 사용하리라는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예이츠의 분노는 시인의 분노였고 삶에 대해 갖고 있던 시각은 시인의 시각이었다. 그의 묘 비문에는 자신이 직접 썼던, "삶과 죽음을 냉정히 바라보라. 그리고 지나가라!"라는 글이 새겨져 있다.

도봉도 젊은 시절, 앞에는 작은 저수지가 있고 뒤란에는 바람이 대나무 잎을 스치며 내는 소리가 좋았던 추억이 깃든 포도과수원집 생각이 난다. 그것을 소재로 쓴 시 ‘합죽선(合竹扇)의 꿈’ 있다. 낙향한다는 것은 가족의 반대가 심하여 말도 꺼내지 못할 만큼 어렵지만 남은 생을 그런 평화로운 곳에서 유유자적하며 지내고 싶은 마음이야 어디 가겠는가. 그러나 최근에 포도밭이 사라지고 빈 땅으로 남아 있다는 소식을 들었으니 안타까운 그지없다. 그것도 팔자려니, 모두 다 그렇게 지나가더라.

-도봉별곡

 

2.산행기

 

시산회 277회 수리산 산행기 / 한천옥

산행 일시 : 2016년 1월 31일(일) 10시 30분

산행지 : 수리산

오늘의 시 : 강강술래/이동주

참석 인원(13명) : 김정남, 김종화, 나양주, 염재홍, 위윤환, 이경식, 임용복, 정동준, 정한, 조문형, 최근호, 한양기, 한천옥(오늘의 기자)

 

지난주의 강추위에 일주일을 떠밀려 1월의 마지막 날인 31일(일) 9시 시산회 제277회 수리산 산행을 위해 배낭에 카메라와 홍주 한 병을 넣고 집을 나섰다. 집합시간인 10시 반보다 10여분 일찍 1호선 전철역 명학역에 도착하였다.

 

벌써 도착한 낯익은 얼굴들이 반갑게 맞이한다. 종화를 마지막으로 12명의 건장한 시산회원이 모여 수리산 관모봉(426m)을 오르기 위해 출발하였다.

 

염 총장은 집에 갑작스레 일이 생기는 바람에 관모봉에서 합류하기로 하였다. 한겨울인데도 마트에 들려 막걸리를 챙기는 것은 잊지 않았다. 등산로 초입에 있는 안내도를 보면서 코스를 정하고 1980m 거리의 관모봉을 향하여 발걸음을 내디뎠다.

 

<수리산>

견불산이라고도 하는 수리산은 경기도 안양, 군포, 안산에 걸쳐있는 산으로 광주산맥의 줄기이다. 태을봉(489m)을 중심으로 남서쪽에 슬기봉, 수암봉 북서쪽에는 관모봉의 네 봉우리가 있다. 낙엽활엽수인 굴참나무, 갈참나무, 신갈나무가 많이 자라고 있으며 소나무는 소규모 분포하고 있다. 두더지, 멧토끼, 청설모, 들개, 너구리, 족제비 등이 서식하고 있으나 개체수는 비교적 적다. 봄에는 진달래가 붉게 물들고 산자락에 약수터가 많아 사람들이 많이 찾고 있는 도심 속 휴식공간이다.

 

서해안과 남쪽지방에는 눈이 많이 왔다는데 경인지방에는 겨울 가뭄 탓인지 흙먼지가 자욱하고 낙엽이 즐비하다. 차가운 날씨에 옷을 많이 입고 왔는데 조금 오르니 벌써 땀이 난다. 옷을 한 겹 벗겨내고, 휴식도 취하면서 먹은 용복표 단팥빵의 맛이 매우 좋다.

 

관모쉼터에서 호흡을 가다듬고 마지막 고비를 잘 넘기고 드디어 관모봉에 올랐다.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인다.

 

바람은 좀 불지만 관모봉 바로 옆에 자리를 잡고 가지고 온 홍어회, 홍어무침, 생굴, 김밥, 묵은지, 사과, 한과 등을 안주 삼아 막걸리와 홍주를 한잔 하면서 카톡으로 전달된 오늘의 시 ‘강강술래/이동주’를 낭송하였다.

 

강강술래 / 이동주

 

여울에 몰린 은어(銀魚) 떼.

삐비꽃 손들어 둘레를 짜면

달무리가 비잉 빙 돈다.

 

가아앙, 가아앙, 수우워월래에

목을 빼면 설움이 솟고...

 

백장미 밭에

공작(孔雀)이 취했다.

 

뛰자 뛰자 뛰어나 보자.

강강술래

 

뇌누리에 테이프가 감긴다.

열두 발 상모가 마구 돈다.

 

달빛이 배이면 술보다도 독한 것

 

기폭(旗幅)이 찢어진다.

갈대가 스러진다.

 

강강술래

강강술래

 

사진발도 잘 받는 쾌청한 날씨이다. 너도나도 인증샷을 찍느라고 바쁘다. 모두 모여 단체 인증샷까지 찍고 내려갈 준비를 하고 있는데 염 총장이 헐레벌떡 올라왔다. 아껴둔 막걸리를 단팥빵으로 안주삼아 한잔 시원하게 쭉 들이키게 하고 같이 하산을 하였다. 지금까지 올라왔던 길로 다시 내려오는 경우는 없었는데 오늘은 새 역사를 썼다. 흙산에 높이도 별로 높지 않아 우리들이 산행하기에 매우 좋은 산이다.

 

그리고 명학역 근처의 바다횟집에서 우럭과 광어회, 그리고 해삼으로 멋진 뒤풀이를 했다. 써비스로 준 낙지탕탕에는 쉴 새 없이 젓가락이 들락거렸고, 매운탕의 국물은 끝내줬다. 뒤풀이 비용은 이 동네 터줏대감인 양주가 통 크게 질러버렸다.

 

고마웠네. 양주.

 

2016년 2월 5일 한천옥 씀

 

3.오르는 산

 

벌써 12회 시산제를 지낸다. 그 동안 월악산 시산제를 처음으로 시작하여 길지를 찾아다니다가 수 년 전부터 도봉산 선인봉 아래 천축사 옆의 장소로 정한 지 수 년이 지났다. 다행히 도봉산 신령의 가호를 입어 무탈하게 277회의 산행을 했으니 도봉의 감회는 유난히 깊다.

올해부터 춥다는 이유로 신정 초에서 구정 초로 始山祭의 날짜가 바뀌면서 도봉산이 중복되나 산의 모양과 코스가 다양하니 관계없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시산제를 지내는 장소가 좋은 기운을 내면서 한적하며, 선인봉을 바로 올려다보며 지내니 별 이견이 없어서 그 장소에서 하고, 산행은 마당바위에서 금강암 뒷길로 내려오지 말고 조금 더 올라 관음암 오백나한을 보고 도봉주능선으로 내려오면 좋겠다는 제안을 해본다.

 

*시산제 축문

2016年 재경 광주고 詩山會 도봉산 시산제 축문

 

檀紀 4349年 西紀 2016年 丙申年 2月14日 바야흐로 '재경 광주고 詩山會 '의 희망을 밝히는 찬란한 새해를 맞으며 재경 광주고 詩山會 會員 一同은 丙申년 도봉산 始山祭를 행함에 앞서 天地神明과 도봉산 山神께 엎드려 고하나이다.

 

전지전능하신 천지신명이시여. 금일 우리는 선현의 발자취가 은은히 느껴지는 이곳에서 지난 한해를 감사하고 반성하며 내일의 번영과 도약을 다짐하기 위한 일념으로 전체 회원의 정성을 모아 성스러운 祭를 올리나이다.

 

우리 재경 광주고 詩山會 일동은 산행을 통하여 대자연의 정취와 미의 극치 속에서 자연을 흠모하며, 자연과 동화됨으로써 많은 산행을 통하여 인내와 협동으로 화목과 단결을 배웠으며 소박하고 준엄한 교훈 속에서 심신을 단련하여 왔습니다.

 

거듭 비옵건대 丙申년 한해도 우리 회원 모두를 굽어 살피시어 화합 속에서 안전한 산행이 되도록 엎드려 고하나니, 천지신명이시여, 우리가 정성을 다해 올리는 이 술들을 흔쾌히 흠향하여 주옵소서.

 

檀紀 4349年 西紀 2016年 2月14日

재경 광주고 詩山會 회원 일동

 

*시산제(始山祭) 절차

회장과 총장이 북향으로 제상을 차리고 촛불을 켠다.

정상에는 바람이 많이 불어 촛불이 꺼질 우려가 있으므로 초에는 컵을 씌운다.

향을 피울 향로는 컵에 쌀이나 흙을 담아 준비한다.

총장이 사회를 본다.

 

1,"회원 일동은 제단 앞에 서 주십시오"

 

2,참신---"참신 재배를 하시오"--전체 회원은 선채로 두 번의 읍을 한다.

참신--산신 앞에 참배한다는 뜻

 

3.제주를 선정한다. (가, 나, 다 순으로)

“제주는 앞으로 나오시오”

 

4,강신--- "헌관(제주)은 향을 세 번 올리시오"

향 세 개를 불을 붙여 향로에 꽂는다.

"헌관은 잔을 받아 땅에 세 번 부으시오“

회장이 술을 따르고 제주는 제사상의 왼쪽, 중앙, 오른쪽에 나눠서 조금씩 부은다.

"헌관은 재배를 하시오"

제주는 두 번의 절을 한다.

 

5,초헌례---두 개의 술잔을 받아 제상 위에 놓는다.

남성 산신(왼쪽) 여성 산신(오른쪽) 혹은 천지신명(왼쪽) 호명산신(오른쪽)

 

6,축문낭독(회장)---전 회원은 무릎을 꿇어 앉는다. (장소에 따라 선채로 한다)

"헌관은 재배를 하시오"

회장이 축문을 읽는다.

 

7,아헌례---(전 회원)

이하 참석한 모든 회원들은 잔을 올린다.(회장과 총장이 대표로 잔을 올려도 된다)

 

8,종헌례---(총장)

"모든 회원은 사신 재배를 하시오"--신과 이별

전 회원 재배

 

9,음복례 ---“음복합시다” 제주, 산악회장, 총장, 회원의 순으로 음복한다.

제사상의 술잔을 받아 음복

 

10,"축문을 불에 태우시오"

제주가 축문을 불에 태운다.

 

11,"이상으로 2016년 병신년 시산회 시산제 행사를 마치겠습니다"

 

준비물 : 술(막걸리), 떡, 과일(사과, 배), 초, 향, 북어, 대추, 밤, 백지 전지, 컵, 접시 등

 

4.동반시

 

고등학교 시절 서상학 선생께서 감정을 잡아 읊어주던 기억이 새롭게 피어난다. 소쩍새는 접동새, 귀촉도, 불여귀 두견이 등의 별칭이 있는데 저 마다의 사연이 있어서 붙인 이름이다. 다만 생물학적으로 두견이는 별종의 새라 하지만 상관있으랴.

-도봉별곡

 

이 시는 바로 설화의 주인공 ‘망제’(望帝)가 촉나라에서 쫓겨난 서러움을 임에 대한 여인의 애절한 한(恨)으로 변형시킨 것으로, 서정주의 작품 중에 드물게 여성 화자가 등장한다.

 

‘서역 삼만 리’나 ‘파촉 삼만 리’는 임이 가신 곳으로 다시는 현세로 돌아올 수 없는 죽음의 세계를 의미한다. ‘삼만 리’라는 표현 속엔 바로 삶과 죽음의 머나먼 거리를 함축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그리고 ‘진달래꽃’ 역시 ‘망제’ 설화와 관련을 갖는다. 쫓겨난 망제는 ‘두견새’가 되어 그 억울함에 한이 맺혀 밤이 새도록 울고 또 운다. 그리하여 목에서 터진 핏물이 진달래꽃에 떨어져 붉게 물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두견화’라고 부른다.

 

하지만 설화는 설화일 뿐이다. 두견새는 아무리 울어도 피를 토하지는 않는다. 다만 입천장이 피처럼 붉은 색을 띠고 있어 입을 벌리면 그 안이 붉게 보일 뿐이다.

 

삼껍질로 만들어진 ‘육날 메투리’는 조선시대 서민들의 짚신 중에서 최상품에 속한다. ‘메투리’는 ‘미투리’의 사투리인데, 그렇다면 이와 같은 짚신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우리 농경민족의 빼어난 공예품이기도한 짚신을, 상가에서 걸어 두는 것은 이승에 온 저승사자가 새 신발을 신고 가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그렇기에 화자는 임이 떠나는 머나먼 저승길에 ‘새 신발’을 만들어주고 싶은 애절함이 있다.

 

“부질없는 이 머리털 엮어 드릴 걸” 이란 표현에는 임과 사별한 화자의 사랑과 회한의 정서가 녹아 있는 것이다. 시인은 “제 피에 취한 새”가 ‘귀촉도 운다’라고 했다. 무슨 뜻인가. 얼핏 애매한 느낌이 든다. ‘새’가 중복되는 점은 ‘강조’로 볼 수 있지만 어딘지 해석이 어색하다.

 

그것 보단 새(귀촉도)가 ‘귀촉도’하면서 ‘운다’로 해석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귀촉도’가 새 이름이 아니라 울음소리의 의성어로 쓰인 것이다. 즉 이 시는 두견새의 울음소리를 통해 가버린 임에 대한 여인의 슬픔을 더욱 극대화시키고 있다.

-한상훈(문학평론가)

 

귀촉도(歸蜀道)(1940) / 미당 서정주

 

눈물 아롱아롱

피리 불고 가신 님의 밟으신 길은

진달래 꽃비 오는 서역 삼만 리.

흰 옷깃 여며 여며 가옵신 님의

다시 오진 못하는 파촉 삼만 리.

 

신이나 삼아 줄 걸 슬픈 사연의

울올이 아로새긴 육날 메투리.

은장도 푸른 날로 이냥 베어서

부질없는 이 머리털 엮어 드릴 걸.

 

초롱에 불빛 지친 밤하늘

굽이굽이 은핫물 목이 젖은 새.

차마 아니 솟는 가락 눈이 감겨서

제 피에 취한 새가 귀촉도 운다.

그대 하늘 끝 호올로 가신 님아.

 

2016. 2. 12.

 

詩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이 모인 詩山會 도봉별곡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