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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안양 수리산에 오릅니다(詩山會 제277회 산행)

안양 수리산에 오릅니다(詩山會 제277회 산행)

 

산 : 수리산(475미터)

 

코스 : 명학역-성문교회-관모봉-태을봉(하산길은 정상에서 결정)

 

소요시간 : 4시간

 

일시 : 2016. 1. 31. (일) 오전 10시 30분

 

모이는 장소 : 전철 1호선 명학역 대합실

 

준비물 : 막걸리, 안주, 간식, 과일, 아이젠

 

연락 : 염재홍(010-4948-6975)

 

카페 : cafe.daum.net/yc012175

 

블로그 : blog.daum.net/yc012175

 

 

1.좋은 시가 그리운 계절

 

빈 집-기형도(1960~89)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 집에 갇혔네

 

기형도는 그 이름만으로도 그 모든 허무와 절망과 고통의 응어리다. 그 망치에 맞은 자가 한 둘이 아니다.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그의 허무와 절망과 고통을 다수의 독자가 공유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이 시는 절망의 세계에 대한 눈물 어린 ‘고별사’이다. 그리하여 안으로 “문을 잠그”는 그는 얼마나 가여운가. “공포”와 “망설임”과 “눈물”로 가득 찬 “내 사랑”은 얼마나 두려운가. 1989년 3월 7일 새벽, 그는 종로의 한 극장에서 숨을 거두었다. 스물아홉 생일을 엿새 앞둔 날이었다고 한다. 잘 가거라, 불운의 시인이여. “흰 종이” 앞에서 더 이상 “공포를” 기다리지 마라.

<오민석·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단 한 권의 시집만 남기고 떠나버린 시인을 생각하면 ‘고독’이 떠오는 것은 왜일까! 그의 시들은 예사롭지 않다. 지금까지 살았다면 56살이니 시는 무르익어 짙은 향기가 났을 시인인데 참으로 애석하다. 하늘은 이런 시인을 많이 내려 보내지 못하면 일찍 데려가지나 말 것을.

-도봉별곡

 

 

 

2.도봉산 산행기 / 한양기

• 산행일: 2016. 1. 10(일)

• 산행코스: 광륜사 뒷능선(둘레길 표지)-은석암-다락능선-포대능선 정상-Y계곡(土,日 일방통행)-신선대-마당바위-금강암 뒷길-도봉산 입구

• 참석자: 12명(고갑무, 김정남, 염재홍, 위윤환, 이경식, 이재웅, 임삼환, 전작, 조문형, 최광일, 한양기, 한천옥)

• 동반시: 승무 / 동탁 조지훈

 

“오늘은 참 즐거운 산행이었다.”

도봉산 정상을 등정했다는 뿌듯함에 이구동성으로 내뱉는 감탄사!

 

도봉산 정상인 자운봉을 대신해서 오를 수 있는 신선대까지의 산행은 시산회 역사 13년 만에 처음이라고 한다. 그것도 시산회 역사상 가장 위험한 코스였다는 Y계곡을 통과하는 노선을 택해서 완등했다는 사실에 너도나도 자화자찬의 감격에 젖어본다.

오늘 등산행사의 출발과 종착점인 도봉매표소 삼거리의 안내판을 다시 보니 신선대까지 오르는 코스는 다양하다. 신선대까지의 편도 거리가 대략 3Km 내외이니 소요시간은 왕복 4시간이면 충분하다. 시산회 등산시마다 소요되는 거리고 시간이다. 13년 시산회 역사상 가장 많이 선정됐던 산이 도봉산이다. 그 많았던 도봉산행에서 신선대를 멀리했다고 생각하니 몹시 아쉬워진다.

 

오늘은 2016년 병신년을 맞이하여 우리 시산회의 새로운 집행부가 안내하는 첫 행사다. 과거에는 새해 첫 등산일에 시산제를 지내왔지만 올해부터는 해동 이후로 연기했기에 시산제 장소로 올랐던 연례 코스도 변경되었다. 오르다가 신나고 흥나면 신선대까지라고 정하고, 광륜사 뒤쪽 양지바른 능선길로 향한다.

서울둘레길 표지를 따라 완만한 능선을 오르는가 했더니 어느덧 둘레길 표지는 사라지고 가파른 바윗길이 시작된다.

예년의 첫 등산일은 몹시도 추웠는데 오늘은 바람도 없이 화창한 서늘한 날씨다. 동면중인 신령님을 깨우지 않는 예의에 축복을 내려 주었나보다.

 

숨결은 가빠져도 땀은 흐르지 않는 최상의 컨디션이 지속되는 은혜로운 길일이다. 다락능선에서 바라본 오른쪽의 그림 같은 망월사 전경에 흠뻑 취한다. 가까워지는 도봉 삼봉을 바라보면서 정상까지 올라보자는 의견에 모두가 동감한다.

포대 정상을 향하는 가파른 쇠난간길 아래서 공복 타령이 나오자 누군가의 배낭에서 시루떡이 제공된다. 용쓰고 올랐던 포대능선 정복의 에너지는 모두가 나누어 먹은 시루떡 한 조각에서 나왔다. 예전에 느껴보지 못했던 한입 시루떡의 힘이라니!

포대 정상에 오르니 수락산이 눈 아래 가득하다. 발아래 펼쳐진 의정부 시가지는 아파트 숲으로 커져 있다. 아파트 숲이 치워진 산하를 느끼고 싶다.

옛 선인들이 느끼던 감회와 오늘 내가 느끼는 감회는 어떠한 차이가 있을 런지! 왼쪽에는 도봉 삼봉이 웅장하다. 자운봉(740m), 만장봉(718m), 선인봉(708m)은 높낮이 구분이 안 된다.

 

신선대(725m)에 가득한 등산객과 동화되고 싶어진다. Y계곡(200m)을 통과하여 신선대에 오르기로 한다. 안전한 우회로(150m)를 택하자는 회원은 한사람도 없다. 선경에 취한 모험심의 발로다. Y계곡은 주말과 공휴일은 일방통행이라는 안내목이 보인다.

모든 등산객이 포대능선 쪽에서 신선대쪽으로 움직이고 있으니 오늘 방향은 제대로 잡은 것 같다. Y계곡 위험 안내문은 겁먹게 한다. 10년간 25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단다. 바람 거세고 추운 날에는 무척 위험할 것이라고 누구나 인정하게 된다. 그래서인지 도봉산 구조본부도 가까이 위치해 있다.

조심조심하면서 짜릿한 감각을 만끽한 채 신선대에 안착한 회원 모두 만면에 희색이 가득하다.

도봉과 이어진 북한산의 전경을 눈 속 깊이 간직하고서야 하산 처지의 중생임을 깨닫고 안타까움을 느낀다. 하산길은 마당바위 방향으로 정한다. 일반 등산객이 신선대에 오르는데 가장 많이 이용하는 코스로써 지름길에 해당한다.

 

“오늘 참 즐거운 산행이었다.”

 

2016. 1. 10. 한양기

 

3.오르는 산

안양 수리산은 원래 1월 17일에 오르기로 했으나 일기예보에 그날은 영하 18도까지 내려가고 바람이 불어 체감온도가 영하 24도가 된다고 하니 나이가 든 우리들은 자연스럽게 연기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추운 날은 손도 시리고 혈압이 높거나 심장병이 있는 산우들은 체력적인 부담이 크므로 잘 결정했다. 날이 추울 때는 막걸리도 너무 차가우면 맛이 떨어진다. 올해는 2014년처럼 개근하자고 마음을 먹었는데 마나님 회갑년이라 자식들이 해외여행을 시켜준다니 나를 빼고 가라며 한사코 거부를 하다가, 내가 가지 않으면 마나님도 가지 않는다고 해서, 해외여행을 한 번도 시켜준 적이 없는 죄 때문에 결국 목숨 걸고(?) 우선 가까운 일본행 비행기를 타기로 했다. 3월 10일부터 14일까지 오사카-교토 온가족 여행이다.

 

마침 1월의 마지막 날이라선지 온도가 올라가고 있다. 기온은 올라가고 높지 않은 산이니 모두 모여 얼굴을 보자. 우리 모두 힘든 산행 후의 달콤한 막걸리맛에 흠뻑 취해보자.

 

4.동반시

앞으로 동반시는 쉬운 시로 고를 것을 고려해보겠다.

 

이 시는 남해안 지방에 전해 내려오는 민속춤인 ‘강강술래’를 제재로 하여 시각적인 회화성과 청각적인 음악성을 교묘하게 배합하여 민족적인 고전미와 삶의 애환이라는 주제를 담고 있다. 집단 원무(集團圓舞)를 추고 있는 처녀들의 공동성(共同性)과 도취성, 그리고 역동성(力動性)을 그린 이 시를 읽고 있노라면 마치 꿈과 현실이 한 자리에 어울려 있는 듯한 환상적 느낌에 빠져들게 된다.

 

1 ․ 2연은 장면의 제시 부분으로 춤을 추기 위해 모여든 처녀들을 ‘은어 떼’에 비유하고 있으며, 춤추기 시작한 모습을 ‘달무리가 비잉빙 도는’ 것으로 표현하고 있다. 3 ․ 4연은 춤추는 처녀들의 감정의 전개 부분으로서 아직은 정적(靜的)이고 완만한 호흡이다. 3연에서는 강강술래에 나타난 민족적 정한(情恨)을, 4연에서는 ‘백장미’로 제시된 달빛 하얗게 내려 비치는 뜰에서 ‘공작’처럼 춤을 추는 처녀들의 화려한 모습을 환상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5 ․ 6연은 숨가쁘게 진행되는 춤동작으로 감정의 고조 부분이 되며, 7 ․ 8연은 달빛에 취해 무아경(無我境)에 빠져 춤추는 모습으로서 감정의 절정 부분이 된다. 마지막 9연은 한껏 고조된 노래와 춤사위를 통해 혼연일체가 된 모습으로, 앞에서 보여 주던 느린 리듬감이 동적(動的)이고 긴박한 호흡으로 변모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동주 : (李東柱 1920 ~ 1979) 전남 해남 출생, 혜화전문 중퇴, 1950년 ‘문예’지에 ‘혼야(婚夜)’가 추천됨으로 등단. 전통적인 소재를 섬세한 가락에 실어 노래한 시인. 시집에 「혼야 1951」 「강강술래 1959」등이 있다.

-시평 / Ducky Lim

 

강강술래 / 이동주

 

여울에 몰린 은어(銀魚) 떼.

 

삐비꽃 손들어 둘레를 짜면

달무리가 비잉 빙 돈다.

 

가아옹, 가아옹, 수우워월래에

목을 빼면 설움이 솟고 ······

 

백장미 밭에

공작(孔雀)이 취했다.

 

뛰자 뛰자 뛰어나 보자.

강강술래

 

뇌누리에 테이프가 감긴다.

열두 발 상모가 마구 돈다.

 

달빛이 배이면 술보다도 독한 것

 

기폭(旗幅)이 찢어진다.

갈대가 스러진다.

 

강강술래

강강술래

 

2016. 1. 27.

 

詩를 사랑하는 산사나이들이 모인 詩山會 도봉별곡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