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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청계산에 오릅니다(詩山會 제352회 산행)

청계산에 오릅니다(詩山會 제352회 산행)

일시: 2019년 1월 27일. 10시 30분

장소: 전철 4호선 대공원역 2번 출구

뒤풀이: 근처 맛있는 맛집(잘 아는 산우 연락 바람)

대한 추위의 찬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고, 찬 기운은 몸과 마음까지 움츠러들게 하는 한겨울의 가운데입니다. 그런다고 동장군의 위력에 우리가 진 적이 있습니까. 너무 위축되지 말고, 산우들과 만나 몸과 마음을 녹이는 따뜻한 시간을 가집시다.

 

1.시가 있는 산행

페르소나
-장이지(1976~ )

시아침 1/22

동생은 오늘도 일이 없다.
열심히 스마트폰을 들여다본다.

동생 몰래 정리해본
동생의 통장 잔고는 십오만 원.
서른세 살의 무명 배우는 고단하겠구나.

학교에서 맞고 들어온
이십여 년 전의 너처럼

 


너는 얼굴에
무슨 불룩한 자루 같은 것을 달고 있는데.

슬픔이
인간의 얼굴을
얼마나 무섭게 바꾸는지
너는 네 가면의 무서움을 알고 있느냐, 아우야.

선량했던 동생은 가난한 배우가 되었다. 서른셋, 통장엔 달랑 십오만 원. 형은 동생의 슬픈 얼굴이 무섭다. 슬픔은 무섭다. 그것의 다음 걸음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저 좋아서 택했으면 예술이든 뭐든 생계는 알아서 하란 생각이 퍼져 있다. 그러나 예술가란 예술밖에 모르는 사람이다. 예술이 없으면 문화도 문화생활도, 그 흔한 ‘힐링’조차도 없다.
<이영광·시인·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

 

2.산행기

시산회 351회 대모산·구룡산 산행기《2019. 01. 12(토)》/ 김종화


◈ 산행일/집결장소 : 2019. 01. 12(토) / 3호선 일원역5번출구 (10시 30분)
◈ 참석자 : 14명 (갑무, 정남, 종화, 양주, 창수, 재홍, 경식, 원무, 윤상, 전작, 동준, 광일, 양기, 천옥)
◈ 산행코스 : 일원역(5번출구)-로봇고교-만남의 장소-실로암약수터-대모산(정상)-구룡산(정상)-능인선원-논현로-뒤풀이장소(소호정)-양재천-매봉역
◈ 동반시 : "나비" / 김화연
◈ 뒤풀이 : ‘안동국시’에 막걸리 / "소호정"<서초구 양재동(02) 579-7282>

 

2019년(己亥年) 1월 12일(토), 시산회 351회 대모·구룡산 산행의 날이다. 소한(小寒) 지난지가 일주일이 되었지만, 날씨는 영상의 날씨로서 바람이 불지않고,구름이 잔뜩 끼어있어 미세먼지는 나쁜 편이다.

 

조금 늦게 집결장소에 도착할 것 같아 산우들에겐 먼저 출발을 하라고 하였다. 양주 친구도 늦었는지 일원역 5번출구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로봇고교를 지나 대모산의 들머리인 ‘만남의 장소’에서 산우들은 산행을 협의하고 있었다.

 

정남이가 모처럼 산행에 참석을 하였다. 실로암약수터에서 약수를 한 잔씩 마신 후 갈래길에서 산우들은 대모산 정상으로 가는 팀과 서울들레길 불국사로 가는 팀으로 나뉘어 헤어졌다. 대모산 정상이 500m만 오르면 되었기에 나와 창수 등 6명은 대모산 정상에 올라 산우들(동준 제외)은 증명사진을 남겼다.

 

대모산은 서울시 강남구의 변두리에 있는 나지막한 산(해발 293m)으로 일원동 계곡 쪽에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후 주민의 휴식공간으로 주로 찾는 산으로서 늙은 할미와 같다고 하여 할미산 또는, 대고산(大姑山)이라 불렸으나, 御命으로 대모산(大母山)으로 고쳤다고 한다. 우리는 쉬지를 않고 바로 구룡산으로 가는 길을 걸었다.

 

다른 팀은 서울둘레길을 따라 불국사를 구경한 후, 구룡산 쪽으로 갔었나 보다. 구룡산(정상)으로 가던 중에 서울둘레길로 갔던 팀의 일부를 만났는데, 그중에 정남이는 몸이 좋지 않은지 ‘뒤풀이 하는 곳에 먼저 가서 있을테니 구룡산에 오른 후 하산할 때에 연락을 주시라’고 하며 오던 길로 하산을 하신다.

 

앞서서 갔었던 서울둘레길팀의 산우들이 쉼터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등산로 왼편에는 철 펜스가 설치되어 있는데, 이는 세계문화 유산인 헌인릉의 지역과 국가정보원 시설물을 보호하기 위해서 라고 한다. '구룡산'이란 명칭은 옛날 임신한 여인이 열 마리의 용이 승천하는 것을 보고 놀라서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용 한 마리가 떨어져 죽었고, 아홉 마리의 용이 하늘로 올라갔다고 하여 붙여진 산의 이름이라고 한다.

 

하늘에 오르지는 못한 한 마리의 용은 양재천이 되었다고 한다. 구룡산의 주봉(主峰)은 국수봉(國守峰)이다. 이것은 조선시대 이전부터 산 정상에 봉수대가 있어서 나라를 지킨다고 하여 붙여진 것이다. 실제로 바위굴의 형태인 국수방(國守房)에서 봉수군(烽燧軍)이 기거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구룡산에는 세종대왕 초장지(初葬地)였던 英陵터가 있으며, 능인선원과 자룡사 등이 있다. 1989년 서울시가 추진한 ‘큰 산 살리기 운동’을 통하여 구룡약수터, 천의약수터, 불국사, 성지약수터지구 등으로 구분되어 정비되었다. 이를 통하여 구룡산은 가벼운 산행이나 아침운동 등과 함께 인근 주민들의 다양한 문화생활이 이뤄지는 장소가 되었다고 한다.

 

구룡산과 대모산은 300미터 내외의 낮은 높이를 가지고 있는 산이지만, 한강과 강남구 일대로 탁 트인 조망을 선보인다. 이 코스를 전체적으로 보자면 완만한 경사도를 가지고 있을 뿐만아니라 산행거리도 길지 않기 때문에 대모산·구룡산을 하나로 묶어서 다녀오는 것이 좋다. 구룡산을 자세히 보면 9개의 계곡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구룡산(정상)에 오르니 좁다란 헬기장이 있다. 서울 송파구가 한눈에 들어온다. 잠실경기장을 비롯하여 주 빌딩이 보이고, 우리나라서 가장 높은 제2롯데월드 빌딩도 볼 수가 있었다. 산우들은 청계산쪽의 쉼터에서 먹거리(과일, 김치, 떡, 김밥, 곶감 등)를 내어놓고, 고 총장은 와인과 삼페인을 내어 놓는다. 산우들은 항상 준비했던 막걸리를 웬일인지 모두가 다 준비하질 않았다.

 

총장님은 오늘의 동반시부터 낭송을 하자며, 내게 낭송을 하라고 한다. 당초 정남 산우를 특별 기자로 선임하려고 했었는데, 먼저 하산을 하는 바람에 내가 동반시를 조용히 낭송하며, 세환 산우의 마나님 詩心에 깊이 빠져들었다. 동반시를 낭송 할때는 항상 목소리가 떨리기만 하였다.

 

나비 / 김화연

 

베란다 밖 유리창 너머에

봄 나비가 난다

실금을 긋는 날갯질이 햇살을 이어 붙인다

아름다운 두 눈 같은 나비들

하얀 날개가

공기를 가르는 춤을 춘다

 

열다섯 거울 위에 앉아

처음 나비를 보았다

물끄러니 쳐다보는 두 눈에

내가 내게 들킨 날이었다

어쩌면 나도 한 송이 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겨드랑이에서 아지랑이가 올라오고

손과 발, 뺨은 더욱 수줍어졌다

나는 정원,

유독 설레는 봄이었다

 

내 몸에 나비가 날고 있다는 것을

알고 난 뒤부터

오줌이 마려울 때마다

나비가 마렵다고 생각했다

따뜻하지 않은 오줌이 있을까

쭈그려 앉아 나비를 생각하면

졸졸 얼음이 녹고 개울이 풀리는 소리가 났다

 

여전히 봄 나비가 날고

거울은 깨졌다

 

금년도의 첫 동반시는 정남 산우가 특별히 김화연 시인의 ‘나비’를 추천하였다. 지난해 납회때에 세환 산우가 선물한 마나님 시집에서 눈에 띄었나 보다. 역시 시인은 달라서 인지, 정남이는 간단히 시평을 기록하여 카톡으로 보냈었다.

 

정남 산우는 '장자의 나비'라는 시를 발표한 이후 매우 중요한 화두가 되었다. 좋은 시가 많았지만, 그 중 하나를 선택했다. 매우 뛰어난 직관에 따른 서정성이 강하다고 하며, 산우들의 입맛에도 맞았다. 이 시는 세환 산우에게 사전 통보를 하여 승락을 받았다고 하였다.

 

지난해 납회때 세환 마나님의 첫 시집 발간을 축하하며, 김화연(세환의 마나님) 시인의 시집 제목인 시(“내일도 나하고 놀래”)를 근호 산우는 낭송을 하였지만, 이번 산행때 동반시로 낭송한 시(“나비”)도 산우들 뿐만아니라 시를 좋아하는 모든 사람들과 함께 마음깊이 축하를 하였었다.

 

김화연 시인은 2015년도 “시현실”로 등단하여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시집은 시인의 개인적 경험과 기억이 심미적 요소와 결합, 빚어낸 이미지로 가득하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인생론적 진실을 발견해 낼 수 있는 시인, 사물에 대한 서정적인 인식을 통해 생활의 지혜를 체득한 시인, 그 무엇보다도 진솔하고 자연스러운 어법 속에서 시의 문법을 아름답게 구현할 수 있는 시인이다.

 

해설을 쓴 유성호 문학평론가의 말을 빌면 이는 “서정시의 본래적 직능을 견고하게 견지하면서 우리로 하여금 어떤 가치있는 세계를 유추하게끔 하는 웅숭깊은 목소리”에 다름 아니다. 요컨대 시인의 목소리는 삶에서 가시적으로는 확인할 수 없는 근원적 실재를 열망함으로써 우리가 삶에서 감지하지 못하거나 망각한 것들을 들여다 볼 수있는 ‘창’을 제시한다.

 

모두들 먹거리를 먹은 후 소화를 시킬겸 시간을 맞춰서 양재대로 쪽으로 내려 가자고 한다. 서울시에서 편하게 만들어 놓은 서울둘레길 계단을 따라 내려가니 아름다운 곳을 볼 수 있는 우수조망명소가 있었다. 모두들 잠시 전망이 보이는 양재천~개포동 등 시내를 조망한 후 양재대로(구룡터널4거리) 쪽으로 내려와 ‘대모산 도시자연공원종합안내’ 간판을 보며 차후 둘레길 산행을 예정하였다.

 

대모산·구룡산의 대표적인 들머리와 날머리는 양재역, 일원역, 대모산입구역, 매봉역(구룡터널 사거리), 구룡사, 수서역 등을 들 수가 있다. 앞으로 긴 산행을 갈것 같으면 “서울둘레길”을 따라 수서역에서 부터 대모산, 구룡산, 양재시민의 숲을 지나 우면산까지 연계산행을 하면 좋을 것 같았다.

 

뒤풀이는 처음엔 가락시장의 횟집에서 하기로 하고, 정남 산우가 산행중 몸이 불편해 먼저 내려가 뒤풀이장소(횟집)를 잡아놓겠다고 하였으나 약속한 시간이 확실치 않고, 건강이 좋지를 않은지? 바로 집으로 가겠다는 연락이 왔었다.

 

산우들은 ‘능인선원’의 옆을 지나서 논현로(양재동)쪽으로 갔다. 오늘 뒤풀이는 안동국시가 유명한 ‘소호정(笑豪亭)’으로 간다. ‘소호정’에서 막걸리로 한 잔씩 마시고, 고향의 맛 안동국시를 맛있게 먹었다. 다음 산행 때에도 많은 산우들이 참석할 것을 기약하며, 양재천근린공원~양재천~매봉역까지 조금 더 걷기 운동을 하였다. 산우들 모두가 다음 산행때도 건강하게 만나뵙길 기원하면서...

 

2019년 1월 21일 김종화 씀.

3.오르는 산

춥고 바람이 부는지 바람을 좋아하는 나도 인간의 한 종류인지 자연의 현상을 이기지 못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세월을 한탄하기에는 우리 모두는 너무나 젊다. 나야 잘난 체하다 걸린 병의 후유증이니 올해는 따듯해지면 등산으로 병을 다스려야겠다. 내친 김에 100대 명산을 오르는 영광을 주시라고 산신에게 부탁하겠다. 덤으로 시를 계속 쓸 수 있다면 무엇을 더 바랄까. 지금은 명상센터 안 나만의 꾸띠에 와있다. 구정 전까지 12일간 지낼 양식을 가져왔다. 양식이라 해봤자 하루 한 끼 카레에 비벼먹는 것이 주식이다. 후일담이지만 시집의 세 가지 제목, 곧 기억의 거짓말, 방랑자의 노래와 혜덕암 일기를 놓고 세 사람 시인의 의견을 들었다. 나는 ‘혜덕임 일기와 기억의 거짓말’을 주장했고 다른 시인은 처음에는 ‘기억의 거짓말’을, 발행인은 ‘방랑자의 노래’를 주장했다. 그러다 중간의 시인이 생각 끝에 ‘기억의 거짓말’이 관념에 치우친다는 의견을 내세우고 ‘방랑자의 노래’로 변경했다. 결국 2 : 1이 되므로 나는 내 마음을 접어야 했다. 남을 속이려면 나부터 속여야 한다는 것은 오랜 속담이다. 뇌과학자 박문호 박사의 주장이기도 하다. 기억도 거짓말을 한다는 것을 잊지 말고 살자. 왜냐하면 전통적으로 나쁜 자들이 나쁜 의도로 퍼트리는 반복적 선전에 우리 모두는 속는다. 요즘 '가짜뉴스'를 가리자는 유튜브 논쟁이 한창이다. 같은 맥락에서 히틀러를 도와 나치독일을 건설한 천재적인 선전상 괴벨스(1897~195-45)는 그것을 제대로 이용하였으나 결국은 그것을 믿은 국민들을 파멸에 이르게 했다. 독일은 전쟁을 사과했으나 일본은 아직도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 원인은 전쟁 후 여자들이 당한 수모의 차이에 있다는 주장이 있다. 좋은 이야기는 아니므로 여기서 접는다.

 

새 총장의 눈빛이 남다르다는 것을 이제는 알았다. 또 확실하게 맺고 끊는 성격의 소유자라는 것을. 올해도 작년과 같이 시산회가 진화할 것을 믿는다. 고 총장님의 건승을 빈다.

 

4.동반시

추운 겨울에 넉넉한 한가위를 떠올리며 부르는 노래는 우리 가슴을 따듯하게 할 것이 분명하다. 하여 작가인 조카가 골라준 시를 올린다.

 

한가위에 취하다 / 김정남

 

상긋거리며

불암산 뒤에서 떠오르는 한가위

붉은 신화를 닮아

단단한 희망을 떠올린다

기도는 날카로운 달빛이 되고

소원은 차가운 동그라미

 

젊어 근시였던 눈은

중년에 난시로 변하더니

세월 흘러

노안이 되었다

 

그 사이 따뜻해진 달은 하늘바다를 여유롭게 헤엄치며

파도 없는 중랑천에

그림자 찍는다

 

젊음과 늙음, 뫼비우스의 띠 되어

내 눈이 밖으로 나가

나를 보니

이지러진 눈동자 속에

작아진 달이 손짓한다

내가 달이 되어

밤새 구름과 노닐다가

돌아와 보니

현관에는 딸들과 사위들의 신발들

긴 동그라미의 축제가

한창이다

 

2019. 1. 24. 시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詩山會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