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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光州고총산악회 도봉산 始山祭(詩山會 제354회 산행)

光州고총산악회 도봉산 始山祭(詩山會 제354회 산행)

일시 : 2019. 2. 23.(토) 9시 30분

모이는 곳 : 도봉산 광륜사 뒤 공터

 

1.시가 있는 산행얼음 호수
-손세실리아(1963~ )

시아침 2/19

제 몸의 구멍이란 구멍 차례로 틀어막고
생각까지도 죄다 걸어 닫더니만 결국

 


자신을 송두리째 염해버린 호수를 본다
일점 흔들림 없다 요지부동이다
살아온 날들 돌아보니 온통 소요다
중간중간 위태롭기도 했다
여기 이르는 동안 단 한 번이라도
세상으로부터 나를
완벽히 봉해본 적 있던가
한 사나흘 죽어본 적 있던가
없다, 아무래도 엄살이 심했다

남의 흠결을 입에 담는 것은 옳지 못하다. 흠결은 그의 것이다. 내 것이 아닌 걸 내 것처럼 다루고 사용하는 건 잘못이다. 나의 소요를 여기저기 흘리고 다니는 건 부끄러운 일이다. 소요는 내 것이다. 내 것을 남의 것처럼 허술히 취급하는 건 못난 짓이다. 호수는 잔잔한 물결조차 염하듯 얼리어 여밀 줄 안다. 얼어붙었던 것만이 녹고 풀려 흐를 수 있다.
<이영광·시인·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

 

 

2.산행기

시산회 353회 불암산 산행기/ 최근호

▣ 월일/집결장소 : 2019. 2. 9.(토) / 4호선 상계역 1번 출구(10:30)

▣ 참석자 : 17명 (이원무, 정동준, 최근호, 최광일, 정한, 박형채, 나창수, 이경식, 김진오, 이윤상, 고갑무, 한양기, 김종화, 위윤환, 김삼모, 염재홍, 임삼환) 단체 사진 순

▣ 산행코스 : 상계역 1번 출구 – 청암약수터 – 능선사거리 – 불암산 정상 – 깔닥고개 - 불암산성 – 삼육대

▣ 동반시 : 봄꽃의 첫사랑/도봉별곡 김정남

▣ 뒤풀이 : 태능허참갈비 / 돼지갈비, 삼겹살, 소주, 맥주, 막걸리

 

금번 산행은 불암산이며 산 정상부에 있는 큰 바위가 마치 부처님의 모습을 닮았다고 하여 불암산(佛岩山)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높이는 509.7m로 산의 능선은 남북방향으로 이어져 있다. 생도시절 화랑대를 출발하여 태능을 지나서 능선을 타고 계속 구보하여 깔닥고개를 거쳐 불암산 정상에 오르곤 하여 옛 추억이 깃든 곳이기에 감회가 깊은 곳이다.

 

아침에 일어나니 날씨가 화창하다. 그간 바쁜 일이 정리되어 후련하고 오랜만에 산행이라 마음이 설렌다. 간단한 아침식사를 끝내고 전철로 목적지를 향했다. 여러 산우가 모이는 곳이라 약속시간에 늦지 않으려 넉넉한 여유를 갖고 출발했고 예정보다 10여분 빨리 도착했는데 먼저 도착한 많은 산우들이 반갑게 맞이한다. 거의 약속시간에 임박해 다른 산우들도 도착하여 즐거운 산행이 시작되었다

 

상계역 1번 출구를 기점으로 청암약수터를 지나 계속 오르막길을 등산하는데 등산길이 암반이 많아 생각보다 힘들게 느껴졌다. 한참을 오르니 정자가 나오고 거기에서 간단한 음료와 간식을 먹은 후 정상으로 향했다. 일부 산우들은 정상으로 가기 전 암반으로 둘려 쌓인 휴게소가 있었는데 거기서 휴식을 취하며, 담소하고 정상에 올라갔던 산우들이 하산하여 합류 후 깔닥고개를 거쳐 불암산성 공터에서 각자 준비 해온 음식물과 막걸리로 건배하고 필자가 우리의 시인 도봉 김정남의 동반시를 낭독했다.

 

봄꽃의 첫사랑 / 도봉 김정남

먼 나라나무에 물오르고

첫사랑 꽃이 피었다가

봄꽃 떨어지며

한때 불우했던 노시인의 사랑은 가고

우리는 첫사랑의 불우를 자랑스러워해야 한다

좋은 비는 때를 알고 내린다네

봄비는 울면서 내리고 벚나무는 꽃을 내린다

첫사랑의 기억은 사라지고

나의 잎은 파랗게 빛난다

사랑은 빛나는 것

그 나무는 열매를 맺지 않는다

첫사랑에 미안한 까닭이다

사랑은 모든 것을 담아둘 수 없기 때문이다

꽃이 피어서 봄이 오는 것인가

봄이 와서 꽃이 필까

궁금해지는 봄날의 첫사랑 꿈

 

하산길은 내리막 능선길이라 수월하였으며 방향을 삼육대 쪽으로 정하고 뒤풀이는 태능갈비를 먹기로 하였다. 삼육대 호수 쪽에 잠깐 휴식을 취하면서 태능허참갈비집에 콜하여 삼육대 정문 앞에서 픽업하기로 하고 봉고차로 음식점에 도착했다. 아줌마의 싹싹한 말씨, 푸짐한 밑반찬과 함께 돼지갈비, 삼겹살, 소주, 맥주, 막걸리 등 마음껏 먹고 흥겨운 시간을 가졌으며, 이번 산행에는 많은 산우들의 참석하여 훨씬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금번 산행 뒤풀이 비용은 나창수 산우가 쏘았고 맛있고 흥겹게 먹었는데, 고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너무 부담되지 않았나 미안한 마음도 들긴 했으나 아무튼 즐거운 시간이었다. 나 원장 복 많이 받으시게.

2019. 2. 15. 최근호 올림

 

3.오르는 산

광주고 산악회 시산제의 날이다. 전에는 관악산에서 올렸지만 너무 가파르고 오르기 쉽지 않은 산이고, 더구나 코스의 선택은 여지가 없는 외길 수순이라 나이 들어 산에 오르기 힘든 선배들이 반대했다. 도봉산은 코스도 다양하고 오르기 쉬운 산이라 집행부에서 이곳으로 선택했다. 부디 많이 참석하여 올해 무사 산행하기를 빌어보자.

 

4.동반시

'계절의 여왕'인 오월에서 환희와 즐거움만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더욱 아름다워지는 계절의 흐름 속에서 점점 초라해지는 자신을 발견함으로써 옛날에 대한 향수와 비애를 함께 노래하고 있다. 겨울이 싫어진 도봉은 봄이 빨리 오기 바라는 마음에서 선택했다. 이 시를 통하여 계절의 여왕인 푸른 5월에도, 슬픈 노래를 부르고 있는 모습에서 사슴을 닮은 이 시인의 유별난 체질이 드러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푸른 오월 노천명(盧天命)

 

청자(靑瓷)빛 하늘이

육모정(六角亭) 탑 위에 그린 듯이 곱고,

연못 창포잎에

여인네 맵시 위에

감미로운 첫여름이 흐른다.

 

라일락 숲에

내 젊은 꿈이 나비처럼 앉는 정오(正午)

계절의 여왕 오월의 푸른 여신 앞에

내가 웬 일로 무색하고 외롭구나.

 

밀물처럼 가슴속으로 몰려드는 향수를

어찌하는 수 없어,

눈은 먼 데 하늘을 본다.

 

긴 담을 끼고 외딴 길을 걸으며 걸으며,

생각이 무지개처럼 핀다.

 

풀 냄새가 물큰

향수보다 좋게 내 코를 스치고

 

청머루 순이 뻗어 나오던 길섶

어디메선가 한나절 꿩이 울고

나는

활나물, 호납나물, 젓가락나물, 참나물을 찾던

잃어버린 날이 그립지 아니한가, 나의 사람아.

 

아름다운 노래라도 부르자.

서러운 노래를 부르자.

 

보리밭 푸른 물결을 헤치며

종달새 모양 내 마음은

하늘 높이 솟는다.

 

오월의 창공이여!

나의 태양이여!

 

2019. 2. 22. 시를 사랑하는 산사람들 詩山會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