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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불암산에 오릅니다(詩山會 제353회 산행)

불암산에 오릅니다(詩山會 제353회 산행)

일시: 2019. 2. 9.(토) 10시 30분

모이는 곳: 전철 4호선 상계역 1번 출구

 

1.시가 있는 산행

 

용산 가는 길-청파동 1 / 박준

 

청파동에서 그대는 햇빛만 못하다 나는 매일 병(病)을 얻었지만 이마가 더럽혀질 만큼 깊지는 않았다 신열도 오래되면 적막이 되었다 빛은 적막으로 드나들고 바람도 먼지도 나도 그 길을 따라 걸어 나왔다 청파동에서 한 마장 정도 가면 불에 타 죽은 친구가 살던 집이 나오고 선지를 잘하는 식당이 있고 어린 아가씨가 약을 지어준다는 약방도 하나 있다 그러면 나는 친구를 죽인 사람을 찾아가 패(悖)를 좀 부리다 오고 싶기도 하고 잔술을 마실까 하는 마음도 들고 어린 아가씨의 흰 손에 맥이나 한 번 잡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지는 해를 따라서 돌아가던 중에는 그대가 나를 떠난 것이 아니라 그대도 나를 떠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아파서 그대가 아프지 않았다

 

 

400자에서 조금 모자라는, 시의 전문(全文)이다. 박준은 시인 백석의 골격을 갖추고 있다고 누군가 평한 것처럼, 설화와 같은 가난, 나 스스로 어쩌지 못하는 몸의 질병, 행패(行悖)를 '패'라고만 줄여 생겨나는 고색창연함, 이런 정서들이 시를 읽다 보면 맺힌다. 시인의 '청파동' 연작시 중 하나인데, 가해자에게 복수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 불에 타 죽은 친구는 '용산 가는 길'이라는 제목을 고려하면 2009년 용산 화재 피해자임이 분명해 보인다. 이 시는 사회파 계열의 작품인가. 배경으로 깔려 있을 뿐이다. 핵심은 마지막 두어 줄인 것 같다. 그대만 나를 떠난 게 아니라 그대마저 나를 떠났다. 그런데 시에 그대를 원망하는 마음은 없다. 오히려 반대다. 내가 아픈 대신 그대는 아프지 않으니 됐다는 투 아닌가. 이것은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라고 노래한 김소월 '진달래꽃'의 박준 버전인가. 그러니까 연애시인가. 연애시라면 속이 환히 들여다보이는 노골적인 연애시는 아니다. 어쨌든 시적 화자의 이런 애틋한 혹은 사려 깊은 마음 씀씀이에 여성 독자들은 안도한다. 그럴 것 같다.

<소설가 천운영>

 

2.산행기

 

청계산 산행기/이경식

-일시 : 2019. 1. 27.(일) 10 : 30-16 : 00

-장소 : 청계산 매봉(대공원역 - 청계산 매봉- 인덕원- 사당역뒤풀이)

-참석 : 12명(나양주,한양기,김진오,정해왕,정 한,전 작,위윤환, 이경식,김삼모, 김재일/사진순) 고갑무,김종화(뒷풀이)

-동반시 : 페르소나(가면)/장이지

-뒤풀이 : 대유 샤브샤브(대표 추병연, 02-598-5672/사당역 10번 출구)

 

오늘, 태양이 솟아오르는 저쪽 너머로 하늘이 유난히 파란날.

우리 시산회 352회 산행날이다.

산행 352회라...감동스럽다. 장하다 .보람차다. 즐겁다.

더 이상 무슨말이 필요 하겠는가?

격주마다 건강하게 만나서 희희낙낙하며 산길을 걷는 그맛,

맘것 떠들면서 마시는 한잔 술맛, 그맛을 시산회 아니면 어디가서 찾으리오??

 

10시경, 과천대공역원에 도착했다.

우리 시산회에서는 내가 제일 먼저 온것 같았다.

여기 저기 삼삼오오 등산복을 차려 입은 중년의 남녀들로 북적 거렸다.

악수와 함께 낄길거리는 소리가 요란하다.

어디 등산만큼 편하고 부담없는 취미생활이 있겠는가?

 

10시35분 전원 도착, 가자 청계산으로~

고 총장이 오늘 불참해서 "총장직무대행"이라는 감투까지 받았다.

원터골로 해서 348회 청계산행 때 뒤풀이집 "한소반"을 가자는 종화의 애기가 있었지만

모두들 너무 멀다고 고개를 돌린다. 하긴 과천에서 원터골까지 5시간 정도는 걸리지..

이동네 사는 삼모가 오랫만에 나오더니 여긴 자긴 나와바리(?) 은근슬쩍 자랑을 곁들인다

이래서 웃고 저래서 웃으면서 "매봉"을 목표로 삼았다.

매봉은 582.5미터 청계산 정상이다.

오르는 길도 좋고 등산로도 평탄하고 계단도 많아서

별 부담없이 오를수 있는 산이다.

 

매봉 전망대에서 단체 인증샷을 찍고 바로 밑에서 간단하게 요기를 하였다

최근 들어 제일 간단하게 서서 김밤과 떡을 먹고 바로 하산을 시작했다.

4KM 쯤 더가면 인덕원역이다.

오랜 가뭄 중이라서 흙먼지를 날리면서 인덕원역에 도착하니 고총장과 종화도

뒤풀이에 참석한단다.

2시 10분쯤 사당역 10번 출구에 도착하여 바로 뒤풀이 장소로 들어갔다.

우리 이외에도 다른 등산팀들이 여럿 있었다. 일행 12명이 꽉차게 둘러 앉았다.

특별히 야관문술을 서비스 받았다.

야관문의 잎들은 밤에 서로 달라 붙어 있다가 낮에 다시 떨어지는데 남성정력에 좋다고 한다.

오늘의 시 페르소나를 본인이 식당에서 읊었다.

 

페르소나

(장이지/고흥, 1976~)

동생은 오늘도 일이 없다

열심히 스마트폰을 들여다 본다

 

동생 몰래 정리 해본

동생의 통장 잔고는 십오만원

서른세살의 무명배우는 고단하겠구나

 

학교에서 맞고 들어온

이십여년 전의 너처럼

 

너는 얼굴에 무슨 볼룩한것을 달고 있는데

슬픔이 인간의 얼굴을 얼마나 무섭게 바꾸는지

너는 네 가면의 무서움을 알고 있느냐, 아우야.

 

시를 낭송하긴 했지만 시에 대한 느낌은 밋밋하다.

감성적으로 빠져 든것도 아니고 독특한 시어가 있는것도 아니고 별로 맛이 없다.

12명이 떠들고 웃고 또 웃으면서 뒤풀이를 마감했다

즐거웠네 친구들,

건강하게 353회 산행때 보세~~(끝)

 

3.오르는 산

아침에 일어나 커텐을 열면 바로 보이는 곳이 불암산이고 눈을 아래로 깔면 중랑천, 오른쪽으로 돌리면 삼각산 세 봉우리가 보인다. 내친 김에 뒤 발코니로 가면 도봉산 정상 부근의 암봉과 수락산 태극기가 보인다. 정들고 정경이 좋은 곳을 1년 후면 떠나야 한다. 외할아버지가 되니 손녀를 돌봐줄 외할머니 따라 봉천동으로 가야 한다. 팔자에 없으려니 생각하고 도봉산이 좋아 북쪽에서만 살았는데 학교와 직장까지 한강의 남쪽인 때가 없었다. 그게 어언 48년 간이다. 강남도 강남 나름이라고 봉천역과 신림역은 한 역 떨어져 있는데 신림동은 중국동포가 많이 살아 불안하여 집값이 뚝 덜여진다고 하니 설명하기 민망하다. 당분간은 재활에 부지런해야 하니 동서남북 어디나 관계없다. 어차피 1년의 반은 명상센터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곳이 산이니 아침 후와 점심 뒤는 산행이나 가벼운 산보는 쉽게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다음 주에는 장흥 천관산과 목포 유달산에 올라 내려와 산낙지를 먹고 와야겠다. 잘들 다녀오시라. 좋아하는 삼겹살도 많이 드시고.

 

4.동반시

 

봄꽃의 첫사랑/도봉별곡

 

먼 나라나무에 물오르고

첫사랑 꽃이 피었다가

봄꽃 떨어지며

한때 불우했던 노시인의 사랑은 가고

우리는 첫사랑의 불우를 자랑스러워해야 한다

좋은 비는 때를 알고 내린다네

봄비는 울면서 내리고 벚나무는 꽃을 내린다

첫사랑의 기억은 사라지고

나의 잎은 파랗게 빛난다

사랑은 빛나는 것

그 나무는 열매를 맺지 않는다

첫사랑에 미안한 까닭이다

사랑은 모든 것을 담아둘 수 없기 때문이다

꽃이 피어서 봄이 오는 것인가

봄이 와서 꽃이 필까

궁금해지는 봄날의 첫사랑 꿈

 

2019. 2. 7.시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詩山會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