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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관악산에 오릅니다(詩山會 제355회 산행)

관악산에 오릅니다(詩山會 제355회 산행)

일시 : 2019. 3. 9. 토요일 10시 30분

모이는 곳 : 전철 4호선 과천역 7번 출구

 

1.시가 있는 산행

종점
-최문자(1943~ )

시아침 3/5

사랑 없이도 고요할 줄 안다
우리는 끝없이 고요를 사랑처럼 나눴다
우리가 키우던 새들까지 고요했다
우리에게 긴 고요가 있다면
우리 속에 넘쳐나는 소음을 대기시켜 놓고
하루하루를 소음이 고요 되게
언제나 소음의 가뭄이면서
언제나 소음에 젖지 않으려고
고요에 우리의 붓을 말렸다

 

서로 아무렇지 않은 나이가 되어서야
말할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이든 간에
시끄러운 가을 벌레들처럼
우리는 아주 오래 뜨거웠던 활화산을 꺼내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고요는 침묵일 것이다. 아마 서로 강요하고 눈감아준 것이었겠지. 그런데 침묵은 사랑을 무마한다. 그때 사랑은 소음이란 뜨거운 대화를 통과했어야 했다. 무슨 말이든 해야 했다. 가을이 돼서야 활화산처럼 말문이 터지는 건 늦은 걸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차에게도 사람에게도 아쉽고 부산한 종점 부근이 있다는 건 얼마나 다행스러운가.
<이영광·시인·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

 

2.산행기

시산회 354회 도봉산 시산제 산행기<2019. 2.23.(토)>/ 염재홍

▣ 월일/집결장소 : 2019. 02. 23.(토) 9시 30분 / 광륜사 뒤 공터

▣ 참석자 : 11명 ( 김삼모. 김종화. 김진오. 염재홍. 위윤환. 이경식. 이원무. 임삼환. 정한. 한양기. 이승렬<행사후 귀가> )

▣ 산행코스 : 도봉산역-탐방지원센타-광륜사 뒤 공터-도봉분소-쌍줄기 약수터-김수영 시비-도봉서원 발굴터-대덕교-도봉옛길 -무수골-방학동길 - 쌍둥이전망대 -우이암갈림길 -우이동입구

▣ 동반시 : 봄 / 이성부

▣ 뒤풀이 : 광어회, 낙지볶음, 새고막 등. 막걸리, 맥주·소주 / 완도 아구와 코다리찜(북한산우이역 2번 출구)

 

이번 겨울은 그렇게 추운 날이 며칠 되지 않은 것 같다. 영하 10도 이하로 내려갈 것이니 계량기 동파를 주의하라는 등, 눈이 많이 올 것이니 낙상을 주의하라든가 하는 이야기를 별로 듣지 않고 2월이 다 넘어간다.

 

오늘은 총동문회 산악회가 주관하는 시산제의 날이기에 우리도 동참하기 위하여 집합 시간을 9시 30분으로 앞당겼다. 평소보다 이른 시간이다 보니 괜히 바쁘게 서둘러 9시 약간 넘어 도봉산역에 도착하여, 늦게 오는 친구들을 기다리다 보니 10시가 다 되어 행사장에 도착하여 먼저 참석중인 친구들과 합류하였다.

 

간단히 시산제를 마치고 기념촬영 후 분배된 시산제 음식을 나눠 넣고 각 기수별로 적당한 코스를 선택하여 신행을 시작했다. 그러나 승렬친구는 무릎이 안 좋은 관계로 시산제만 참석 후 귀가 하였다. 건강을 위하여 산에 가는데 등산으로 오히려 건강을 해친다면 당연히 안 가는 것이 낫다. 무리는 말아야지.....

 

우리는 모처럼 북한산 둘레길을 선택하여 좀 편안한 길을 걷고자 한다. 도봉분소로 내려와 우측 길을 택하여 화장실이 있는 쌍줄기 약수터를 지나, 김수영 시비를 지나서, 한참 발굴중인 도봉서원 터를 지나, 본격적인 둘레길 입구에 설치된 휴식공간에서 배낭을 추스르고 계단을 따라 둘레길로 접어 들었다. 비교적 무난한 도봉옛길을 걸어 무수골에 도착하였다.

 

무수골을 왼쪽으로 보며 바로 방학동길로 들어서 폐목 활용이라는 이름을 붙인, 죽은 나무를 잘라 길 양쪽을 덮은 재활용 길을 지나 쌍둥이 전망대에 도착하였다. 쌍둥이 전망대는 제법 잘 만들어 놓았다. 올라가니 근방 경치를 잘 내려다보고 도봉산 주봉도 잘 보인다. 이 전망대는 주위 산림을 살리면서 자연에 동화되게 만들어 참 잘 만들었다는 감이 든다. 주위 경치를 해치지 않고 우리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를 잘 하였다.

 

인증 촬영을 하고 밑에 설치된 평상(平床)에서 가져온 먹거리로 허기를 채웠다. 오늘은 시산제 주최 측에서 막걸리를 주지 않아 마실 것이 부족하였다. 국립공원 일부 구간에서 음주가 금지되니 그리 하였으리라고 이해한다.

하지만 머리고기 편육은 안 줘도 좋은데, 그것은 왜 매년 주는지.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나?

 

이제 둘레길을 벗어나 우이암 오르는 쪽으로 이어지는 길로 들어섰다. 우이암(牛耳岩)의 명칭은 봉우리의 모습이 소의 귀를 닮았다는 데서 유래하였다고 한다. 본래는 바위의 모습이 부처를 향해 기도하는 관음보살을 닮았다고 하여 관음봉(觀音峰)이라고도 하고, 사모관대를 쓰고 있는 모습을 닮았다 하여 사모봉이라 부르기도 했다고 한다. 오솔길을 따라 한참을 걸어 우이암길에서 입구 쪽으로 내려 왔다. 북한산과 도봉산을 구분하는 우이령길로 올라가는 산 끝이다.

 

이제 뒤풀이 장소를 찾아 여기저기 둘러 본 후 완도 출신 남자분이 한다는 ‘완도 아구와 코다리찜’이라는 탕, 찜, 회 등 종목이 다양한 식당을 정하고, 이 집은 북한산우이역 2번 출구 앞에 바로 있는데 보기보다는 괜찮았다. 광어회, 고막, 낙지볶음을 주문하여 막걸리, 소주, 맥주를 곁들여 맛있게 먹었다. 고막은 별로였으나 대체적으로 괜찮았다. 아마도 산우 중에 완도 출신이 있어 좀 더 신경써주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건배를 몇 번 지나고 오늘의 동반시를 낭독하였다.

 

봄 / 이성부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 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들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너를 보면 눈부셔

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

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

나는 아무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

가까스로 두 팔을 벌려 껴안아보는

너, 먼 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이성부 시인(1942년 1월 22일, 광주광역시 - 2012년 2월 28일)은 우리 학교 선배(9회)로 ‘한국민족문화대백과’에 의하면 1942년 전라남도 광주에서 태어나. 1959년 고등학교 재학시절 신춘문예에 당선되었으며 『태광』, 『순문학』 동인으로 활동하였다. 1960년 광주고교를 졸업하고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문예장학생으로 입학하였다. 1961년 『현대문학』에 「소모의 밤」·「백주」가, 1962년 동지에 「열차」·「이빨로」가 추천 완료되었다. 196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우리들의 양식」이 당선되었다. 1967년 김광협‧이탄‧최하림 등과 『시학』 동인으로 활동하였으며, 1968년에는 『68문학』, 『창작과 비평』에도 참여하였다.

 

1969년에 첫 시집 『이성부 시집』을 출간하고 현대문학상을 수상하였으며, 두 번째 시집 『우리들의 양식』(1974)에 가난한 민중이 처한 노동현장을 사실적으로 담아냈다. 힘든 노동조건 속에서도 깨어있는 이성을 간직하고자 노력하는 노동자의 목소리가 울림을 준다. 이 시기에 자유실천문인협회 창립에 가담하여 유신체제를 거부하는 문학인 서명에 동참하였고, 사회의 불평등함과 현실의 모순을 간파하기 위해 책 읽는 노동자의 희망을 노래하면서 미래를 향한 의지를 놓치지 않았다.

이하 생략--

 

이 시인은 여러 문학사전에도 자세하게 게재되어 있으며, 길지 않은 생애동안 많은 작품을 남겼고, 활동을 많이 하신 분이다.

 

오늘 산행은 비록 정상을 가지는 않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운동을 하였다고 생각한다. 2만보 가까이 걸었고 오르락내리락 변화 있는 길을 즐겼다. 둘레길이지만 결코 평탄한 길은 아니다. 예전에는 둘레길을 시시하게 생각했지만 이제는 현실을 직시하고 체력에 맞는 코스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만 등산은 登山이니 적당한 산은 정상을 정복하고, 가끔씩 인원 구성에 따라 둘레길은 양념처럼 간을 맞추는 정도면 좋겠다.

 

이제 70고개에 접어드는 이 시점에 한 번 더 자기 몸을 돌아봐야 할 것 같다. 오래 사용해서인지 여기저기 아픈 곳이 많아진다. 나뿐만 아니라 거의 모두 그런 것 같다. 나이 탓이려니 체념하지 말고 그러나 무리하지 말고 좀 더 건강을 위해 노력하면 어떨까? 마음은 굴뚝같은데 실천이 안 된다. 한 번 더 의지를 다지자. 나이 핑계 대고 느슨해지면 더더욱 풀어져 다시는 산에 못 오를 수도 있다. 서 있으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다. 계속 서 있도록 노력해 보자. 친구들 모두 건강하세.

2019. 2. 24. 염 재 홍 올림

 

3.오르는 산

관악산 시산제를 해본 사람들은 나이 들수록 혀를 내두르다가 포기하고 청계산으로 발길을 옮기는 경우가 많아, 집행부에서 코스가 다양한 도봉산으로 변경했다. 이제 관악산 정상으로 가기가 쉽지 않은 산우들이 있어 망설이다가 동준 산우가 편하게 산행할 수 있는 코스를 알려줘 그리로 정했다. 국립공원은 음주가 불가능해져서 막걸리를 가져오는 산우들 수가 줄고 그것이 대체적인 경향이 되어간다. 사실 막걸리도 두 병을 배낭에 넣으면 무겁다. 위도 줄어들어 산에서는 간단히 배고픔만 면하고 뒤풀이를 맛나게 먹는 것이 좋다는 쪽으로 방향을 바꾼 것 같다. 나는 대모산에 따라갔다가 다리에 서서히 쥐가 날 것 같아 포기하고 집으로 먼저 갈 만큼 체력이 떨어져 있다. 추위에도 약해져 겨울 한 철 명상센터로 피한 왔다. 새벽에 물 한 잔, 아침, 점심, 저녁 후에 국민체조를 하니 하루에 세 번, 스쿼트 5분과 그 5분 동안 손뼉 치고 손끝 두드리기, 제자리 뛰기, 뒤산 산책 등으로 건겅과 통증을 다스리고 있다. 따뜻해지기 시작하는 3월 말에는 내려가 산행에 참여하려고 한다. 종화 산우가 고로쇠물을 가져온다니 많이 참석하여 맛나게 마셔주자.

 

4.동반시

찾아오는 사람도 없고 개 소리도 들리지 않는 명상센터는 내게는 시의 산실 같은 아지트 비슷한 개념이 되었다. 추위에 약한 통증 때문에 피한 차 20권의 책을 가지고 들어왔다. 현대시의 수사법에 관한 책들이 있어 숙독해봤다. 은유와 환유와 상징법만으로도 벅찬데 역설, 반어, 풍유, 의인화, 우의법, 동일화, 투사법 등을 읽다보니 현대시는 난해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오죽하면 유명 시인들이 '시는 은유와 환유와 상징이다'라고 했을까. 짧고, 이해하기 쉽고 감동이 깊은 시는 시집 한 권에 1편이 나오기 어렵다. 내 오랜 경험과 시 선생들 얘기다. 그러니 어쩌랴. 참고 읽을 도리 외는 없는 것을. 그나마 쉬운 시를 골랐다.

 

정작 외로운 사람은 말이 없고 / 권경인

더이상 펼쳐지지 않는 우산을 버리지 못하는 건
추억 때문이다
큰 걸음으로 온 사람 큰 자취 남기고
급한 걸음으로 왔던 사람 급히 떠나가는 법
높은 새의 둥지에도 길을 여는
슬픔도 지치면 무슨 넋이 되는가 나무여,
그 우울한 도취여
삶에서 온전한 건 죽음뿐이니
우리는 항상 뒤늦게야 깨닫는다
잃을 것 다 잃고 난 마음의
이 고요한 평화
세상을 다 채우고도 자취를 보이지 않는 바람처럼
외로움은 오히려
극한을 견디어 낼 힘이 되는가
정작 외로운 사람은 말이 없고
죽은 세포는 가지로 돌아가지 않는다

 

2019. 3. 7. 시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詩山會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