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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우면산에 오릅니다(詩山會 제396회 산행)

우면산에 오릅니다(詩山會 제396회 산행)

일시 : 2020. 10. 25.(일) 10 : 30

모이는 곳 : 사당역 3번 출구

 

1.시가 있는 산행

 

가을 사랑 / 이성진

 

사랑을 알면

가을을 좋아할 테지

낙엽들의 사연을

소곤소곤 떨어지는 이야기를

저녁강가에 갈대의 흔들림을

서산에 부는 바람의 속삭임을

아직도 남아있는 따스한 햇살을

 

사랑을 알면

가을을 좋아할 테지

가을꽃의 향기를

찰지게 젖은 가을비의 풍경을

“당신에게 하는 모든 말에 감정적으로 반응한다면, 당신은 끊임없이 고통 받을 것이다. 진정한 힘은 감정의 절제에서 온다. 만약 누군가의 말이 당신을 통제한다면 모든 사람이 당신을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심호흡하고, 상황이 지나가길 기다려라.” -워런 버핏

 

형채 산우가 좋은 말까지 붙여서 보내주었으니 고마운 일이다.

 

2.산행기

시산회 395회 “홍릉 수목원” 산행기<2020년 10월 10일(토)>/이승렬

 

◈ 월일/집결 : 2020년 10월 10일(토)/6호선 고대역 3번 출구(10:30)

◈ 코스 : 홍릉수목원 - 천장산 숲길 - 중랑천 산책길 - 뒤풀이 장소

◈ 참석 :14명(세환, 종화, 윤환, 경식, 승렬, 윤상, 재웅, 용복, 정한, 문형, 영훈, 광일, 근호, 양기)

◈ 동반시 : 구절초 꽃 / 김용택

◈ 뒤풀이 : 돼지 왕갈비에 소주와 맥주/태능 배밭 갈비(02-973-9292)

 

이번 홍릉 수목원 산행에는 카톡 공지된 후 친구들 보다 늦게 참석의사를 표하면서 예상대로(?) 홍 총장님으로 부터 산행기자로 지명되었다. 그런데 행사지역이 내 거주지와 가까운 관계로 자연스럽게 뒤풀이 장소라든지 수목원 이후 코스에 대한 계획과 진행이 내 임무로 다가와 준비 시간이 촉박했지만 나름대로 적극 임하여 적절한 안을 만들어 카톡에 올리고 친구들의 동의를 받아 본의 아니게 홍 총장님 1일 대리임무를 수행하게 되었다.

 

오늘 날씨는 일기예보보다 더 좋아 전형적인 가을 하늘을 우리에게 선사하였다. 수목원 입구에서는 경비원 선생님께서 무심하게 체온계를 손목에 대더니 오케이 사인을 보낸다. 시간이 남아 시산회 카톡에 수목원 진입 시 체온 확인 외에 가방검사는 없다고 홍어를 운반해 오는 재웅 산우의 근심을 덜어드리고 진입로 한쪽 햇빛이 조금 비치는 쪽에 서서 친구들을 기다렸다.

 

먼저 양기산우가 씩씩하게 들어온다. 이어서 윤환, 정한 산우가 손을 흔들며 모습을 보였다. 한참 있다가 나머지 친구들이 한꺼번에 입구에 몰려들어 왔다. 모두 모여 안내간판 앞에서 오늘 탐방 코스를 설명하고 우측 소로를 이용하여 침엽수 구역부터 걷기운동을 시작하였다.

 

가는 길에 오랜만에 오는 수목원이니까 각종 나무의 이름표와 해당된 나무를 확인하면서 가는 것이 좋겠다고 말하였지만, 사실 꽃피는 계절도 아니어서 나무들을 확인하며 가는 일은 쉽지 않았다. 외곽으로 돌면서 안내간판이 부실하여(아니면 우리가 잘 몰라서) 원활한 길안내가 되지 않아 그냥 자유롭게 걸어 다니기로 하였다.

 

계속 걷다가 <홍릉>이라는 이름의 유래가 된 조선 말기 고종황제의 왕비였던 명성황후가 1895년 을미사변으로 시해된 후 안장되었다가 1919년 고종승하 후 남양주 금곡동 현재 홍릉으로 합장될 때까지 22년간 묻혔던 홍릉터를 둘러보았다. 주변 지형을 관찰하던 임용복 지관(?)께서 명당조건을 갖춘 곳이 분명하다고 확인해 주기도 하였다. 인접한 작은 동산에서 잠간 쉬면서 세환 산우가 만들어온 <테라로사> 커피를 맛보다가 갑자기 군대 계급 논쟁이 벌어져 “특명소령”(방위의 다른 표현)으로부터, 육군 원수, 전경, 하사까지 들먹이며 옛적 군 생활을 회고해 보기도 하였다.

 

홍릉수목원을 한 바퀴 둘러본 후 경식 친구의 제안으로 인접해 있는 천장산 숲길에 들러 재웅 산우가 야심차게 준비한 홍어회 맛을 즐겨보기로 하였다. 천장산 숲길로 접어들어 한참을 올라갔지만 적당한 곳을 발견하지 못하여 할 수 없이 산책길 중간에 만들어 놓은 긴 의자들로 구성된 휴게장소에 자리를 잡고 오늘의 핫 아이템 홍어회를 맛나게 먹을 수 있었다. 홍어 말고도 종화 사모님께서 준비해준 왕새우 튀김도 맛있었다.

 

여러 과일들과 음료수로 간식 타임을 잘 보내고 올라온 길을 다시 내려가 홍릉초등학교 입구에서 273번 시내버스를 단체로 탑승하여 다음 코스인 중랑천으로 향하였다. 버스를 반 전세 내서 10여 분간 경희대와 외대를 지나 이문동을 유람한 후 이화교 삼거리 중랑천 산책로 입구에서 하차하였다.

 

아침에 홍 총장께서 오늘 진행 도우미인 산행기자의 안내에 잘 협조해 주라는 권고가 상당한 효과를 발휘하여 버스 승하차를 비롯하여 산책로 걷기 등 모든 과정에서 오늘 참가한 13명 친구들의 협조는 최고였다.

 

중랑천 서쪽 산책로를 의정부 방향으로 걷기 시작하다 중간쯤에 있는 파고라의 벤치에 잠간 몸을 쉬면서 가을 낮의 상쾌함을 느끼는 산우들의 얼굴엔 평화로움이 깃들어 보였다. 일어나 계속 걷다가 성북구와 경계선에서 동부간선도로를 넘어가는 잘생긴 다리를 건너 물위에 놓인 대리석 징검다리에 다다라 중랑천 잉어의 환영을 받으며 조심스럽게 건너편 중랑구 지역 장미공원 산책로로 진입하였다.

 

“서울 장미축제”의 영어 표지 앞에서 단체 인증사진을 찍고 이번에는 중랑천 동편 산책로를 남쪽방향으로 걷기 시작하여 장미도서관과 장미화장실을 지나 뚝방 아래로 내려가 오늘의 뒤풀이 장소인 태능 배밭 갈비 식당으로 들어갔다. 사전에 여러 차례 전화와 직접 방문하여 확인한 대로 식당은 2시에 맞추어 준비가 잘 되어 있었다. 방문자 명부를 작성하거나 일부는 스마트폰 QR 코드로 식당방문 체크인을 한 후 자리에 앉아 예정된 메뉴인 왕 돼지갈비를 주문하였다.

 

 

구절초 꽃 - 김용택

 

하루해가 다 저문 저녁 강가로

산그늘을 따라서 걷다 보면은

해 저무는 물가에는 바람이 일고

물결들이 밀려오는 강기슭에는

구절초 꽃 새하얀 구절초 꽃이

물결보다 잔잔하게 피었습니다,

구절초 꽃 피면은 가을 오고요

구절초 꽃 지면은 가을 가는데

하루해가 다 저문 저녁 강가에

산 너머 그 너머 검은 산 너머

서늘한 저녁달만 떠오릅니다,

구절초 꽃 새하얀 구절초 꽃에

달빛만 하얗게 모여듭니다,

소쩍새만 서럽게 울어댑니다,

 

모두들 대체로 오늘의 메뉴에 만족하는 것 같았다. 술은 소주와 맥주를 적절하게 섞어 마셨다. 분위기는 평안하고 화기애애하였다. 약 한 시간 반 정도 정담을 나누었다. 3시 반 경 아쉽지만 오늘 일정을 모두 마치기로 하고 산행기자가 “우리 회원 모두 코로나 19에 절대 걸리지 말고 이 고비를 잘 넘기자. 그리고 다음 산행에서 보자.”고 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부 회원들은 헤어지기 아쉬워 인근 당구장으로, 나머지 산우들은 근처 지하철역인 7호선 중화역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친구들, 오늘 하루도 부족한 산행기자 안내에 따라주시느라 수고들 많이 하셨네! 평안한 밤 되시게. 안녕!!!

2020년 10월 10일 이 승 렬.

 

3.오르는 산

아직도 편하게 참석하지 못함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도봉이 10년과 3월까지 살았던 중랑천 변을 돌아다녔으니 한편으로는 반가웠다. 요즘은 손녀를 보는 틈틈이 재활에 열중하고 있으니 가까운 시일 내에 동참할 수 있을 것이다. 낮은 우면산이니 좋은 계절에 많은 참석바란다.

 

4.동반시

시인들은 시를 처음 배울 때 평범한 일상어를 쓰지 마라고 배운다. 그런 이유로 시어가 조금 어려워지는 경향을 피할 수 없다. 안타까운 일이다. 또한 사랑시를 쓰지 마라고 가르치는 것은 지나치게 감성에 기울어지는 것을 경계함이고, 경구시와 잠언시는 아는 척하는 알음앓이에 빠지는 것을 경계하여 겸손할 것을 요구한다. 참여시는 과격해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다. 참여시는 선동의 언어가 나오고 감정이 격해지므로 그것을 막기 위함이다. 나도 그렇게 배웠다. 그러다 시에 자신감이 붙고 정 참지 못할 때는 마음껏 쓰라고 가르친다. 덧붙여 어떤 경우라도 반드시 좋은 언어를 사용할 것을 잊지 마라고 당부했다.

 

요즘은 가을은 종소리를 닮아 멀리 퍼져서 대기하던 겨울이 안달하고 있다. 세월이 수상하지만 손녀를 키우는 보람으로 뉴스조차 멀리 한다. 집에서 보고 듣는 것은 손녀의 알지 못하는 미숙한 언어를 듣고 지낸다. 주말에는 천안 호두마을 명상센터ㅡ‘위빠사나 명상센터’에서 ‘마하시 선원’으로 개명. 아직은 함께 쓰고 있지만 변하지 않는 것이 없듯 마침내는 변할 것이다.ㅡ에서 지내는데 그곳은 TV와 인터넷이 연결되어 있지 않아 글을 써야 하므로 인터넷은 스마트폰을 이용한 테더링으로 연결해 사용한다.

 

홍 총장님께서 올린 시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은 11회 오대산 노인봉 산행 때 박형준 시인의 ‘빛의 소묘’와 경합이 붙어 다음 산행 때 동반하기로 했는데 깜빡해서 잊고 다른 시를 동반했으니 잘못을 인정한다. 이제야 이 좋은 시를 산에서 읊을 수 있으니 우면산 산신령도 무척 좋아할 것이다. 박형채 산우가 추천한 시에 나오는 ‘가을물소리’는 늦가을에라도 들어야 할 소리다. 그럼으로써 올가을을 편하게 보낼 수 있다.

 

흔들리며 피는 꽃 / 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며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2020. 10. 25. 시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詩山會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