뭣이 중헌디? / 도봉별곡
인생이 거칠어서
자체가 멍에가 될 때
별이 존재의 이유가 되면 좋겠소
환상과 환영이 환멸과 비슷한 의미일 텐데
모든 삶이 그런 것 아니겠소만
성찰을 자주 하다보면
통찰도 하게 되는 거라오
철학이 뭐 별 거겠소
살다보면 누구나 지혜는 생기는 법이요
그런 것들 버무리다가
가는 것이 영혼과 육신의 완벽한 해체라오
다시 돌아오는 건 내 몫이 아니라서
뭐가 중하겠소
현미경으로 봐도 보이지 않는 소립자나
망원경으로 볼 수 없는 별이
뭐가 중하겠소
차라리 산과 바다와 들꽃과 작은 새가 더 소중하지 않겠소
들꽃은 들에 핀 이유가 있고
새의 뇌는 콩알만 해서
자기가 숨겨둔 먹이를 찾지 못하더라도
다른 새가 우연히 찾아 먹는다오
바람은 잘 날이 없어 나이를 먹지 않는다고 하지 않소
그러고 보면 사람은 참 어리석소
욕심으로 태어나서 욕심으로 죽으니까
나는 사람이오
*제3시집 <방랑자의 노래>에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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