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산 6
내가 사는 마을에는 사철 도봉이 웃는다
남들이 길의 꼭대기 도봉道峰이라 부른다,
이름대로 산이 되고 싶어서
산을 오르는 나에게
내 눈을 뚫는 자들은 나더러 중 팔자라 한다
반드시 제자리로 돌아올 거라고
개의치 않는다
모두는 끊임없이 변한다, 살아남는 까닭이다
물은 구름으로 불은 열기로
사랑은 고독한 탐욕이다
고독을 잃고 한 겨울 바이칼 호에서 잠든다
깨어보니 개가 되어있다
개에 불성이 있다고 묻지 마라
우리는 이단의 모습으로 산다
증명 가능한 형이하학적 합리를 무시하고 과학적 진실을 배척하기 때문이다
옛날에 일어난 기적도 지금 일어나지 않으면 그냥 설화나 전설에 지나지 않음을 모르지 않으면서 고집한다
그것들과 화합하지 못하는 고독은 내 도반道伴이며 영지領地
산 아래 오두막은 내 영지를 닮은 가난
나 이제 돌아간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세상으로
세계로
고독답게 죽으려
그 사이 나는 박제가 되었고
등 뒤로 바람이 중랑천 위를 달리는 소리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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