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작시

도봉산 7 / 道峰 김정남

도봉산 7 / 道峰 김정남

 

 

노래 하나 짊어지고 도봉에 오른다

박인환의 ‘목마와 숙녀’를 배낭에 담고

음악은 바흐의 ‘환상의 폴로네이즈’ 반주

그 음정을 외우면

산에 오르는 기쁨을 배로 늘리고

힘듦을 반으로 줄인다

바흐의 음악은 오르는 발걸음을 가볍게

내려오는 발걸음을 힘 있게 만든다

점심은 ‘내 바위’에서

막걸리 한 병 김밥 한 줄이면 충분하다

내려올 때

베토벤의 ‘운명’이 되어

나만 아는 길로 내려온다

내가 나만 아는 이기적인 사람인 까닭이다

 

*제3시집 <방랑자의 노래>에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