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든다는 것은, 풍자諷刺와 해학諧謔과 익살의 즐거움 / 道峰 金定南
1
주변에 공언한다
친구1 술과 담배를 끊겠다
친구2 술과 담배를 끊었다
친구3 술과 담배를 줄이겠다
그러고도 지키지 않는다
‘차카게 살자’는 공언은 속이 보인다
뻔뻔해지기 시작하는 짓이다
달리 할 일도 없고
우선 퇴로가 없다
그러니 기존의 권리에서 양보할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판사판 나이가 무기이니
더욱 더 빤한 일을 뻔질나게 하는 짓거리다
밑져야 본전이다
경거망동하지 않고 입만 조심하면
세상사 돌아가는 게 빤히 보인다
그걸 어쩌랴 죽음도 두렵지 않으니
2천 5백 년 전 공자의 말씀대로
지천명知天命, 이순耳順, 종심從心의 축을 제대로 알고 가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원래 생겨먹기를 이기적인 인간으로 태어났다고 붓다가 2천5백 년 전에 걱정했다니
아직도 돈이 필요하다는 친구의 속뜻을 헤아리기 어렵지 않다
이제
혼자 놀 준비도 해야 하고 혼자 죽을 준비도 해야 한다
나이 든다는 것은 흐린 강물에 비를 뿌리고
바다로 내보내는 짓이다
그러나 강은 바다로 가는 길을 모른다
2
봄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면
나뭇잎에 잎이 붙기를 바라지 않는 일이다
무거워서 견디기 힘들기 때문이다
과학을 믿으면 환생을 믿기 어렵지만
겨울을 견디는 인내는
다시 태어날 생을 준비하는 희망의 몸짓이다
인도와 중국의 성자도 업에 대하여
소 닭 보듯 했다니
선업이니 악업이니 업은 삶의 그림자라 했거늘
천도시야비야天道是耶非耶, 하늘의 도는 옳게 작용하는가 틀리게 작용하는가
백이숙제伯夷叔齊는 굶어 죽고 도척盜跖은 부귀와 천수를 누렸으니
하늘에 있는 님에게 질문할 것도 답을 바랄 것도 없다 했다
청원행신선사와 야부도천선사는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요’ 했다가
‘산은 물이요 물은 산’이라고 바꿨다가
다시 말을 바꿔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요’
다시 돌려놓았다지 않는가
성철이 사용한 것은 인용에 불과한 것을 인용이라고 말하지 않았으니 사기다
긍정과 부정과 합의 현란한 구사는
그들이 언제 변증법을 공부했던가
진공묘유의 비밀을 깨냈던가
3
‘시비와 애증은 세상의 다반사라
그 속을 알았으니
고칠 방법이 없노라‘ 하지 마라
죄 없는 신은 살리고
죄 많은 종교는 죽이고
당연히 직업종교인인 제사장과 생계형 종교인인 졸개들도 죽이고
혹은
스티븐 호킹의 풍자와 해학이 재미있어 하는
자신이 우주의 창조자라고 주장하는 신들끼리
토너먼트로 싸움을 붙여
우두머리를 가리거나
신들이 과학의 힘을 언제까지 버틸까를
궁리하다가 풍자는 역시 재미있다고 실실 웃다가
신들이 얼어버린
불가지론자*의 추운 겨울날
4
동트기 전 어둑새벽
동녘에 그믐달 뜰 때
찬바람이 물 위를 스치며 지나가면
떠나야 할 때 함께 떠나지 못한 자의 고통은
얼마나 경건한가
나이 든다는 것은
하늘로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하늘이 내려오기 시작하는 것이다
*스티븐 호킹은 그 짧은 빅뱅, 곧 우주 창조의 시간(10-43초의 프랭크 시간)에 신은 자신의 몸을 추스르기도 바빴을 텐데 언제 세상을 만들었을까? 또는 그때는 우주의 모든 것이 하나로 응집되었을 테니 신과 인간도 한 몸이었을 것이라며 웃었다. 그가 풍자와 해학을 버무리는 익살맞은 솜씨는 진정 독보적인 경계다.
*불가지론자 : 토머스 헨리 헉슬리(Thomas Henry Huxley, PRS, 1825년 5월 4일 ~ 1895년 6월 29일)는 영국의 생물학자로, 불가지론(agnosticism)이라는 말을 만들어냈다. 찰스 다윈의 학설에 영향을 받은 그의 논문은 많은 공격을 받았으나, 그로 인하여 왕립 광산 학교의 교수·런던 대학의 시험 위원 등을 지냈다. 그는 진화론의 신봉자였음을 증명하는 사례로서 불가지론(不可知論, agnosticism)은 몇몇 명제(대부분 신의 존재에 대한 신학적 명제)의 진위 여부를 알 수 없다고 보는 철학적 관점, 또는 사물의 본질은 인간에게 있어서 인식 불가능하다는 철학적 관점이다. 이 관점은 철학적 의심이 바탕이 되어 성립되었다. 절대적 진실은 부정확하다는 관점을 취한다. 불가지론의 원래의 의미는 절대적이며 완벽한 진실이 존재한다는 관점을 갖고 있는 교조주의(敎條主義)의 반대 개념이다.
*제4시집 <방랑자의 노래>에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