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천황-살불살조破天荒ㅡ殺佛殺祖 / 道峰 金定南
붓다를 만나면 붓다를 외면하고
달마를 만나도 달마를 무시하라
는 파천황의 기개는 나무랄 짓 아니므로
웃어주자
깨어남과 깨달음의 차별은 여래장 여부에 달린 것이며
깨어남의 돈점은 한낱 한가한 중들의 푸닥거리
과거시험도 아닌데 목매지 마라
깨어나서 한 짓이라고는
동문서답을 닮은 하품과 공안집公案集에
이름 올린 것 말고 있다면 하늘에 소리쳐보라
저잣거리에 나가 우물거린 염불송은 한여름 나비물이
되거나
불타는 세상 식힐 가뭄 마중물이라도 되지
지하철 예수천국 불신지옥과 천국을 놀리지 마라
그들은 목숨이라도 걸지
점오도 돈오도 틀리지 않고
점수도 돈수도 틀리지 않으니
점수점오점수도 맞다
날아온 돌이 박힌 돌 뺀다는 말 틀리지 않으니
존경하는 수행자들이여
여래선과 조사선 의리선은 누가 구별했느냐
눈밭에서 밤새 벌서다가
용서받지 못하면 팔 자르고
자다가 죽어 지옥 갈 짓거리다*
만일
깨어나면
붓다의 말을 따라 하지 말고
붓다의 행동을 본받아야 한다
*천국은 구마라집이 처음 사용한 불교용어
*2조 혜가의 설화 : 달마에게 눈 오는 날 팔을 짜르고 법을 구했다는 입설단비立雪斷臂가 무지한 도적을 만나 담림과 함께 잘려 한 팔이 없었던 2조 혜가에 대한 은유적 과장
*제4시집 <방랑자의 노래>에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