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과 유전자의 창고 / 道峰 金定南
니체의 독일과
기억의 보관소이며 윤회의 주체인 기억들이 모인 유전자들의 창고 아뢰야식을 가르쳐준 붓다가 원망스러울 때가 있다 차라리 모르고 살 것을
초기불교와 선불교를 비교하다가 죄와 벌의 은유적 관계처럼 빌어먹을 지구에 머리를 처박았다가 목과 손이 굳어버린 나는 머릿속 창고에 글씨를 쓴다 밤이 되어서야 겨우 손가락이 풀려 미끄러운 펜으로 미끄러운 종이에 옮겨 적는다 부호조차 쓰는 것이 귀찮아 생략한다 10분이 지나면 다시 손이 굳어 쓰기를 멈추고 다시 1000억 개의 신경세포, 곧 뉴런과 200조 개의 시냅스(화학적∙전기적 연접連接 또는 신경접합부)*가 존재하며, 시냅스를 오가는 신경전달물질로는 아세틸콜린, 노르에피네프린, 에피네프린, 가바, 글루탐산염, 세로토닌, 도파민, 글라이신 등이 있어 기억을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는 기억의 창고에 저장한다
그러면 기억의 창고에 쌓여 있던 유전자와 섞여 뒤죽박죽된 기억들을 굳은 손으로 추려내지만 특히 하필 허공을 떠돌다 100년 만에 들어와 굳게 자리 잡은 니체의 기억적 아뢰야식만은 떼어내기가 쉽지 않아 애를 먹는다 가톨릭과 프로테스탄트의 싸움 때문에 기억을 망쳐버린 니체를 위로하기가 어려워진 만큼에 비례해서 내 시는 이해하기가 어렵다 독일 국민의 5분의 3, 곧 1600만 명 중 600만 명만 살아남고 나머지 1000만 명이 죽어버린 같잖은 다툼을 지금 와서 떼어내기 어렵고 야훼가 본시 창조자가 아닌 신 중 전쟁의 신이었다는 사실을 알아버린 루터도 나를 괴롭힌다 도대체 뭐가 중요한지
그래, 수많은 성자가 다녀갔어도 세상을 바꾸지 못했다 오늘은 5월의 구름이 흐르고 내일은 7월의 축제가 벌어진다 고소공포증이 있어 가지 못하는 몽골의 초원이나 히말라야의 산이 아프리카의 초원이나 지중해나 카리브 해보다 익숙하다는 것은 죽어 흩어진 유전자가 머나먼 전생에서 비행하여 모아진 현재의 기억의 창고 때문이든가 종교는 피를 마시고 자라고 철학은 성찰을 통해 통찰력을 키워주며 지성의 확장을 통해 지혜를 완성시켜준다든가 낯짝이 붉어진 신들은 변신을 거듭하여도 별 볼 일 없다 하여 부끄러움에 해 뒤로 숨었다 그러고는 일식 때나 가끔 얼굴은 내 비친다 일식이란 그때나 나타나는 신의 얼굴의 변화일 수도 있겠다
니체의 죽어버린 신과 세상을 바꿀 초인을 위하여 경배!
나마스떼, 내 안의 신이 당신 안의 신에게 인사드립니다
옴 마니 반 메 흄, 연꽃 속의 보석 같은 분이여
그 맛난 담배 끊어 좋은 밤입니다
*기억의 역할을 하는 1000억 개의 신경세포, 곧 뉴런 그리고 이들을 잇는 어마어마한 수 200백 조 개의 시냅스, 곧 연결접합부의 연결 패턴은 우리가 뇌를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 신경세포들은 기본적으로 전기적 방법으로 소통하지만, 세포들끼리 신호 전달은 주로 시냅스에서 물질을 교환해 이뤄집니다. 아세틸콜린, 노르에피네프린, 에피네프린, 가바, 글루탐산염, 세로토닌, 도파민, 글라이신 등의 물질이 이런 역할을 수행하는 신경전달물질로 알려져 있죠. 간단히 말하면, 신호를 보내려는 신경세포에서 분비된 신경전달물질은 신호를 받아들이는 신경세포의 활성을 흥분시키거나 억제합니다. ‘흥분’과 ‘억제’는 매우 중요한 열쇳말입니다. 스위치를 켜고(+, 흥분성) 끄는(-, 억제성) 것에 비유해 상상하셔도 됩니다. 어떤 신경세포는 주로 흥분성 물질을 내는 흥분성 신경세포이며, 어떤 것은 반대로 억제성 신경세포입니다. 억제성 신경세포가 억제성 신경세포를 억제하기도 합니다. 탈억제 신경세포의 구실입니다. 흥분성 물질이 파도타기를 하듯이 여러 흥분성 신경세포를 거쳐 먼 거리에 있는 신경세포를 흥분시키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처럼 흥분과 억제는 200조개의 시냅스를 통해 초당 200조 번의 연산작용을 하면서 1000억 개 신경세포를 깨우거나 잠재우는 뇌의 협주에서, 기본적인 작동 기제가 됩니다. 기억의 메커니즘(작용기제)은 이런 신경세포와 시냅스의 작용을 통해 일어납니다. 그것은 신경세포와 시냅스 분자들에 의해 나타나는 변화이기도 하며, 또한 세포 간 연결 패턴의 변화이기도 합니다. 기억이란 어떤 생물학적 현상이라고 말해주는 단 하나의 답은 아직 없다고 합니다. 기억을 일으키는 여러 현상의 여러 측면이 막 밝혀지고 있으니까요. 기억이 저장된 분자, 세포, 연결망 수준의 흔적, 즉 ‘기억 흔적’ 또는 ‘기억 장소’를 일컬어 과학자들은 엔그램(engram)이라 부릅니다. 박형주 대구경북과학기술원 교수는 “예전엔 모호한 개념이었지만 점차 기억과 관련한 신경세포와 연결 패턴이 조금씩 밝혀지면서, 엔그램도 점차 생물학적인 실체로 구체화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기억은 창조의 근원이 됩니다.
*제4시집 <방랑자의 노래>에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