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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대모산에 오릅니다(詩山會 제420회 산행)

대모산에 오릅니다(詩山會 제420회 산행)

때 : 2021. 10. 24.(일) 10 : 30

모이는 곳 : 수원분당선 대모산입구역 7번 출구(역사 내)

오르는 산 : 대모산 둘레길

안내 : 최광일

 

1.시가 있는 산행

 

모두들 안녕히 / 박세현

 

가을에는 미친 척 시를 읽자

깊은 밤까지 시가 새겨진 종이 결을 만지며

지나가는 바람소리를 듣자

시의 행간에 낙서를 하자

시에서 삭제된 말들을 위로하자

그 말들만 모아서 시를 만들어 보자

울다가 지친 말 웃다가 더 크게 웃는 말

스스로 공허한 말 출판사에서 퇴짜 맞은 말

허름한 말들만 모아서 낭송회를 열자

평생 시를 읽지 않는 사람협회도 찾아가자

아예 사단법인 시를 찾아 댕기는 모임을 만들까

가을엔 시를 읽으며 이건 시가 아니다

시일 리가 없다고 되뇌이며 시를 날려 보내자

가을밤도 안녕히 시도 안녕히 안녕히도 안녕히

모두들 안녕히

 

- 시집<여긴 어딥니까?>(세상의 모든 시집)에서

 

시인들만 아는 내용의 시를 맛깔나게 잘 썼다. 시인들 모임에서 자주 거론하면서 웃는 말들과 비슷해서 또 웃는다. 우리 모임도 다음 달부터 시작할 수 있을 런지 궁금하다. 선생님이 쇼그렌증후군과 베체트병으로 고생하시니 위로할 말조차 잊는다. 아흐 동동다리, 답답할 때 쓰는 후렴구다. 백제 가사 정읍사에 나왔던가? 본디 ‘아으 다롱디리’인데 현대적으로 표현하여 고친 말이다.

 

달리 할 일이 없어 휴일이 되면 명상센터 혜덕암으로 들어가서 새벽에 홀로 어두운 곳에서 명상을 하다가 간혹 집중이 극에 달하여 초월적 현상이 오면 당분간 정상적 상태로의 환원불가능한 상태가 된다. 시는 감성이 앞에 나서야 쉽게 쓸 수 있다. 이성이 앞으로 나서면 교묘한(?) 논문 투의 글을 써야 한다. 나의 경우 아침에 감성, 낮에 초월적 현상, 밤에 이성이 오는 것, 세 가지를 하루에 겪은 적은 없으나, 초월적 현상이 오면 당분간은 환원불가능한 상태가 되어 시를 쓸 수 없다. 그러므로 명상센터에 가면 새벽에 하는 명상을, 집에 오면 하지 않는다. 대신 無時禪 無處禪,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명상한다는 뜻이다.

 

2.산행기

"시산회 419회 '서울대공원둘레길' 산행기"<2021.10.09(토)> / 나창수

 

◈ 월일/집결 : 2021년 10월 9일(토) / 4호선 대공원역 2번출구 (10:30)

◈ 산행코스 : 대공원역-동물원입구-동물원둘레길-산림욕장길-동물원둘레길-북문입구-청계호수-대공원역-뒤풀이장소

◈ 참석 : 18명 <갑무, 세환, 종화, 창수, 기인, 형채, 정우, 재홍, 윤환, 경식, 윤상, 용복, 일정, 정한, 영훈, 광일, 황표 및 삼모(뒤풀이 참석)>

◈ 동반시 : "멀리서 빈다" / 나태주

◈ 뒤풀이 : 오리백숙 등에 소·맥주 / '할매집'<대공원역 4번 출구 근처, (02) 507-1420>

 

벌써 가을철인지 산행에 좋은 날씨이다. 금년 들어 시산회 산행은 처음 길이다. 오늘 참석할 17명의 산우들은 약속시간에 맞춰서 서울대공원역 앞에 집결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동물원입구와 스카이리프트입구, 동물원둘레길 및 산림욕장길로 찾아 간다.

 

서울대공원의 둘레길을 안내하는 산우는 종화 친구가 하기로 하였다. 종화는 자주 산책을 한 건지 오늘은 동물원둘레길과 산림욕장을 적절히 조정하여 걷기 운동을 하자고 한다. 산림욕장 입구에서는 포장이 된 동물원둘레길을 따라 걷자고 한다.

 

산림욕장길은 서울대공원을 둘러싸고 있는 외곽의 산책길로서, 총 길이는 7km로 빨리 걸으면 2시간 30분 정도 걸린다고 한다. 흔히들 동물원둘레길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동물원 내부 순환도로를 따라 도는 길은 4.5km이며, 동물원둘레길은 따로 나 있다.

 

서울대공원 동물원 입구로 들어와 왼쪽과 오른쪽 어느 방향이든 무관하다. 오른쪽으로 접어들면 동물원 호주관 뒤편에서 남미관 샛길까지가 첫 구간이다. 다음에는 저수지 샛길, 명수사 샛길, 산림전시관까지 차례로 4개의 구간으로 구분이 된다.

 

동물원둘레길은 산책로를 따라가면 동물원의 정문이 있고, 동물원의 외곽둘레길과 연결이 되며, 차도는 대공원의 외곽 순환도로로 동물원 둘레길 남문통제소에 직접 닿는다. 산림욕장길의 이모저모를 살피려면 산책로를 따라 가야만 한다.

 

산림욕장길로 이동하는 것은 산책하는 동안 준비한 간식을 먹기도 하고, 전망대의 위치가 좋아 맑은 날씨에 조망을 할 수가 있었다. 이곳저곳의 쉼터에는 산책을 하는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음식을 먹고 있었다.

 

산우들과 산책을 하면서 쉼터에서 가지고 온 간식을 먹을까 하는데, 산우들마다 컨디션이 같지를 않아 선두그룹과 말미는 조금 떨어져 산행을 하였다. 정한 친구는 먹거리 중 막걸리의 안주로 오소리감투를 푸짐하게 가지고 와 쉼터를 찾고 있었다.

 

삼림욕장 전망대로 이동하여 음식을 먹을까 하고 6명의 산우들은 부지런히 걸었다. 쉼터에서 산우들과 함께 막걸리 한 잔은 복합된 레저활동이다. 정한 산우는 쉼터를 구했다며, 다시 내려오라고 한다. 나이 들어 항상 즐겁고 건강한 산책을 위해서 다른 친구들에게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만 한다.

 

먼저 전망대에 까지 왔던 산우들은 뒤돌아 다른 산우들이 기다리는 남미관 샛길 근처에 얼음골 숲으로 이동하였다. 모다 쉼터의 벤취에서 간식(오소리감투, 김밥, 떡, 과일, 막걸리 등)을 내어놓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쉬어가는 숲속 쉼터에서 산우들은 음식을 맛있게 먹었다,

 

뒤풀이 시간을 맞추기 위해 다시 전망대(216m)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보니 대공원 숲 속에는 동물원 우리들이 보이고, 그 뒤로는 대공원저수지(과천저수지)가 보인다. 멀리 능선에는 왼쪽에 관악산, 중앙엔 63빌딩, 오른쪽은 우면산이 보인다. 이곳에서 단체로 증명사진을 촬영하였다.

 

산림욕장길 중 2구간(4.1km)인 ‘원앙이 숲’부터는 숲속저수지가 있는 저수지샛길로 하산, 동물원둘레길을 걸었다. 북문입구, 국립현대미술관, 스카이리프트중간도착지를 지나 사랑이 시작된다는 ‘미리내다리’(연인들의 사랑을 연결해 주는 오작교)를 건너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대공원역 4번 출구 옆 뒤풀이장소로 찾아갔다.

 

뒤풀이는 지난번의 ‘전주집’식당 바로 옆이라고 한다. 오리백숙 안주에 소‧맥주를 맛있게 마셨는데, 반가운 시간에 삼모 친구가 찾아왔다. 뒤풀이를 하기 전에 가을을 되새기며, 동반시 ‘멀리서 빈다’(나태주 시인)는 내가 낭송하였다.

 

"멀리서 빈다" / 나태주 (박형채 산우 추천)

 

어딘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꽃처럼 웃고 있는

너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 번

눈부신 아침이 되고

 

어딘가 네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곳에

 

숨쉬고 있는

나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 번

고요한 저녁이 온다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

 

나태주 시인은 1945년 충남 서천 외가에서 출생하였다. 공주사범학교와 충남대학교 교육대학원을 졸업하고 오랫동안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하였다. 공주 장기초등학교 교장을 끝으로 정년퇴직을 하였고, 70대 중반인 지금까지도 시(詩)에 전념하고 있다.

 

1971년 등단 이후 50여 년간 끊임없이 왕성한 창작활동을 해 왔다. 여느 시와 다른 쉽고 간결한 詩語로 소박하고 따뜻한 자연의 감성을 많이 담아냈고, 특히 사랑과 행복의 시어로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아 왔었다.

 

잘 모르는 사람도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詩’로 선정된 “풀꽃”을 듣고 있노라면 고개를 끄덕인다. ‘자세히 봐야 예쁘다/ 오래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라는 짧은 詩는 드라마‧영화 등에 인용되어 유명해 졌다.

 

특히 2015년 광화문 교보빌딩 현판에 걸리고 나서 사랑받는 국민시가 되었다. 그가 남긴 시의 편수는 물론 시집 권수만도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다. 수천 편이라고 듣긴 했는데, 믿어지질 않았다. 풍요로움과 외로움이 공존하는 계절 가을, 스산함이 밀려든다. 그럴 때에 시 한 구절이 건네는 위로...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

 

서울대공원 산림욕장은 지난 2007년 제8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아름다운 숲길’로 선정이 되었다. 아름다움의 보증은 아니어도 그만한 이유는 있게 마련이다. 산림욕장을 걷다 보니 어렵잖게 그 이유를 알게 되었으며, 몸이 수긍하고 마음이 이해된다.

 

서울시에는 산이 참 많다. 사방이 푸르고 기운차니 먼발치의 위안이다. 하지만, 정작 걸음 걷기 운동이 쉽지가 않아 마음을 닫는다. 즐겁다기보다 오르는 버거움이 더 크게 느껴지니 높은 산길을 오를 여력이 없다. 서울대공원 산림욕장은 조금 다르다. 산림욕장이지만 숲길이다.

 

서울시내의 각 산마다 산책 느낌이 다른 특징이 있다. 산이 주는 즐거움보다 산이 주는 버거움이 더 크게 느낄 때가 있다. 청계산 자락의 서울대공원 산림욕장길은 버거움 없이도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길이다. 마음 편히 나서도 좋은 곳이다.

 

남 총장님은 시산회 420회의 산행장소를 잠시 협의하였다. 대모산으로 결정하여 오래간만에 참석한 광일 산우가 담당기자로 산행코스를 안내하기로 하였다. 10월 중순부터는 단풍이 물드는 가을이라 좋은 산을 산행하시길 바란다. 항상 산우들의 건강과 행복을 빌면서...

 

2021년 10월 11일(월) 나창수 씀.

 

3.오르는 산

남 총장이 평소 쌓은 덕과 복이 많은 사람이라서 10명을 넘기 어려웠던 시절이 있었는데 15명은 쉽게 넘어 참석한다. 이번 산행도 20명을 채울 것 같다. 나는 갑자기 오른쪽 체력이 떨어져 집중치료를 해야 한다는 주치의의 진단을 받았다. 하여 일주일 전부터 낙성대역에서 15분을 걸어 까치산체육센터에서 재활치료를 받는다. 체력이 올라오도록 노력하여 산행에 자주 참석하겠다. 다행히 많은 산우들이 참석하여 마음이 한결 가볍다. 모두에게 감사드린다.

 

4.동반시

고등학교 다닐 때, 대학 다니던 바로 위의 누님에게 받은 김남조 시인의 시집을 애지중지하며 아꼈는데 누군가 욕심이 나서 가져갔는지, 둔 곳을 몰라 잃었던지, 갑자기 사라졌다. 몇 번을 읽었으니 가물거리지만 아깝지 않다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 숙대 교수였으니 아내도 시인에게 배웠던 것 같다고 한다. 인격이 훌륭하고 마음이 넉넉하고 따뜻한 교수였다고 기억한다. 1927년생이니 지금 95세로 건강하신 것으로 안다. 1000편 이상의 시를 썼다.

 

가을 햇볕에 / 김남조(박형채 배급)

 

보고 싶은 너

가을 햇볕에

이 마음 익어서

음악이 되네

 

말은 없이

그리움 영글어서

가지도 휘이는

열매

 

참다못해

가슴 찢고 나오는

비둘기 떼들

 

들꽃이 되고

바람 속에 몸을 푸는

갈숲도 되네

 

가을 햇볕에

눈물도 말려야지

 

가을 햇볕에

더욱 나는 사랑하고 있건만

말은 없이 기다림만 쌓여서

낙엽이 되네

 

아 아

저녘해나 안고 누운

긴 강물이 되고 지고

 

보고 싶은

이 마음이 저물어

밤하늘 되네

 

2021. 10. 23. 시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모임 詩山會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