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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안산자락길 송년 산행(詩山會 제450회 산행)

안산자락길 송년 산행(詩山會 제450회 산행)

때 : 2022. 12. 25.(일) 오후 3시와 오후 5시

곳 : 전철 3호선 독립문역 4번 출구.

길라잡이 : 염재홍

송년회 : 오후 5시. 종로회타운. 동대문역 10번 출구. 직진 100미터. 횡단보도 지나 우측

 

1.시가 있는 산행

 

보리밭을 지나다 / 천양희

보리밭을 지나다

언 땅 뚫고 나온 보리를 본다

冬安居 끝낸 수행자 같아

나는 지금 菩提를 생각하고 있다

보리밭을 갈아엎어,

보리수를 심을까 궁리하는 동안

마음이 보리밭처럼 울퉁불퉁해져

아직 새파란 보리가

나를 흔들어 놓는다

보리밭을 지나다

눈 속에 든 보리를 본다

설산고행하는 老僧같아

나는 지금 보리행을 생각하고 있다.

보리밭에 엎뎌

삼천배 몇배쯤 절하고 나면

나도 감히

菩提三昧에 빠질 수 있을까

아직 새파란 보리가

菩提의 길을 보여주고 있다

 

'지자요수'(知者樂水)의 지혜

천양희의 시는 감정이입의 기법으로 엮어진 것이 많다. 그녀의 뛰어난 연상 작용은 이 시에서 보듯이 동음이의의 형식을 취하면서(보리-보리(菩提) 단순한 감각적 존재(보리)를 정신적 의미(불교의 보리(菩提)) 쪽으로 이입시킨다. 단순한 존재물이 정신적 상징의 무게를 싣게 된다. 언 땅을 뚫고 나온 보리나 눈 속에 든 보리는 단순한 서정적 소재에 불과하지만 이것이 동안거 끝낸 수행자나 설산 고행하는 노고승에 비유될 때는 새로운 정신적 의미로 승화하게 된다. 이 시에서 이러한 사실을 압축해서 표현한 것이 '새파란 보리'다. 이 '새파란'은 이미 감각적 이미지를 넘어서서 종교적 성스러움의 의미로 탈바꿈한다.

 

2.산행기

시산회 449회 ‘남산둘레길’ 산행기”<2022.12.10.(토)> / 박형채

◈ 월일/집결 : 2022년 12월 10일(토) / 6호선 이태원역 1번 출구 (10:30)

◈ 코스 : 이태원역-경리단길-하야트그랜드호텔-국립극장옆-석호정-필동-남산골한옥마을-충무로역-3호선전철-교대역14번출구-뒤풀이장소(1.4고기집)

◈ 참석 : 17명 (갑무, 종화, 진석 , 진오, 창수, 기인, 형채 , 재홍, 윤환, 승렬, 원무, 종진, 산환, 용복, 문형, 영훈, 황표)

◈ 동반시 : "등 뒤를 돌아보자" / 박노해

◈ 뒤풀이 : 소갈비살에 소·맥주 및 막걸리 / "1.4고기집" <교대역 14번출구, (02) 582-0321>이종진 산우 협찬

 

오늘 날씨는 맑고 청명하여 걷기에 적합한 날씨로 17명의 산우들이 모였다. 이태원역 1번 출구는 10. 29 참사의 아픔을 안고 있는 곳이다, 좁은 골목에 젊은 청춘들이 불렉홀 속으로 빨려들어가듯 넘어져 희생되었다, 스님과 불교계 신자들이 1000배를 올리고 있는데 장사하는 주민과 고성이 오가며 소란스러움을 뒤로하고 발길을 옮겼다,

 

녹사평역 쪽으로 걷다가 우리는 우측 골목길을 택해 경리단길을 향했다, 외국인들이 심심치 않게 보였고 간판도 영어라서 외국에 배낭 여행 온 기분이었다. 경리단길에는 레바논대사관을 시작으로 필리핀대사관, 알제리대사관을 지나 오르막을 다 올라오니 하야트호텔 앞에 정자가 있어 휴식을 취했다. 건너편 양지바른 곳은 해방촌이 있고 멀리 남산타워가 우뚝 서 보였다.

 

오늘은 입담이 좋은 이종진 산우가 모처럼 동행하여 한양기 산우를 대신해 귀를 즐겁게 하였고 뒤풀이는 자신이 쏘겠단다. 매우 반가운 선언이며 우리들 발걸음을 가볍게 해 주었다. 국립극장 쪽으로 오솔길을 따라 걸으면서 메니저인 내 머리는 복잡해졌다. 왜냐하면 갑무를 중심으로 뒤풀이 음식이 남대문시장표는 좀 그렇다나 좋은 음식점으로 바꾸기를 열망했기 때문이다.

 

11시반쯤 휴식할 장소를 찾아 아담한 정자에서 막걸리를 비롯한 가져온 보따리를 풀고 먹탐을 진행하면서 순대국밥집으로 갈까 고기집으로 갈까 의견을 나누다가 결국 교대역 1.4고기집으로 낙찰을 보았다.

 

2시부터 4시까지 뒤풀이를 하기로 예약을 해 두었으니 마음이 펀해졌다. 더 걷기를 바라는 삼환이의 마음을 멀리하고 우측 서울 유스호스텔 쪽으로 하산길을 택했다.

남산한옥마을에서 인증사진을 찍고 구경하며 놀다가 충무로역으로 발길을 옮겼다.

 

1.4고기집에 도착하여 오늘의 시

 

“등 뒤를 돌아보자”/ 박노해

 

12월에는 등 뒤를 돌아보자

앞만 바라보고 달려온 동안

등 뒤의 슬픔에 등 뒤의 사랑에

무심했던 시들을 돌아보자

 

눈 내리는 12월의 겨울나무는

벌거벗은 힘으로 깊은 숨을 쉬머

숨 가쁘게 달려온 해와 달의 시간을

고개숙여 묵묵히 돌아보고 있다.

 

우리가 여기까지 달려온 것은

두고 온 것들을 돌아보기 위한 것

내 그립고 눈물 나고 사랑하는 것들은

다 등 뒤에 서성이고 있으니

 

그것들이 내 등을 밀어주며

등불 같은 첫 마음으로

다시 나아가게 하는 힘이니

12월에는 등 뒤를 돌아보자.

 

를 읽고 건배사로 “시산회의 무궁한 발전을 위하여!” -“위하여”를 합창하고 양념소갈비살에 막걸리, 소맥, 사이다 등을 푸짐하게 먹었다. 오늘 종진이 덕분에 중국 태황산을 같이 걸었던 추억을 되새겨 볼 수 있었고 자네 덕분에 몸보신 잘했네. 고마우이.

시산회 친구들 모두 새해에도 건강하게 만납시다.

2022년 12월 10일 박형채 씀.

3.오르는 산

지나가는 시간은 차마 잡을 수 없으니 시계를 만들었고 시계를 보며 달력에 새긴 시간을 지워간다. 그러면 한 해가 가는 것이다. 한편 물리학자들은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신을 볼 수 없으니 존재의 증명은 불가능하지만 존재한다고 믿으므로 신전을 만든다. 그 행위가 종교인의 존재이유가 된다. 마찬가지로 인권을 볼 수 없으므로 실체는 증명 불가능하지만 인권의 존재를 믿는 까닭에 권리장전 같은 문서를 만들어 형상화했다. 인간은 볼 수 없으므로 존재 여부를 증명할 수 없다고 포기하지 않는다. 인간은 자신의 인지능력은 이런 방식으로 증명하는 것이다.

 

시산회 송년회는 회원이 가장 많이 모이는 날이다. 일종의 축제일이다. 축제에 숟가락 하나를 얹으려고 제5시집을 발행을 위해 석 달 동안 도서관에서 마음을 기울였다. 그러나 여러 가지 이유로 포기하고 내년으로 미룬다. 가장 회원이 많이 모이므로 배부하기 편해서 시간을 충분하게 잡고 시작했는데 성이 차지 않는다. 시집을 낼수록 점점 더 난산을 겪는다는 것을 선배들은 실제로 아픈 듯이 얘기했다. 우리 모두는 육체적 고통만 고통이 아니라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상심하지 말고 일단 설날까지 내볼 것을 다짐해보라는 작은딸의 도움말을 듣고서야 마음을 풀었다. 아아! 참 어렵다. 시인 선생은 이 또한 고행의 길이라 했다.

 

4.동반시

정한이 6편의 고운 시를 보내왔다. 두 편을 동반시로 선정하여 모두 가슴에 새기면 좋을 시들이다. 고맙다. 류근 시인은 시 한 편을 쓰더라도 삶의 의미를 깊게 부여한 시를 쓰는 사람이다.

 

폭설 / 류근(정한 추천)

 

그대 떠난 길 지워지라고 눈이 내린다

그대 돌아올 길 아주 지워져버리라고

온밤 내 욕설처럼 눈이 내린다

 

온 길도 간 길도 없이

깊은 눈발 속으로 지워진 사람

 

떠돌다 온 발자국마다 하얗게 피가 맺혀서

이제는 기억조차 먼 빛으로 발이 묶인다

 

내게로 오는 모든 길이 문을 닫는다

귀를 막으면 종소리 같은 결별의 예감 한 잎

 

살아서 바라보지 못할 푸른 눈시울

살아서 지은 무덤 위에 내 이름 위에

 

아니 아니, 아프게 눈이 내린다

참았던 뉘우침처럼 눈이 내린다

 

그대 떠난 길 지워지라고

눈이 내린다

 

그대 돌아올 길 아주 지워져버리라고

사나흘 눈 감고 젖은 눈이 내린다

 

2022. 12. 24. 시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詩山會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