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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록

4기 시 창작 교실 후기 4기 시 창작 교실 후기 굳이 버리고 갈 것 만 남아 더할 나위 없이 좋다는 노작가들의 말에 동감하며 새로운 인연을 쌓는 것이 내키지 않는 나이가 되었다. 이진 선생님에게 처음 시를 배우면서 시에 대해 작정했던 것들이 하나둘씩 이루어질 때, 참으로 즐거워진다는 생각은 법열(法悅)에 다름 아니었다. 만나야 할 것들은 만나져야 하는 법인지라 시가 내게로 왔다. 서로 다가갔다는 표현이 정확하지 않더라도 시간과 공간적으로 만나야 할 인연이었다. 나에게 불교는 아무리 봐도 결코 종교가 아닌 철학이며 붓다는 훌륭한 인격자로서 존경의 대상일 뿐, 불교는 종교와 철학을 이어주는 다리 역할에 충실해왔다. 시는 하늘과 인간을 이어주는 세상에서 가장 귀하고 아름다운 다리 같다고 함에 적극 동의하는 입장에 서있다. 나아가 종.. 더보기
과학과 종교의 충돌 과학과 종교의 충돌 과학이 우리에게 중요한 까닭은 우리가 세계의 일부분을 지배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만이 아니라, 우리가 ‘결코’ 정통할 수 없는 것들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마치 신앙인이 하느님을 매일 묵상하듯이, 1광년에 해당하는 9조5천억 킬로미터에 관하여 묵상하거나, 우리 은하에서 발견된 것들 중에서 가장 큰 별 – 지구에서 7,500광년 떨어져 있는 용골자리 에타 별은 크기가 태양의 400배이고 밝기는 400 배에 달한다 - 의 광도에 관해서 묵상해야 하는 것이다. 또 우리의 달력에 가령 큰개자리에 있는 적색 초거성 – 지구에서 5,000광년 떨어져 있으며, 태양보다 2,100배나 더 크다 – 을 기리는 기념일을 만들어놓아야 한다. 밤이면 우리는 우리 은하에 속한 2,000억에서.. 더보기
개인은 선한데 사회는 잘 안 굴러가 그 이유 파헤쳤다 2015.07.29 개인은 선한데 사회는 잘 안 굴러가 그 이유 파헤쳤다 2015.07.29 『캡틴 선더볼트』 이사카 인터뷰 소설 『캡틴 선더볼트』를 최근 국내 출간한 일본 작가 이사카 고타로. 치사율이 70%에 이르는 전염병이 소재지만 해피엔딩인 작품이다. [사진 민음사]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치사율이 70%에 이르는 치명적인 전염병 ‘무라카미병’이 일본 열도를 공포에 빠뜨린다. 도호쿠(東北) 지역 자오산 호수의 물에서 인간에게 전염되기 시작했다고 알려졌을 뿐 병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비밀에 싸여 있다. 일본 정부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전 국민 예방접종을 실시하지만 몇 년에 한 번씩 감염자가 발생하고, 그때마다 사회는 혼란에 휩싸인다. 물론 실제 상황은 아니다. 일본 소설가 이사카 고타로(伊坂幸太·44)와 아베 .. 더보기
산상수훈山上垂訓 산상수훈山上垂訓 종교는 모두를 구원하기 위하여 세상에 나왔으므로 반드시 평화적이어야 한다. 구원과 평화라는 이 대명제를 버릴 때 종교로서의 진정한 가치를 버리는 것과 같다. 산상수훈을 보면 버릴 게 없다. 그러나 세상의 가장 피비린내 나는 전쟁의 중심 혹은 배경에는 종교가 있어 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종교의 자기중심주의적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유일신교에서 그런 사례가 흔하다. 예수의 말씀 중에 대접 받고 싶으면 먼저 대접하라는 것은 그의 황금률이다. 그렇다면 나의 신이 중요하면 남의 신과 철학과 사상도 존중해야 한다. 종교의 속성 중에 신비적 요소를 도입하여 정보를 독점하고 직위의 권위를 독점. 이용하여 개인적 이익을 취해왔음을 지나치지 않아야 한다. 언제나 갈등의 중심에는 자기중심의 욕심이 있.. 더보기
니체의 대변인 차라투스트라 분수령 니체의 대변인 차라투스트라는 미래를 예견하면서 '머뭇거리는 자와 미적미적거리고 있는 자'들을 비판하죠. 이런 어정쩡한 태도는 과거에 이루어놓은 것들과 잘못한 과업들의 무게에 짓눌려서 신음하거나 주저앉게 만들 뿐, 권력의지를 갖지 못하게 한다는 겁니다. 허락된 시간보다 오래 머무르려는 것들에 대한 두려움, 지옥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 등 사실 그러한 공포의 징후들은 임박한 근대의 도래를 알리는 신호이자, 완전히 새로운 역사적 국면을 알리는 분수령으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 지그문트 바우만의《희망, 살아있는 자의 의무》중에서 - * 개인에게도 삶의 분수령이 있고 민족과 국가에도 역사적 분수령이 있습니다. 천국이냐 지옥이냐, 흥하느냐 망하느냐, 솟구치느냐 추락하느냐의 갈림길입니다. .. 더보기
미래에 대한 생각 미래에 대한 생각 우리가 지천명(知天命)의 나이 오십 살이 되었을 때 꺾어진 백 살이라 했던 기억이 난다. 이순(耳順)의 육십 살이 가까워오는데 내 눈과 귀는 아직도 거슬리는 것이 많다. 얼마나 많은 벼락과 번개가 치고 추운 눈보라를 맞아야 눈도 귀도 순해질까? 부처님은 일찍이 인생을 “고해(苦海)”니 “고통과 번뇌의 덩어리”라고 설파한 적이 있다. 사람들은 고통을 두려워한다. 내 삶에 번뇌가 닥칠까봐, 내 가슴에 아픔이 박힐까봐 겁을 낸다. 그러나 겁을 낼 일이 아니다. 그 덩어리는 ‘삶의 중요한 재료’이기 때문이다. 번뇌의 덩어리는 엉킨 실뭉치와 같아서 그걸 한 올씩 한 올씩 풀면서 우리는 이치를 터득해 나간다. 나와 상대, 세상과 우주에 대한 이치 말이다. 그 과정에서 지혜가 성장한다. 그런 지혜의.. 더보기
진공묘유 眞空妙有 1 진공묘유 眞空妙有 1 진공(眞空)이 바로 묘유(妙有)라는 뜻으로, 참된 공이란 이 세계의 사물을 떠나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물 그 자체의 존재 양상이라는 뜻. 불교의 근본 교리 가운데 하나인 공(空)은 이 세계의 만물에 고정 불변하는 실체가 없음을 표방하는 개념이다. 대승불교 중관학파의 용수(龍樹)는 초기 불교에서 말하는 연기(緣起)가 바로 공의 뜻임을 천명하였다. 연기는 이 세계의 만물이 다양한 인(因)과 연(緣)의 조합에 의해 생기하는 것이지, 고정 불변의 실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님을 뜻한다. 이와 같은 공에 대해 예부터 몇 가지 잘못된 이해 방식이 있었는데, 중국 화엄종의 승려 법장(法藏: 643~712)은 『반야심경(般若心經)』의 주석서인 『반야바라밀다심경약소(般若波羅蜜多心經略疏)』에서 이.. 더보기
여래여, 당신에게 드리는 겨울의 기도 / 도봉별곡 여래여, 당신에게 드리는 겨울의 기도 / 도봉별곡 죽음의 그림자가 서서히 드리울 때가 된 지금 붓다를 보고 싶음이 이토록 절실할까. 나는 본시 설화나 전설 따위를 믿지 않고 기적은 더욱 믿지 않는다. 내가 결코 기독교도가 되지 못하는 이유다. 살아 계신다면 107살이 된 부친은 일제 때 배제학당을 다닌 학력이 있다. 그것을 자식들에게조차 귀뜀을 하신 적이 없다. 다만 부친의 학력에 관심이 없으므로 주고받은 편지에 한자가 자주 들어가 있음의 이유를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음을 눈물겨워할 따름이다. 수많은 설화를 이겨내고 항상 따뜻한 언어로 상대방에게 스스로 자신을 알게 하는 성찰을 가져다주고 마침내 통찰력을 갖게 했던 위대한 성자여! 지금 이 시대는 비록 당신이 말할 리가 없는 말법의 시대라 하더라도 당..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