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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시, 사랑에서 행복을 찾다

희망가 / 문병란 (시인, 1935-) 희망가 / 문병란 (시인, 1935-)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는 헤엄을 치고 눈보라 속에서도 매화는 꽃망울을 튼다. 절망 속에서도 삶의 끈기는 희망을 찾고 사막의 고통 속에서도 인간은 오아시스의 그늘을 찾는다. 눈 덮인 겨울의 밭고랑에서도 보리는 뿌리를 뻗고 마늘은 빙점에서도 그 매운 .. 더보기
무인도/박주택 무인도/박주택 우리가 서로에게 젖다 다시 홀로 스스로의 길로 걸어 돌아갈 때 언뜻 스쳐 지나가는 부드러우면서도 삐걱거리는 외로움을 마음에 새겨두라 그 외로움의 성분에 곰팡이가 끼고 누룩 뜰 때쯤 어느 멀리서는 이기지 못하는 괴로움으로 횃불을 피우고 더 먼 곳에서는 유해들.. 더보기
바람 부는 저녁 ― 안토니를 위하여/하일지 바람 부는 저녁 ― 안토니를 위하여/하일지 바람 부는 저녁 할머니는 내 서랍 속에서 잔다 내 제비들과 함께 바람 부는 저녁이면 내 제비들은 열이 있기 때문이다 나 역시 열이 있기 때문이다 푸른 열 나선형의 열 바람 부는 저녁에 모든 오리나무들은 울고 있고 모든 양귀비들은 시들어 .. 더보기
단 하나의 이름 /이제니 단 하나의 이름 /이제니 얼어붙은 종이 위에서 나는 기다린다 얼음의 결정으로 떠오르는 기억의 물처럼 발설하지 않은 이름을 대신할 풍경이 몰려올 때까지 월요일에 나는 잃어버린 사람이 되었지 아니 화요일 아니 수요일 아니 목요일 아니 금요일 이미 잃었는데도 다시 잃고야 마는 요.. 더보기
저녁은/허형만 저녁은 / 허형만 어떤 이는 돈에 목말라 하고 어떤 이는 사랑에 목말라 하고 어떤 이는 권력에 목말라 하고 그렇게 목말라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지금처럼 저녁은 시원한 바람을 강물처럼 풀어 놓는다 지금처럼 저녁은 목말라 하는 자들을 잠 재운다 어찌 어찌 숨어 있는 야생화처럼 영혼.. 더보기
국화꽃 그늘을 빌려/장석남 국화꽃 그늘을 빌려/장 석 남 국화꽃 그늘을 빌려 살다 갔구나 가을은 젖은 눈으로 며칠을 살다가 갔구나 국화꽃 무늬로 언 첫 살얼음 또한 그러한 삶들 있거늘 눈썹달이거나 혹은 그 뒤에 숨긴 내 어여쁜 애인들이거나 모든 너나 나나의 마음 그늘을 빌려서 잠시 살다가 가는 것들 있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