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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시, 사랑에서 행복을 찾다

새들은 지붕을 짓지 않는다/정호승 새들은 지붕을 짓지 않는다/정호승 새들은 지붕을 짓지 않는다. 잠이든 채로 그대로 눈을 맞기 위하여 잠이 들었다가도 별들을 바라보기 위하여 외롭게 떨어지는 별똥별들을 위하여 그 별똥별을 들여다보고 싶어 하는 어린 나뭇가지들을 위하여 새들은 지붕을 짓지 않는다. 가끔은 외로.. 더보기
백년/문태준 백년(百年)/문 태 준 와병 중인 당신을 두고 어두운 술집에 와 빈 의자처럼 쓸쓸히 술을 마셨네 내가 그대에게 하는 말은 다 건네지 못한 후략의 말 그제는 하얀 앵두꽃이 와 내 곁에서 지고 오늘은 왕버들이 한 이랑 한 이랑의 새잎을 들고 푸르게 공중을 흔들어 보였네 단골 술집에 와 오.. 더보기
혼자 가는 먼 집/허수경 혼자 가는 먼 집 / 허수경 당신……, 당신이라는 말 참 좋지요, 그래서 불러봅니다 킥킥거리며 한때 적요로움의 울음이 있었던 때, 한 슬픔이 문을 닫으면 한 슬픔이 문을여는 것을 이만큼 살아옴의 상처에 기대, 나 킥킥……​, 당신을 부릅니다 단풍의 손바닥, 은행의 두 갈래 그리고 .. 더보기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1938년>/백석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lt;1938년&gt;/백석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내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내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아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 더보기
빈자리/도봉별곡 빈자리 짝 지어 보내면 홀가분하고 편할 줄 알았는데 입산수행을 잡지 않을 줄 알았는데 영 아니다 공휴일 낮, 딸과 사위 오는 날 간혹 갖는 점심자리가 이리 반갑고 즐거울까 파전에 낙지볶음, 고등어구이에 고등어조림, 미꾸라지튀김에 추어탕, 냉면에 갈비탕, 빈대떡에 동태찜, 감자전.. 더보기
다시 바닷가의 장례/김명인 다시 바닷가의 장례/김명인 내가 이 물가에서 그대 만났으니 축생을 쌓던 모래 다 허물어 이 시계 밖으로 이제 그대 돌려보낸다 바닷가 황혼녘에 지펴지는 다비식의 장엄함이란, 수평을 둥글게 껴안고 넘어가는 꽃수레에서 수만 꽃송이들이 한번 활짝 피었다 진다 몰래몰래 스며와 하루.. 더보기
목계장터/신경림 목계장터/신 경 림 하늘은 날더러 구름이 되라 하고 땅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네 청룡(靑龍) 흑룡(黑龍) 흩어져 비 개인 나루 잡초나 일깨우는 잔바람이 되라네 뱃길이라 서울 사흘 목계 나루에 아흐레 나흘 찾아 박가분 파는 가을볕도 서러운 방물 장수 되라네 산은 날더러 들꽃이 되라.. 더보기
스님의 꿈/김희원 스님의 꿈/김 희 원 어릴 적 나는 스님에게도 꿈이 있느냐고 물었다 스님은 말없이 미소만 지으셨다 잠자코 비질만 하셨다 그 뒤로 꿈은 속인에게만 있는 것인 줄 알았다 꿈이 많아서 앓아눕던 나는 엄마한테, 내 꿈 좀 버려달라고 했다 늙어 다시 찾은 절에서 비질을 하는 젊은 스님을 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