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시, 사랑에서 행복을 찾다 썸네일형 리스트형 조등(弔燈)_이설야 조등(弔燈)_이설야 내가 머뭇거리는 동안 꽃은 시들고 나비는 죽었다 내가 인생의 꽃등 하나 달려고 바삐 길을 가는 동안 사람들은 떠났고 돌아오지 않았다 먼저 사랑한 순서대로 지는 꽃잎 나는 조등*을 달까부다 - 中 * 조등 : 장례를 치른다는 것을 알리는 등 더보기 시집 모셔오기. 김해자 -『해자네 점집』 시집 모셔오기 김해자 -『해자네 점집』 머리맡에 막걸리 두 병 놓여 있었다 붉은 접시꽃 옆에 다수굿이 서 있던 살구나무 집 어매 반나마 없어진 이를 가리며 합죽 웃었다 술 있시믄 한 병 빌려줘유 낼 트럭 오믄 갚으게 테리비는 지 혼자 뭐라뭐라 떠들어대지 껌껌하니 나갈 수가 있나 이야기할 사램이 있나 술이라도 없었으먼 어찌 살았을까 몰러 질고 진 밤 후루룩 김치 국물이나 마시다 곯아떨어지는 겨 고대로 가는 중도 모르게 갔시먼 좋것네 희망근로 새겨진 노란 조끼 입고 새벽같이 빗자루 들고 나다니더니 고추밭 이랑에 엎드려 있더니 어느 날은 콩밭 매다 호미처럼 구부리고 주무시더니, 청국장 띄우는 집 들러 김 모락모락 나는 콩 몇 알 뭉쳐 자시고 정신 오락가락하는 친구 집 들러 코피 한잔 나눠 자시고 허.. 더보기 즐거운 편지 / 황동규 즐거운 편지 / 황동규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 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속을 헤메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오리라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버린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 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 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더보기 소무의도 무의바다누리길 / 황인찬 소무의도 무의바다누리길 / 황인찬 끝이 보이는 바다는 처음이야 너는 말했지 한국의 바다에는 끝이 있다 세계의 모든 바다에도 끝이 있고, 바다 건너 어딘가에 세상의 모든 것이 다 있다는 그런 이야기에도 끝이 있고 바다에 끝이 없다고 누가 했는지 파도에는 끝이 있고, 해변의 모래에는 끝이 있고, 바다의 절벽에도, 바다 절벽 위의 소나무에도, 파도가 깎아놓은 몽돌에도 끝이 있는데 아직 우리는 끝을 보지 못했구나 그런 생각들 속에서 끝이 있는데도 끝이 나지 않는 날들 속에서 사랑을 하면서 계속 사랑을 하면서 우리는 어디를 둘러봐도 육지가 보이는 섬이 해변에 앉아 있었다 돌아가는 배 위에서는 멀미를 하는 너의 등을 두드리며 이렇게 계속되는 것이구나 생각을 했고 더보기 다정이 나를 / 김경미(1959∼) 다정이 나를 / 김경미(1959∼) 누가 다정하면 죽을 것 같았다 장미꽃나무 너무 다정할 때 그러하듯이 저녁 일몰 유독 다정할 때 유독 그러하듯이 뭘 잘못했는지 다정이 나를 죽일 것만 같았다 “다정도 병인 양하여 잠 못 들어 하노라.” 이조년이 쓴 시조의 종장이다. 무려 고려 후기에 나온 작품이다. 그런데 700년 동안 잊히지 않고, 변하지 않은 건 비단 시조만은 아닌 것 같다. 아주 오래전에 시가 되었던 어떤 마음을, 오늘의 우리도 똑같이 느낀다. 때로 시는 시간을 넘어서 온다. 이조년의 ‘다정가’가 고려 말의 것이라면 김경미의 ‘다정가’는 오늘의 것이다. 원래 다정가는 봄의 노래다. 봄바람처럼 달콤하고 씁쓸한 감정이 다정이다. 괜히 마음이 싱숭생숭해지는 봄날만큼 감정의 범람이 어울.. 더보기 어쩌다 나는 / 류근 어쩌다 나는 / 류근 어쩌다 나는 당신이 좋아서 이 명랑한 햇빛 속에서도 눈물이 나는가 어쩌다 나는 당신이 좋아서 이 깊은 바람결 안에서도 앞섶이 마르지 않는가 어쩌다 나는 당신이 좋아서 이 무수한 슬픔 안에서 당신 이름 씻으며 사는가 어쩌다 나는 당신이 좋아서 이 가득찬 목숨 안에서 당신하나 여의며 사는가 어쩌다 나는 당신이 좋아서 이 삶 이토록 아무것도 아닌건가 어쩌다 나는 당신이 좋아서 어디로든 아낌없이 소멸해 버리고 싶은건가 아름다워서, 슬퍼서, 외로워서, 부끄러워서 시도 때도 없이 울었고, 낮밤 가리지 않고 술을 마셨다는 시인. 통속적인 삶에 대해 회의하게 하는 이런 물음들에서 우리는 다시 근원적인 의문의 자리로 돌아가 시인이 탐색하는 감성의 바다로 함께 뛰어들기도 합니다. 유쾌하고 쾌활한 중에.. 더보기 사랑은 사랑대로 눈물이 나고 / 夏林 사랑은 사랑대로 눈물이 나고 / 夏林 사랑은 사랑대로 눈물이 나고 이별은 이별대로 눈물이 나고 사랑도 이별도 눈물이라면 무슨 사랑 하여야 할까 기쁨도 슬픔도 생의 마지막 눈물까지도 사랑하며 살아야 하느니 나뭇잎 흔들림이 그냥 흔들림이 아니듯 폭포 아래 물거품이 그냥 부서짐이 아니려니 흐르고 흐르면 끝내 다다를 바다 곱디고운 의미로 새겨 살려네 무게로 견디며 하늘을 인 저 구름은 그냥 흘러가는 구름이 아닌가 보옵니다 바람이 불어가듯 물이 흘러가듯 열린 창, 한 줌 햇빛으로 찾아드는 소망 하나 그 몸짓으로 살려네 06/03 더보기 숲은 고스란히 나를 / 강신애 숲은 고스란히 나를 / 강신애 쏙독새 따라다니다 길을 잃었다 나무 높은 가지에서 다른 가지로 건너뛰며 나를 숲의 더 깊은 곳으로 이끌었다 번개 맞은 듯 까맣게 척추가 흰 나무 앞에서 문득 새소리도그치고, 두근거렸다 함석 차양에 빗방울 떠어지는 소리로 가랑잎 굴러다니고 한 발 앞으로 내디뎠을 때 숲은 고스란히 나를 낙엽 도토리 밤송이 껍질 수북한 골짜기로 빠뜨렸다 서걱이는 몸 일으켜 숲이 흘린 꿈, 허파에 하나씩 주워담기 위해 심호흡을 했다 쏙독새가 나무에 줄을 매고 빙빙 머리 위를 돌았다 이렇게 한 사흘 숲에 취해 있으면 살갗에서 가지, 이파리가 뻗어나가고 발바닥에 스멀스멀 잔뿌리가 돋아날 것 같았다 온몸으로 밀림이 된 내 팔다리를 타고 오르며 쏙독새가 고립무원 우는 소리를 나는 가만히 취한 듯 듣고 있.. 더보기 이전 1 2 3 4 5 6 7 ··· 3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