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산과 시, 사랑에서 행복을 찾다

이석耳石, 離席 / 박신규 이석耳石, 離席 / 박신규 다시는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죽음을 선언한 뒤 중력을 벗어던지고 뛰어내린다 운석들이 충돌한다 머릿속에선 끊이지 않는 빗소리 아플 때마다 하염없이 폭설은 밤바다에 투신한다 돌은 진다 닿을 데 없이 떨어진다 죽음의 인파, 더러운 소음 속에 놓치고 헤어진 혈육 같은 벗어났다는 안도는 금세 이탈했다는 불안에 녹는다 돌고 도는 것은 당신이 아니다 멈추면 비로소 우주가 공전한다 시집에 수록 추천평 사실이 이토록 절실할 수 있는가. 사실이 이토록 피 터질 수 있는가. 이 시편들을 읽는 한나절 내 내 겨드랑이 몇번이나 떨렸다. 처음에는 의무감으로 읽다가 그러면 못쓰겠는 몰입이 되고 말았다. 무엇보다 꽉 찬 언어가 정밀하다. 단언한다. 소리 없는 절창의 하나이다. 시인의 말을 빌리자면 ‘전생에.. 더보기
눈 위의 앵무 / 이제니 눈 위의 앵무 / 이제니 소화꽃 피던 밤 눈 위의 앵무는 붉은 깃털을 세우고 영원의 길을 가리켰다. 그러니까 내가 바라보는 곳은 눈길 저 너머. 이곳에 없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의 낡은 호주머니 속 한 가닥 보푸라기를 만지는 심정으로. 나는 우리가 즐겨 했던 끝말잇기의 궤적을 그러보려는 헛되고 헛된 망상에 사로 잡혀 있었다. 그 밤 눈 위의 앵무는 자신의 그림자를 끌고 날아오르려 날아오르려. 반성하는 습관을 버린다면 나는 좋은 사람이 될 텐데. 앵무의 발은 노란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부드러운 치자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우리는 꽃의 향기를 맡을 줄 압니다. 우리는 그리운 곳으로 손을 뻗을 줄 압니다. 네가 말하자 눈 위의 앵무는 눈썹 위의 물방을을 털어냈다. 누군가의 목소리를 흉내내듯 길고 흐릿한 점.. 더보기
하이쿠의 특성과 발달과정 하이쿠의 특성과 발달과정 하이쿠의 일반현황 일본은 지리적 특성상 강력한 태풍과 지진, 해일 및 화산 폭발 등의 영향으로 자연에 대한 경외감이 남다르다. 특히 근대이전까지의 일본인은 막부 중심의 무단정치에 따른 절대적 순종과 잦은 전쟁으로 인간에 대한 신뢰감이 떨어지는 편이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일본인은 자연으로 도피하거나 공동체 집단의 일원으로 살아남기 위하여 폐쇄적인 유대관계를 형성한다. 일본 근대화의 기점인 명치유신 이후 서구문물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급격한 경제발전과 사회제도 개혁으로 근대화에 성공한 결과 현재 세계적인 경제대국으로 발전하였다. 세계 각 민족은 자기 고유의 詩歌를 갖고 있으며, 한자문화권에 속하는 우리나라는 향가와 시조, 일본은 와카와 하이쿠, 중국은 絶句와 律詩 등의 漢詩가 있는.. 더보기
거안사위(居安思危) 거안사위(居安思危) 초록이 문득 다가왔습니다. 초록이 지쳐야 가을이 온다 했으니 가을이 익으면 하얀 눈이 내리겠지요. 가을이 익어갈 때 행복을 걷어야 긴 겨울이 춥지 않을 것입니다. 도서관 서고에서 골라 행복에 관한 여러 권의 책을 읽어보았습니다. “행복은 사랑을 통해서만 온.. 더보기
김선우 시인 2010.11.30. 14:50 ‘촉촉하게 젖은 꽃잎’ 닮은 시인 김선우 “詩心 차올라 온몸 간질거리는 거, 꾹 참는 즐거움을 아세요?” 글 : 원재훈 김선우의 시는 여린 듯 강렬하고 수줍은 듯 관능적이다. 그녀의 시에서 절로 배어나오는 물기는 어둡고 따뜻한 자궁 속에서 출렁거리는 양수에 가깝다. .. 더보기
실패의 힘 / 천양희 실패의 힘 - 천양희(1942~ ) 내가 살아질 때까지 아니다 내가 사라질 때까지DA 300 나는 애매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비가 그칠 때까지 철저히 혼자였으므로 나는 홀로 우월했으면 좋겠다 지상에는 나라는 아픈 신발이 아직도 걸어가고 있으면 좋겠다 오래된 실패의 힘으로 그 힘으로 아프다. .. 더보기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 킴벌리 커버거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 킴벌리 커버거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내 가슴이 말하는 것에 더 자주 귀 기울였으리라. 더 즐겁게 살고, 덜 고민했으리라. 금방 학교를 졸업하고 머지않아 직업을 가져야 한다는 걸 깨달았으리라. 아니, 그런 것들을 잊어 버렸으리라.. 더보기
내가 마음을 열지 않으면 / 나태주 내가 마음을 열지 않으면 / 나태주 내가 마음을 열지 않으면 흰구름도 흰구름이 아니요 꽃도 꽃이 아니다 내가 마음을 비우지 않으면 새 소리도 새 소리가 아니요 푸른 하늘도 푸른 하늘이 아니다 내가 인정하지 않는 한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같은 강물도 결코 그림이 될 수 없으며 사랑..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