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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영장산에서 만납시다(詩山會 제398회 산행) 영장산에서 만납시다(詩山會 제398회 산행) 모이는 날, 장소 : 2020. 11. 22. 10 : 30. 이매역 2번 출구 1.시가 있는 산행 오래된 서랍 / 강신애 나는 맨 아래 서랍을 열어보지 않는다 더 이상 보탤 추억도 사랑도 없이 내 생의 중세가 조용히 청동녹 슬어가는 긴 여행에서 돌아와 나는 서랍을 연다 노끈으로 묶어둔 편지뭉치, 유원지에서 공기총 쏘아 맞춘 신랑 각시 인형, 건넨 이의 얼굴을 떠올리게 하는 코 깨진 돌거북, 몇 권의 쓰다 만 일기장들.... 絃처럼 팽팽히 드리운 추억이 느닷없이 햇살에 놀라 튕겨나온다 실로 이런 사태를 나는 두려워한다 누렇게 바랜 편지봉투 이름 석 자가 그 위에 나방 분가루같이 살포시 얹힌 먼지가 먹이 앞에 난폭해지는 숫사자처럼 사정없이 살을 잡아채고, 순식간.. 더보기
구름산(237미터) 신선이 됩시다(詩山會 제365회 산행) 구름산(237미터) 신선이 됩시다(詩山會 제365회 산행) 일시: 2019. 7. 28.(일) 모이는 곳: 철산역 2번 출구 기자: 이승렬 준비물: 편하게 1.시가 있는 산행 참회록 - 윤동주(1917~45) 파란 녹이 낀 구리 거울 속에 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 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까. 나는 나의 참회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 ㅡ만 24년 1개월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왔던가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한 줄의 참회록을 써야 한다. ㅡ그때 그 젊은 나이에 왜 그런 부끄런 고백을 했던가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보자. 그러면 어느 운석 밑으로 홀로 걸어가는 슬픈 사람의 뒷모양이 거울 속에 나타나 온다. 윤동주는 여전히 피 흐르는 우리의 상처.. 더보기
삼성산에 오릅니다(詩山會 제364회 산행) 삼성산에 오릅니다(詩山會 제364회 산행) 일시: 2019. 7. 13.(토) 10시 30분 장소: 전철 1호선 석수역 1번 출구 산행기자: 위윤환(빠지지 말여!) 준비물: 하던 대로 1.시가 있는 산행 얼음 호수 -손세실리아(1963~ ) 시아침 2/19 제 몸의 구멍이란 구멍 차례로 틀어막고 생각까지도 죄다 걸어 닫더니만 결국 자신을 송두리째 염해버린 호수를 본다 일점 흔들림 없다 요지부동이다 살아온 날들 돌아보니 온통 소요다 중간중간 위태롭기도 했다 여기 이르는 동안 단 한 번이라도 세상으로부터 나를 완벽히 봉해본 적 있던가 한 사나흘 죽어본 적 있던가 없다, 아무래도 엄살이 심했다 남의 흠결을 입에 담는 것은 옳지 못하다. 흠결은 그의 것이다. 내 것이 아닌 걸 내 것처럼 다루고 사용하는 건 잘못.. 더보기
호명호수로 피서 갑시다(詩山會 제363회 산행) 호명호수로 피서 갑시다(詩山會 제363회 산행) 일시: 2019. 6. 29.(토) 10시 30분 만나는 곳: 경춘선 상천역 1번 출구 1.시가 있는 산행 첫 기억 -문태준(1970~ ) 시아침 2/26 누나의 작은 등에 업혀 빈 마당을 돌고 돌고 있었지 나는 세 살이나 되었을까 볕바른 흰 마당과 까무룩 잠이 들었다 깰 때 들었던 버들잎 같은 입에서 흘러나오던 누나의 낮은 노래 아마 서너 살 무렵이었을 거야 지나는 결에 내가 나를 처음으로 언뜻 본 때는 가장 오래된 기억은 언제쯤 것일까. 누구나 이런 생각을 해볼 때가 있다. 기억이 멀수록 더 어린 날이다. 잘해야 누나 등에 업혀 칭얼대는 젖먹이 정도? '기억하다'를 '보다'로 바꾸면서 나는 내 인생의 나그네가 된다. 내 가장 먼 바라봄이 어린 나의 첫 .. 더보기
광교산에 오릅니다(詩山會 제362회 산행) 광교산에 오릅니다(詩山會 제362회 산행) 일시: 2019. 6. 23.(일) 10시 30분 모이는 곳: 광교역(경기대) 2번 출구 준비물: 하시던 대로 기자: 서정우 1.시가 있는 산행 종점 -최문자(1943~ ) 시아침 3/5 사랑 없이도 고요할 줄 안다 우리는 끝없이 고요를 사랑처럼 나눴다 우리가 키우던 새들까지 고요했다 우리에게 긴 고요가 있다면 우리 속에 넘쳐나는 소음을 대기시켜 놓고 하루하루를 소음이 고요 되게 언제나 소음의 가뭄이면서 언제나 소음에 젖지 않으려고 고요에 우리의 붓을 말렸다 서로 아무렇지 않은 나이가 되어서야 말할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이든 간에 시끄러운 가을 벌레들처럼 우리는 아주 오래 뜨거웠던 활화산을 꺼내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고요는 침묵일 것이다. 아마 서로 강요하고 눈감아.. 더보기
구룡산에 오릅니다(詩山會 제361회 산행) 구룡산에 오릅니다(詩山會 제361회 산행) 일시: 2019. 6. 8.(토) 10시 30분 만나는 장소:일원역 5번 출구 1.시가 있는 산행 그 시를 읽은 모두가 울었다. 초등생 동시 이슬양(15·부안여중 3학년·왼쪽)이 2016년 우덕초 6학년 때 쓴 동시 '가장 받고 싶은 상'. 유방암에 걸려 먼저 세상을 떠난 엄마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았다고 한다. [사진 전북교육청] 초등학생 때 쓴 동시 '가장 받고 싶은 상'이 동요로 만들어져 화제가 된 이슬양(15·부안여중 3학년·왼쪽)이 부안군 집에서 아버지 이성(53)씨와 오빠 이서인(17·부안 백산고 2학년)군과 나란히 앉아 사진을 찍었다. [사진 이성씨]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짜증 섞인 투정에도/어김없이 차려지는/당연하게 생각되는/그런 상/(중략)/세.. 더보기
아차산에 오릅니다(詩山會 제360회 산행) 아차산에 오릅니다(詩山會 제360회 산행) 일시 : 2019. 5. 26. 10시 30분. 모이는 곳 : 전철 5호선 광나루역 2번 출구 1.시가 있는 산행 낮달 -장옥관(1955~ ) 시아침 12/19 재취 간 엄마 찾아간 철없는 딸처럼, 시누이 몰래 지전 쥐어주고 콧물 닦아주는 어미처럼 나와서는 안 되는 대낮에 물끄러미 떠 있다 떠올라서는 안 되는 얼굴이, 밝아서 보이지 않는 얼굴이, 있어도 없는 듯 지워져야 할 얼굴이 떠 있다 화장 지워진 채, 마스카라가 번진 채 여우비 그친 하늘에 성긴 눈썹처럼, 종일 달인 국솥에 삐죽이 솟은 흰 뼈처럼 해 아래 드러나면 서러운 것들. 외로운 딸과 난감한 어미 같은 지상의 고아들을 대신해 달은 낮에 떴다. 눈물에 화장이 지워진 옛날의 얼굴도 그 얼굴의 희미한 눈썹.. 더보기
마음속 깊이 간직한 무등에 오릅니다(詩山會 제359회 산행) 마음속 깊이 간직한 무등에 오릅니다(詩山會 제359회 산행) 때와 모이는 곳곳 : 2019. 5. 11.(토) 7시 양재역 1번 출구에서 100미터 앞 SH수협 앞 1호차 혹은 죽전 1.시가 있는 산행 얼음 호수 -손세실리아(1963~ ) 시아침 2/19 제 몸의 구멍이란 구멍 차례로 틀어막고 생각까지도 죄다 걸어 닫더니만 결국 자신을 송두리째 염해버린 호수를 본다 일점 흔들림 없다 요지부동이다 살아온 날들 돌아보니 온통 소요다 중간중간 위태롭기도 했다 여기 이르는 동안 단 한 번이라도 세상으로부터 나를 완벽히 봉해본 적 있던가 한 사나흘 죽어본 적 있던가 없다, 아무래도 엄살이 심했다 남의 흠결을 입에 담는 것은 옳지 못하다. 흠결은 그의 것이다. 내 것이 아닌 걸 내 것처럼 다루고 사용하는 건 잘못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