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썸네일형 리스트형 독백, 우암尤庵 송시열의 나라 / 도봉별곡 독백, 우암尤庵 송시열의 나라 / 도봉별곡 갓밝이 무렵 새벽안개 피워 아직 해는 불암산을 넘지 못 한다 날마다 찾아오는 명상의 시간 생각 없음과 마음 챙김의 차이 그 틈 사이로 문득 서가 안에서 나를 뚫어지게 쏘아보는 책 한 권, ‘송시열과 그들의 나라’ 나 닮은 다혈질의 남자 요한 묵시록의 상징같이 까다롭고 음울한 사내 그들 사대부의 나라, 조선 어찌, 감히 백성들이 사대부를 넘보랴 그를 위한 광장은 공맹公孟의 신전을 비롯한 사방에 널려있었고 임금조차 두렵지 않았던 자신들의 이기심 닮은 고집 앞에서 결코 무릎을 숙이지 않았던 그들만의 나라 일찍이 성현의 말씀을 두고 오직 한 길뿐 타협은 적합지 않았어라 조선은 왕의 나라가 아닌 백성의 나라, 나는 양반의 자식으로 태어났을 뿐 서모도 여자이며 서얼도 남자.. 더보기 달의 미소 / 도봉별곡 달의 미소 / 도봉별곡 임의 눈 속에 비친 내 눈을 보잤더니 그 눈은 아래로 깔아버린 동짓달 초승달 되어 그리움 달래려 반가사유상 앞에 서서 눈으로 별을 하나씩 지워가다 섣달 그믐달만 남아 눈썹만으로 미소를 보낸다 달의 미소 속에 또 한 해를 놓쳤다 *제2시집 에 수록 더보기 커피와 감기의 상관관계 / 도봉별곡 커피와 감기의 상관관계 / 도봉별곡 아침 9시 헤이즐럿 향이 풍기는 커피잔을 들고 창가에 앉았다 불암산佛巖山을 넘어온 해는 온도계를 바쁘게 운동시킨다 20.7도에서 23.7도로 지난 밤 을지로역 근처 식당 순천만에서 친구를 만났다 둘은 인사동 주막 해인亥寅의 단골이었다 친구의 호는 추몽秋夢 주막 주인의 호는 추전秋田 나는 추계秋溪 그는 불자이고 나는 비불자이다 불과 법은 좋으나 승에게 인사하기 싫고 재가불자 5계조차 지키기 싫어 비불자로 남아 있다 천도天道 시야是耶 비야非耶, 하늘의 도는 옳은가 틀린가 로 시작한 대화는 우리가 세상의 이치를 알았으니 더 살지 않아도 미련은 없다 로 끝난다 서로의 눈으로 대화한다 -왜 귀한 보리굴비를 사는가 -자네 고향이 영광이고 통증을 이겨내려면 단백질을 많이 먹어야 해.. 더보기 커피와 감기의 상관관계 / 도봉별곡 커피와 감기의 상관관계 / 도봉별곡 아침 9시 헤이즐럿 향이 풍기는 커피잔을 들고 창가에 앉았다 불암산佛巖山을 넘어온 해는 온도계를 바쁘게 운동시킨다 20.7도에서 23.7도로 지난 밤 을지로역 근처 식당 순천만에서 친구를 만났다 둘은 인사동 주막 해인亥寅의 단골이었다 친구의 호는 추몽秋夢 주막 주인의 호는 추전秋田 나는 추계秋溪 그는 불자이고 나는 비불자이다 불과 법은 좋으나 중에게 인사하기 싫고 재가불자 5계조차 지키기 싫어 비불자로 남아 있다 천도天道 시야是耶 비야非耶, 하늘의 도는 옳은가 틀린가 로 시작한 대화는 우리가 세상의 이치를 알았으니 더 살지 않아도 미련은 없다 로 끝난다 서로의 눈으로 대화한다 -왜 귀한 보리굴비를 사는가 -자네 고향이 영광이고 통증을 이겨내려면 단백질을 많이 먹어야 해.. 더보기 낙엽을 태우며 / 도봉별곡 낙엽을 태우며 / 도봉별곡 북한강 가 겨울에는 귀 떨어지게 추운 홍천 공작산을 바라보며 마당 한가운데 잘 생긴 느티나무 하나 봄에는 매화 여름에는 난초 가을에는 국화 겨울에는 대나무 닮은 자기 몸 지키기 위해 떨군 잎 태운다 아이들 웃음과 노인의 회한과 중년의 술잔과 청년의 노래 담은 잎 태운다 올 겨울에는 그들만의 진보와 보수의 낡아 빠진 잠꼬대 듣지 말라며 잎 태운다 겨울잠 깊게 잘 자서 나이테 단단하게 채우고 내년에 감각적 쾌락 여의고 청정한 삶 사는 학승 만나듯 반갑게 보자 *제2시집 에 수록 더보기 그날 그리고 그곳 / 도봉별곡 그날 그리고 그곳 / 도봉별곡 51병동 신경병동 응급의 후유증이 일상 되어 과유불급過猶不及의 경구가 살아 숨 쉬는 곳 비정상이 정상인 걸리버의 나라 같아 작은 세계 안에 큰딸과 이름 같은 간호사 아내와 같은 이름의 간호사가 있다 휴게실 사랑방에는 여전히 의식불명의 늙은 보수와 무작정 젊은 진보가 암투 중이고 치료 끝나면 다시 감각적 쾌락의 길을 굳이 가겠다는 쾌락파와 이제 쾌락의 음모를 알아 청정한 삶을 살겠다는 청정파의 결기를 느낄 수 있는 공간 아직도 고단한 삶, 쾌락적 삶의 결과로 생긴 병들 사이에 암투는 진행형이다 터줏대감인 간병인 그룹이 엄존하고 산재의 기득권에 저항하다 지쳐가는 조금은 엄살인 환자의 전쟁도 이어지고 있다 분주한 아침과 잠 못 들어 음낭처럼 늘어진 밤 사이 숨 막히는 전투 벌어졌.. 더보기 고통의 액수 / 도봉별곡 고통의 액수 / 도봉별곡 고통은 응급실비 수술비 병실비 등 1,000만 원 어치였다. 온실에서 키운 백만 송이 장미가 아닌 찬바람에 벼린 백만 개의 바늘이 두 어깨 아래를 무차별 쑤셔대는 고통에 모르핀주사 한 방. 그것의 효능으로 부족할 때는 속수무책 그 이후는 모른다. 고통으로 기절했는지 다른 주사약으로 잠재웠는지 나이 순서를 지켜주지 않는 병마를 원망한들 고양이가 호랑이 되지 못하듯 죽음의 순서도 같을 것이다 옆 환자 신음소리 서로에게 짐이 되는 자율신경이 일으키는 생리적 현상을 탓한들 해결책은 1인실로 가는 것뿐, 그러나 깨달음은 저잣거리에서 나오듯 적막과 외로움은 친구일 뿐 덧없다는 해탈에 방문객은 방해꾼 친구들 모두 죽어 없는 86살 노인네가 퇴원해서도 친구처럼 지내자는 제안에 차마 대놓고 거절.. 더보기 겨울비 / 도봉별곡 겨울비 / 도봉별곡 동지 지나고 창문 열면 북한산 불암산 수락산 도봉산 솟고 중랑천이 가운데를 가르는 방학동 분지 겨울비 적막하고 적요寂寥한 방안으로 봄눈 녹듯 겨울비 내린다 텃새가 된 백로 한 마리 보면 내 마음도 봄바람 되어 녹는다 *제2시집 에 수록 더보기 이전 1 ··· 13 14 15 16 17 18 19 ··· 2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