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썸네일형 리스트형 잊은 채로 산다는 것은 - 기억의 거짓말 / 도봉별곡 잊은 채로 산다는 것은 - 기억의 거짓말 / 도봉별곡 굳이 잊은 것을 생각해내고는 힘들게 살지 말자 기억도 거짓말을 하며 거짓말을 있는 그대로보다 더 잘한다면 우리는 무엇을 믿어야 할까 기억들이 용광로에 들어가서 나올 때는 비싼 합금이 되고 강철이라도 되면 좋으련만 별 쓸모없는 잡철이 되어 나온다면 그대여 우리는 잡철을 모으는 그 먼 옛날의 엿장수가 될까 오늘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 그 중에 값나가는 비철합금을 고르는 고물장수의 한여름 노동자가 되어야 할까 그대에게는 비싼 기억이라도 내게는 그냥 흘러간 것들일 수도 있으니까 *제3시집 에 수록 더보기 시인의 농담 – 12월의 상자 / 도봉별곡 시인의 농담 – 12월의 상자 / 도봉별곡 12월의 상자 안에는 3월의 새벽과 12월의 저녁이 들어있고 죽순의 희망과 동짓달의 회한으로 꽁꽁 묶었다 배달지는 고향의 선산 부모님 산소 밑 소나무 작년 이맘때 염라대왕 앞에 섰다 대왕이 명부상서에게 이름도 맞고 머리도 백발인데 얼굴은 50대 초반이니 이상하다며 다시 확인하란다 상서는 확인하더니 실수했다고 머리를 조아린다 부아가 난 시인은 미련이 남아있지 않은 이승으로 내려가기 싫으니 그냥 황천에서 지내게 해주던가 내려 보내려면 수명을 배로 늘려달라고 항의하며 떼를 쓰기 시작했다 난처해진 상서는 120살까지 살아야 하는데 지루하지 않겠냐고 되물었다 내 평생의 화두는 120살까지 살아 앞니는 커녕 이빨이 하나도 남지 않은 120살 조주 영감님이 내준 화두 숙제는.. 더보기 무제 / 도봉별곡 무제 / 도봉별곡 간화선은 골치 아파 재미있다 진공묘유의 즐거움, 시처럼 동문서답은 기본이고 수수께끼, 퀴즈, 우화 같고 은유와 과장, 축약, 반어, 상징 등이 압축되어 있어 긁고 파고 찌르며 세 바퀴를 돌아야 그 자리로 다시 돌아온다 반듯이 직선으로 곧게 그었는데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 우주가 둥글기 때문이다, 선도 둥글다 머리 혼란해 한겨울 계곡물에 빨래하듯 머리 감으니 춥다 못해 아프다던 큰딸 작은딸 생각난다 *제2시집 에 수록 더보기 틈, 손가락과 달 사이 / 도봉별곡 틈, 손가락과 달 사이 / 도봉별곡 1 수종사 범종 소리에 두물머리가 갈라지는 남한강 지나는 열차를 타고 용문사 올라가는 숲길을 좋아하는 이유는 긴 숲과 길 사이 작은 도랑으로 흐르는 동갑내기 여자 도반의 마음 닮은 맑은 물 때문이다 존경과 우정 사이 숲 사이로 보이는 파아란 하늘이 눈을 찌르듯 궁금하다 나와 우주 사이 달마가 동쪽에서 온 까닭과 달마가 서쪽으로 간 까닭의 사이는 모르겠고 검정과 흰색 사이 회색은 틀렸고 손가락과 달 사이 견월지망見月指忘, 달을 보라는데 왜 손가락 끝만 보는가 손가락은 문제고 달은 답인데 가장 큰 틈은 탐욕의 소유와 해탈의 무소유 사이 모든 사랑이 들어있다 2 형이상학과 형이하학 사이에는 뚜렷한 공극空隙이 있다 형이상학과 형이하학을 구분한 사람조차 예상하지 못한 간격을 현.. 더보기 사랑을 망각의 시작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또는 사랑을 망각의 다른 이름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 도봉별곡 사랑을 망각의 시작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또는 사랑을 망각의 다른 이름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 도봉별곡 사랑을 망각의 시작 이별을 기억의 소멸이라고 한다면 우리는 무엇부터 시작해야 하나 사랑을 방황의 시작 이별을 방황의 끝이라 한다면 우리는 어디서부터 출발해야 할까 버스터미널에서 부두에서 열차역에서 공항 또는 산과 강, 들에서 이별을 할 때는 가장 아픈 것은 마음이 아니라 눈이다 감아야 망각하는 눈이다 그래도 가장 아픈 것을 죽음을 맞이하는 일이다 죽음은 죽음도 망각하게 할 수 없는 힘을 갖기 때문이다 *제2시집 에 수록 더보기 시를 쓰시려거든 – 자유를 향한 여행 / 도봉별곡 시를 쓰시려거든 – 자유를 향한 여행 / 도봉별곡 시를 쓰고 싶은가 내 안의 ‘나’와 대화하는 것이다 시인이 되고 싶은가 인간과 신의 중간이 되고 싶은 거다 무욕의 마음가짐으로 시작하시라 그만큼 시가 깨끗해지므로 시간이 드는가? 돈이 들지 않고 돈이 되지도 않지만 돈으로 쓸 수 없는 것을 시라 알고 있다면 당신은 이미 자유로운 여행을 시작한 무욕의 시인이다, 그것도 예술에서 유일하게 사람 ‘인’ 자를 붙여주는 진정으로 시를 쓰고 싶은가 그렇다면 먼저 시란 상상력의 비실재적 시 · 공간이며 시간의 흐름은 누구에게나 차별 없이 주어지며 지구라는 공간 또한 같다 시인의 정의는 신과 인간 사이를 이어주는 다리의 역할임을 잊지 마시고 딱 그 중간에서만 머무시라 신과 인간은 이기적인 존재이니까 붓다의 중도와 공자의.. 더보기 망각, 1972. 10. 18. 아침의 서울 하늘 / 도봉별곡 망각, 1972. 10. 18. 아침의 서울 하늘 / 도봉별곡 망각은 배신을 용서로 만들어버리는 기회주의자 또는 회색분자 만병통치약 또는 마취제 같아도 1972년 10월 유신의 하늘은 망각 불가의 시간으로 남는다 세상은 어두워도 유난히 높고 맑았던 그해 10월 18일의 가을 하늘 두 헌법학자*의 입장이 극명하게 갈렸던 2016년 10월의 하늘로 돌아와 일어나지 않았어야 할 일이 벌어진 날 일어난 아침에 간밤에 꾼 꿈을 따라가다가 아프지 않으면 세상이 아니라는 충고에 기억의 아픔과 망각의 안도 사이의 틈을 엿보다 마주친 거울에 백발로 변한 나는 목을 놓아야 했다 그리고 하루 이틀 사흘 거리에 나섰다 낙인처럼 치유되지 않는 44년 전 10월의 하늘을 떠올리다 그때도 세상은 파랬지 그래도 여기까지 왔고 오늘의.. 더보기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 전제덕의 하모니카 연주를 듣고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 전제덕의 하모니카 연주를 듣고 / 도봉별곡 청량리에 비가 내린다 열흘쯤 내리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시인은 한 번 배우면 절대 잊지 않는 것에 대하여 자전거는 한 번 쓰러지면 승부에 진다는 것이고 수영은 물에서 살다가 나와 뭍에서 사는 인류가 다시는 물에서 죽지 않기 위함이며 사랑의 기쁨과 아픔에 대하여 다시는 사랑하지 마라는 것이다 사랑, 그 쓸쓸함은 쓸쓸하기 때문이다 쓸쓸함이 없으면 사랑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랑을 잃고 시인의 말을 믿지 못하겠거든 가슴 아픈 미서 시인은 열차를 타고 천안을 간다지만 그 길은 강이 없으니 외롭다 춘천 가는 열차를 타고 북한강을 스치면서 박은옥 정태춘의 새벽안개 자욱한 노래 ‘북한강에서’를 들어야 한다 제발 김유정 문학관에 돈을 바칠 일은 아니다.. 더보기 이전 1 ··· 10 11 12 13 14 15 16 ··· 26 다음